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를 간 적이 있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매우 독특한 상점을 하나 발견하였다.
식료품을 파는 곳인지, 생활용품을 파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한쪽에는 식품이 즐비하고 다른 공간에는 팬시용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지하상가에 식당도 아니고 웬 음식 재료가... 사람들이 몰려있어 가보니, 밑반찬, 어묵, 불고기, 목살, 식빵, 채소 등 여러 종류의 식품이 매대에 올려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뒤적이고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뭘 그리 신중하게 고르고 있냐”며,
“다급한 마음으로 가져가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급한 마음”이라는 단어가 이곳에서 참 어울리지 않은 것 같으면서 뭔가 소비를 조장하는 것 같아 내가 일하는 복지 현장에서 전달되는 후원품이 생각이 났다.
현재 기부 식품의 허브 역할을 하는 푸드뱅크는 복지체계로 도입되기 전, 음식물 쓰레기 처리라는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환경 문제 차원에서 도입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원천감량 방안으로 식품 기부 센터의 설립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것이 푸드뱅크의 모태가 되었다.
푸드뱅크는 식품의 생산, 유통, 판매,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식품을 기탁받아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달하여 유용하게 활용하는 식품 지원 복지센터라 할 수 있다.
기부의 전달체계인 푸드뱅크를 통해 전해지는 많은 후원물품 종류가 다양하다.
쌀, 떡, 김치, 가래떡, 선풍기, 에어컨, 유기농 식품, 빵, 이불, 라면, 등 하다못해 벌레 퇴치기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추석에는 송편, 설날에는 떡국 떡, 김장철에는 김장김치, 여름 복날에는 삼계탕, 감자 수확 철에는 감자, 마늘 수확 철에는 마늘, 양파 수확 철에는 양파, 무 철에는 무....
이러한 물품은 즉시 이용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어떤 날은 사회복지사인지 택배기사인지 헷갈린다.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이용자에게 지원되는 후원품이 마구잡이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욕구와 상황에 따라 서비스 제공 계획에 따라 물품이 지원된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후원업체 측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유통 기간이 짧아도 너무 짧아 이용자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울 수가 없이 지원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업체에서 폐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참 씁쓸한 마음이 든다.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식품 후원에 관해 물어봤다.
취약 계층에 후원한다고 하였다. 혹시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후원하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우리는 유통 기간 임박한 거 후원하지 않아” 그 친구의 후원 마인드가 고마웠다.
그런데 간혹 모든 기업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기업의 상황에 따라 마구잡이로 내려오는 후원품이,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물건을 파는 주인아저씨의 “다급한 마음으로 가져가시오”식의 후원품 지원은 후원품을 중간에서 관리하는 기관을 바쁘게 한다.
그뿐 아니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담당자의 업무 수행의 체계적인 개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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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식품의 계획적이고 효과적인 분배가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가장 기초적인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업체에서는 유통 기간 임박한 용품의 선심 쓰기 식의 기부보다는 진정한 나눔이 있는 기부에 대한 기업 정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간에서 물품을 한 곳으로 모으는 푸드뱅크가 체계적으로 후원품을 전달받아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와 배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는 지도 감독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어떻게 효율적이며 위생적으로 이용자에게 배분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