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면 모든 게 다 좋아질까?
연말이다... 새로운 2024년 한 해가 조만간 또 시작된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며 우리 회사도 최근에 매출과 요구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업무를 좀 더 세분화하면서 직원을 뽑고 있는데, 그 지원하신 분들이 면접에 와서 우리 회사에 대해 "회사가 비전이 있을 것 같아서요!" 라거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요" 또는 "기존과는 다른 참신한 광고가 재미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지원동기를 가끔씩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오호~! 이런 동기를 갖고 우리 회사를 오고 싶어 한다는 것이군!" 아니면 "우리 회사 좀 더 열심히 해야겠네!" 등등 생각을 하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직장을 옮길 때, 나는 과연 무엇을 고려하고 직장을 옮겼었지? 하는 의문 말이다.
물론 이직을 고민하는 것은 현재 있는 직장에서 불만이 쌓였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불만이 없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어려워져서 그만두었거나, 아니면 상사와의 불화로, 어쩌면 더 높은 직급, 더 높은 보상, 더 큰 회사 같은 이유로 회사를 옮겨 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직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데.. 과연 이직이라는 큰 결정을 하는 분들이 (회사가 어려워서 퇴사를 하게 되었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그 손익계산을 해보고 나서 이직을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생각이 들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이직의 조건들을 가지고 회사를 한번 옮기고 나면 얻게 되는 손익계산서를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 면접 시 중점적으로 보는 주요한 항목은 업무적합성과 함께 역시 근무했던 회사의 근속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근속기간이 3년 이내에서 자주 회사를 이직하는 이력이 있는 지원자의 경우는 채용 후에 또다시 이직을 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이 커지는 부분이 크다.
아무리, 똑똑해 보이고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것 같고, 이야기를 잘하고, 재치도 있는 것 같지만 회사를 1년 혹은 그보다 살짝 적게나 많은 개월수로 계속 옮겨온 사람은(심지어는 그렇게 옮기면서 연봉은 계속 인상시켜 온?) 개인에 대한 신뢰감과 기대감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능력이 훌륭한 사람 이어도, 새로운 회사에 이직을 해 오면 6개월 정도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의 시간이 끝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이 회사의 자산을 가지고 키우는데 또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그러니까 1년 정도 지나야 새로 입사한 분의 역량이 발휘되고 회사에서 바라보는 채용후 손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된다.
그런데, 1년이 지나자마자 다른 회사로 옮겨 간다고? 그건 회사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이고 투자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회사의 잘못이 크겠지만 이직을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긍정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옮겨가는 회사에서는 보통 기존 회사의 연봉을 기준으로 연봉을 네고하고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연봉이라는 관점에서만 놓고 본다면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회사에서의 승진이나 연차의 증대에 따른 인상보다 단기간에 상승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내 입장에서 보면, 그랬다.
나는 LG그룹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처음이직을 한 곳이 CJ였다. 연봉? LG에 있을 때 보다 한 20% 정도 인상해서 갔는데 뭐 나쁘지는 않았다. 부장직급이었기 때문에 팀장으로 CJ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사실 이직이라는 결정을 하면서, 이직 후에 내가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 내 자신감은 완전 "뿜뿜"이었다. LG에 있을 때 나는 내 스스로 "누가 감히 나에게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소비자 조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나?"라는 식의 간이 배밖에 나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LG에 있을 때에믄 내가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못 할 일이 없었는데, CJ에 오니 분명히 가능할 것 같은 일인데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고? LG때에는 내가 함께 지내온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자기가 먼저 알아서 배려해 주던 것들이, CJ에 오니 "내가 왜?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건데?" 라며 나와 관계가 없고 처음보는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원칙적으로 반드시 따라야 하는 매뉴얼이 있고, 융통성을 좀 부릴 수 있거나, 관계를 통해서 우선순위를 좀 바꾸거나 하는 등의 업무상 우선순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모든 일을 100% 다 매뉴얼대로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매뉴얼에 빠져 있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는 순간 모든 업무는 매뉴얼대로 진행된다. 옮겨간 회사에서 또다시 시간이 지나가며 내 업무파트너와의 관계와 업무의 역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지기까지 말이다. 그렇기에 회사를 옮기고 나면 갑자기 내 능력이 엄청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래 네가 얼마나 잘하기에 외부에서 왔는지 한번 보자~!" 이렇게 생각하는 이직 후 회사에 있는 까칠한 사람들의 생각이 좀 반영될 수 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사원/대리정도? 어쩌면 과장 초년차 까지는 이직하고 어쩌면 크게 느끼지 못할 부분이기도 하다. 과장 초년차까지는 팀장이 아니고 리더가 아닐 수 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인가? 시장에서 과장 초년차 까지가 이직의 황금기라고 하는 이유 아닐까?
하여간 각설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심심풀이로 이직 시의 직장인 보유자산 차트라는 것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자산의 개념을 연봉과 업무능력 그리고 관계의 가치를 기준으로 한번 생각해 보았는데 관계의 가치가 이직하면 없어진다라는 관점으로 한번 생각해 보면 이직할 때의 나의 직장인으로서의 효용감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어쩌면 한번 이직을 시작하면 계속 이직을 할 수밖에 없는 굴레 속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직 후 빠른 시간 내에 구축해야 하는 관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넘어서는 경우보다 내 생각에는 더 많으니까 말이다.
일단, 아래의 그래프를 한번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로 임금곡선이 이다.
이 임금곡선은 잡코리아의 임금 표를 기준으로 대기업/중소기업/중견기업의 평균으로 설정하였다. 임금이라는 것의 가치는(평균이기도 하지만) 직장인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얻게 되는 업무능력의 가치보다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니까 업무능력보다는 아래에 놓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했다.
두 번째로는 업무능력자산이다. 업무의 능력은 사원, 대리, 과장을 지나면서 크게 성장하지만 부장과 임원이 되는 순간에는 상대적으로 업무보다는, 직장내의 인간적인 관계와 정치의 영역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서 그래프가 좀 더 완만한 상승을 이루며 임원에 이르고 있다. 이 자산의 가치는 임금과 비교하여 금액으로 환산했고 그것을 기준으로 오렌지색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관계자산이다. 현재 일을하고 있는 회사에서의 나를 생각해 보자,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사원/대리 쯤?)를 가정하고 회사내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강도와 범위를 통한 관계자산의 가치를 본다면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관계자산의 금액환산 그래프를 보면 사원때에는 거의 낮은 수준이다가 과장을 지나면서 업무능럭이나 임금보다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그래프가 형성될 것으로 가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위 3가지의 영역의 합이 총합곡선이다. 물론 재미로 만들어 본 곡선이기 때문에 정교함은 좀 떨어지겠지만 개념적으로 본다면 뭐 그다지 틀리지는 않는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 3가지의 곡선의 합이 총합곡선이고, 입사해서 퇴사까지를 한 회사에 다닌다면, 이 총합곡선의 그래프는 우상향 하는 그래프를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중간에 퇴사를 하고, 새롭게 어느 다른 곳에 취직을 하게 된다면? 총합곡선의 한 개 구성요소인 관계곡선은 퇴직 시에 초기화되고 그 관계곡선 0인 상태에서의 총합곡선으로 그 회사에 있는 동일한 직급의 사람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따라서 역량이 후퇴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어떤가? 그럴 듯 한가? 그냥 재미로 한번 생각해 본 것이긴 하지만 나름 내 입장에서 내가 이직했던 시점을 돌이켜 보면 그럴 듯 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직을 고민하는 시점에 한번 생각해 보고, 과연 나에게는 어떤 손익계산서가 더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이직 후에는 그럼 어떻게 나의 총합곡선을 최단시간 내 최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전략을 짜야하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어쩌면 그래서 이직 후에 나쁜 관계를 만들지 말고, 많은 사람과의 접점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은 이직을 경험한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자 그럼 이제 재미로 보는 표이긴 하지만, 대리이직(7년 차) 시, 과장이직 시(13년) 직장인 자산과 부장이직(18년 차)의 보유자산의 추이를 한번 추정해 보자.
물론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나 빠르게 관계를 이전과 비슷하게 회복시키느냐가 보유자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그런 부분 들은 제거하고 이직 시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리셋을 감안한 보유자산의 차이를 한번 생각해 본 결과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위에 보이는 대로, 대리급에서의 이직은 실제로, 역량의 차이를 크게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물론 대리정도면 이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보유자산의 결과는 한 회사에 오래 있는 사람보다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장에서 이직할 경우와 부장에서 이직할 경우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아직 과장까지는 괜찮다. 성장의 기회가 있으니까. 하지만 부장은 어떠한가? 성장하기보다는 이직 시의 자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태가 된다. 물론 이런 추정은 뇌피셜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100% 신뢰는 어렵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오늘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날이,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종무식을 빙자한 오전만 일하고 일찍 끝나는 날이다(희망인가?). 3년 전 이 회사로 이직을 한 나로서는 관계의 중요성과 그 두터운 방어막이 그립고 또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주저리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포지션은 CMO이니까, 부장이직보다 더 큰 관계의 상실이 있는 채로 새로운 조직에서 나의 영역을 넓혀야만 하는 숙제를 갖고(혹은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받아들이고) 들어왔기 때문에 나를 특별하게 취급해서 호의적으로 받아주기를 기대하거나, 알아서 지원해 주거나, 과거에 있던 조직에서처럼 실수에 대한 배려? 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섭섭하게 생각해서도 안된다.
왜냐고? 그건 내가 어릴 때부터 다니던 회사를 옮기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내가 결정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내 커리어의 구성요소 중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는 순간부터 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직을 요청한 회사에도 또 이직에 동의한 나 자신에게도 떳떳한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 한 가지 재미 삼아 만든 직장인 자산곡선에서 빼먹은 것이 있다. 이직의 횟수에 따른 기하급수적 평판하락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은 반영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대리까지 오는 데 있어서 이미 한 3~4회 이직했다면 그 사람은 신입 수준의 관계를 본인이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직을 고려하는 회사에서의 평가도 그만큼 하락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면접을 보면 많은 분들이, 퐁당퐁당 잦은 이직을 하면서 5백만 원, 8백만 원 연봉상승을 하는 재미에 1년 단위로 혹은 그보다 살짝 짧거나 길게 이직을 하신 이력서를 제출하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본인의 평가는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적어도 3년은(물론 그 이상) 이직 후에 그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새로운 채용을 검토할 때 과거 이직의 불리함이 상쇄됨을 잊으면 안 된다.
물론 이직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직이 필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직의 손익계산서는 이직 전에 한번 챙겨보고 이직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재미 삼아 2023년의 마지막날에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2023년 올 한 해도 제 변변치 않은 글에 좋아요도 주시고, 의견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2024년에는 좀 더 자주, 마케터로서 또 살짝 앞선 브랜딩과 마케팅업무의 경험자로서 제 에피소드와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야갤이 윤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