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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고양이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Ep.02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2017년 3월 모의고사의 필적확인 문구였다. 내가 만약 올해 고3이었고, 교실 한편에서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는 학생이었다면 이 문구를 받아 적으며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감독 선생님의 목소리와 시험지 넘어가는 소리만 들리는 교실.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정말 적절하고 따듯한 위로 건네주는 것 같아서.



 작가에 서랍에서 꺼낸 2017년 글 중에서.








브런치 서랍에는 앳된 내가 남긴 글들이 쌓여있었다. 7년 전에 쓴 글에는 22살의 두려움과 걱정이 서려있었다.


24년이 된 지금,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 피었을까?

겨울에 피는 동백꽃처럼, 아직 내 삶은 봉오리로 남은 채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요즘 새벽이가 문 앞에서 우는 일이 많아졌다.

날이 따듯하게 풀리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 밖을 구경하고 싶어 했다. 손님이 없을 때면 하네스를 차고 새벽이를 따라나섰다. 주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강아지와는 다르게 새벽이는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주로 다니는 곳은 잔디나 풀숲이었다. 





마른 잔디에 앉아 새벽이를 지켜보는데, 잔디 사이로 올라온 토끼풀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새순이 벌써 돋은 나무도 있었다.



새벽이를 따라 들어간 풀숲에는 벌써 봄이 피고 있었다.









근처에 가서 자세히 살피지 않았더라면 모를 뻔했다.

관심을 가지고 살피니 작은 잎들이 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벚꽃이나 목련이 눈에 띄게 맺히고 나야 봄이 온 게 아니었다.


아마 눈에 잘 띄는 봄꽃은 아니더라도,

봄을 먼저 만난 새 잎들이 내게도 피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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