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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Dec 31. 2021

50대 후반에 어렵사리 브런치작가 입문해보니...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아주 좋아 죽습니다.


50대 후반에 어렵사리 브런치 작가 입문해보니...

어느새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다. 늘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어느 순간 이러한 내 모습을 보면서 글을 쓰고 싶었다.

평소 말보다 글이 편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지만 간혹 사람들이 내가 보낸 문자나 톡을 보면 글재주가 있다고 하였다.

지인들의 글 칭찬이 싫지 않았다. '정말 내가 글을 잘 쓰나?' 착각하면서 뭔가 필이 오면 글을 썼다.

독서 양도 충분하지 않고, 글쓰기를 전문으로 배우지도 않았으니 써놓은 내 글을 읽어보면 늘 뒷심이 부족했다.


작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사회복지 실천 현장 글쓰기 과정인 복서원 과정에 선발되어

현장 경험을 글로 써보았다.  복서원 과정이 쉽지 않았다. 어찌나 고생했는지 그 후 글쓰기에 소질이 없음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한동안 글쓰기를 멀리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2021년 12월 끝자락에 뭔가 끄적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브런치 작가를 몇 번이나 시도하였으나 떨어져 한동안 브런치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가 보았다.


평소 브런치에 발행된 글을 보면서 나도 브런치에서 내가 쓴 글을  발행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 입문은 쉽지 않았다.

브런치는 누구나 글을 올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사람만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허용되었다.


2018년부터 한해 한 번씩 작가 신청을 하였다.

매년마다 탈락되었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몰랐다.

브런치 측의 정중한 탈락 메시지


브런치에서 발행된 글을 보면 상당 수준의 글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수준의 글도 꽤 있어 보였다.

'어떻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까?' 늘 부러운 마음으로 글을 읽었다.


브런치는 비록 작가로 선정이 되지 않은 회원에게 작가의 서랍이라는 탭을 부여하여 언제든지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 들락날락하면서 글을 모아두는 곳이 있다.


나는 브런치  작가는 아니었지만 마치 작가 인양 작가의 서랍 안에 마음이 답답할 때 글쓰기에 발동이 걸릴 때 미완의 글을 써두었다. 언제 가는 내가 한번 꼭 브러치 작가로 데뷔해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었다.


3번이나 신청을 했지만 낙방을 해보니, 하나마다 또 떨어질게 분명할 텐데 도대체 브런치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이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브런치가 요구하는 몇 개의 관문이 있다.


#1. 작가 소개(300자)


브런치에서  '작가님이 궁금해요' 300자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브런치의 의도는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생각해보니, 나는 여태껏 자기소개를 이력서 형식의 매력적이지 않게 기술하였다.

네 번째 브런치 도전함에 나는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어떤 글을 독자에게 선보이고, 그 글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기술하였다.

특별히 이 부분에 나는 공공기관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로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복지제도 및 복지서비스를 매뉴얼식으로 기술하지 않고 이해가 쉽게 사례를 들어 글을 쓰겠다고 기술하였다.

지리멸렬하게 글을 쓰는 나는 300자 이내로 글을 간결하게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300자가 넘으면 글이 아예 써지지 않아 지우고 또 지우고 필요한 내용만 기술하였다.


#2. 브런치 활동계획(300자)


이미 나는 작가님이 궁금해요 란에 내 소개 및 어떤 글을 쓰겠다고 간략하게 기술하였기에 이에  맞게 목차를 정해서 올려놨다.

특히 목차에 코로나 시대에 복지서비스를 맨 처음 장으로 기술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복지제도의 종류를 기술하였다.


#3. 자료 첨부


브런치는 현재의 글보다 얼마나 꾸준히 글쓰기를 위해 노력하였는지를 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그동안 틈틈이 기고하려고 준비한 글 세편을 #1과 #2과 맥락이 같은 글감을 세편 선정하여 첨부하였다.

이외에 온라인 매체 기고글이나 출간 책 주소 입력란에는  작년 복서원에서 글쓰기 과정을 통해 써놓은 글을 모아 둔 인증되지 않은 책자가 보도자료에 나온 게 있어 복사해 넣었다.


#4. 마지막 단계



SNS에 올려진 글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있었다. 이미 만들어놓은 블로그가 있었으나 활동이 저조했다.   유튜브를 통해 블로그에 어떻게 글을 배치해야 풍성해 보이는지 알게 되었다. 앨범식으로 재배치를 하였다. 글이 많이 올린 것처럼 블로그가 풍성해 보였다.




이렇게 만반에 준비를 다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브런치에 하도 떨어져 기대 없는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하였다.


아무리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았다.

신청서 보내기를 눌러놓고. 기도하였다.

'주님, 이번 연도에는 이루어놓은 과업이 너무 없네요. 아파서 학업도 중도에 포기하고 속상합니다.

저에게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선물로 주세요' 이게 어디 60을 바라보는 어른의 기도일까?


브런치 작가로 신청하게 5일 내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합격소식은 1~2일 내로 소식을 전해진다고 하였다. 나는 3일이 되어도 연락이 없어 이번에도 여전히, 늘 그랬듯이 '브런치 진입을 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하였다


3일째 되는 날 오후 3시경 브런치 알림이 와있었다.

축하합니다. 하면서 알림에 몇 개의 글이 연속 올라와 있었다.


기절할 뻔하였다. 몇 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꿈이 현실이 되다니......,


브런치 작가의 권위가 나에게 생겼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오지랖 여사, 소진되다' 제대로 정리도 되지 않은 글을 첫 발행을 하였다. 뭐가 잘났다고 본인 자신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올리고... 신기했다.

내 글이 브런치에서 발행되었다는 게......,

 

올리자마자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라이킷했다.

'라이킷'이 뭔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좋아요'였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지인들에게 알리고, 자랑하였다.


삼일 정도 되니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수락을 한 사람만이 내 글을 볼 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올렸기에 편안하게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불특정 다수인이 내 글을 읽는 거라 글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하였다.


또한 독자가 내 글을 읽기 편하게 편집도 해야 하고, 사진도 첨부해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았다. 나는 문서작성 정도만 컴퓨터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이 올려놓은 글들은 시각적으로 끌리는 요소들이 많았다. 사진이며, 편집이며 잘되어 있어 보기가 편한데 내가 올려놓은 글 두 편은 투박하기 짝이 없었다.


갈길이 멀어 보였다. 또한 무엇보다 어떤 글감을 어떻게 나열하여 연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이제 글쓰기에 걸음마를 떼고 있다.


나의 소박한 글들을 통해 독자들이 공감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과연 내가 그 일 이을 해낼 수 있을지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필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남보다 지식이 우월한 것도 아니고 , 컴퓨터가 능한 것도 아니고 좌충우돌 어떻게 어렵사리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현재까지는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이런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으나 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황을 핑계 삼아 내 마음의 있는 소리를 마음껏 글로 나타내 보고 싶다.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아주 좋아 죽겠습니다.'


글이 쓰고 싶어 안달이 난 2021년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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