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n strategy
LG에서 브랜드매니저로 근무하다 CJ CGV와 삼성물산을 거쳐 정관장까지 대기업들에서 마케팅계획을 세울 때와 정관장 다음에 자연의 길, 헬스밸런스라는 중소기업(중견기업이었나?)에서 마케팅계획을 세우면서 느꼈던 차이는 실제로 사느냐 죽느냐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물론, 대기업에서의 마케팅전략도 현실적이어야 하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모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큰 기업전략하의 BU전략 그리고 Category전략 그리고 그에 따른 Brand전략으로 이어지는 단위 단계별 전략이 연결되어 하부 전개되는 구조를 갖다 보니 상위의 전략이 어떻게 계획되었는지까지는 말단에 있는 가장 아래의 브랜드 매니저의 단계에서는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기도 했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나오면 정말 직접 할 줄 아는 것은 단 한 개도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대기업을 오래 다니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팀원들과 실제 업무의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대규모의 시장조사, 시제품의 생산, 테스트판매 판매 후 수정 및 재 테스트... 이런 프로세스는 멋지고 또 체계적이다. 하지만 비용도 시간도 너무나도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런 프로세스가 차근차근 돌아가던 시기는 모든 것의 변화가 느리게 나타나던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과거처럼 시장에서 정보를 모으고 또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을 중심으로 실행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계획을 바탕으로 현업에서 실행해 보고 또 그 실행결과에 따라 모니터링과 분석 그래고 전략을 조정하는 과정이 만약 1년 정도 걸린다면 그사이에 시장은 너무나도 크게 변해 버려서 계획을 세우면서 세워지는 계획이 모두 성과 없이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그렇게 쉽게 빠르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Needs는 변화하는 것이 아니니까 라는 이야기를 당연하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Wants가 이렇게 바뀔 줄이야.. 정말 아침에 새로 일어나면 어제까지 우리가 집중하던 매체와는 다른 매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새롭게 그 매체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신기한 상황이 생기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한지 벌써 30년이 되고 있지만, 좀 더 배워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가 또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에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배운 내용이 어쩌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학교에서 강의를 한다면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더 커지는 것 같다.
과거에 내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2000년대 초반?)는 그래도 전통적인 마케팅의 지분이 컸다. TV광고를 중심으로 온라인은 양념처럼 사용하는 그런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 말이다. 하지만 2010년이 지나면서 어쩌면 전통적인 마케팅의 Tool들이 영향력이 줄어들고 온라인/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전방위적인 360도 마케팅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마케터의 고민도 점차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쓴 이유는 한 가지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어쩌면, 과거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대기업마케팅 중심의 마케팅전략이 점차 소기업중심의 마케팅전략(소기업도 할 수 있는?)으로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
과거, TV매체가 중심이었던 시대에도, 우리 브랜드는 돈이 없어서 우리 회사는 판촉비용을 잘 사용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자신이 맡은 브랜드를 성공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대는 담당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그 없는 TV예산과 판촉비를 가지고서도 성공시키는 브랜드/마케팅 담당자는 존재했다.
하물며,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누구나 공평하게 브랜드과 콘셉트와 제품의 특징을 과거 대기업이 막대한 양의 비용을 투자해서 만드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아니어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이렇게 좋은 환경인데도 브랜딩과 마케팅 판매가 어렵다고?
물론, 쉽지 않다. 쉬운 일이 어디 있나? 하지만 옛날보다는 기회가 더 넓다. 어떻게 해서 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것인가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과거의 프로세스를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본질에 집중한 제품의 특징과 가성비를 찾는 고객의 아픈 곳을 긁어준다면 새로운 제품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서비스의 기회는 과거보다 쉽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과거, 시골 구석에 있는 카페 몫이 좋지 않은 카페가 장사가 되었던가? 이제는 그런 카페도 콘셉트와 입소문만 그럴듯하면(실제로는 별로라 하더라도) 발을 디딜 틈이 없이 사람이 북적거린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왜 내 브랜드 내 사업 내 제품은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일까?
본질적인 소비자의 관점에서 핵심을 찾고, 그 핵심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집중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매체에 집중하라(체험? 블로그? 뭐 여러 가지는 어려우니까)
스타트업과 소사업을 하는 분들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를 고민하시는 경우에 많은 분들이 너무 큰 고민을 하고 계시는 걸 보면서 놀랄 때가 있다.. 일단 저지르고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해서 실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대기업처럼 장기 1년의 계획을 세우지 말고 단기 3개월의 계획을 세우고 주간/일간단위의 성공포인트를 찾아서 꾸준하게 실해하면 그 계획을 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타트업과 소기업에게는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준비는 배운 사람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그것까지 되면 금상첨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죽고 사는 입장인데 일단 브랜드와 핵심적인 차별화 그리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이 3가지에 집중하라... 그렇게 3개월 단위로 진행하되 대기업병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 쓸데없는 것 효과가 적은 것 당장에 급하지 않은 것에 투자하지 않으면 오래 싸울 수 있다.
앞으로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영업컨설팅 그리고 나 스스로의 상업 실행 플로우를 지원하는 실행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드릴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
야갤이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