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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Mar 14. 2024

추억으로부터 도망쳐라

발목을 잡는 성공한 추억의 덫.. 발전하려면 잊어야 한다.

"라때는 말이야~ " 

이 말이 꼰대의 전형적인 말로 자리를 잡은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toddlfwnwkd&logNo=222162510342&parentCategoryNo=&categoryNo=150&viewDate=&isShowPopularPosts=true&from=search


나 때는 참 급여도 작고, 일의 단계 단계가 눈치를 보면서 힘들었고, 미리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성격 못된 선배가 눈에 불을 켜고 쥐 잡듯 잡는 분위기에 심지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와있는 업무 매뉴얼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했었는데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어렵고 힘들고 안 되는 일이 많은 거냐?라는 좀 나이 든 사람들이 질책하는 혹은 의미로 하는 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 말은 후배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폄하하기 위한 비아냥 거리는 멘트가 아니라, 어쩌면 기성세대 우리들이 과거의 추억으로부터 나는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현재의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려고 애쓰는 안쓰러운 결과물이고, 내 추억에 있는 나의 멋진 성공담, 나의 멋졌던 젊은 시절, 역경을 극복해 낸 자부심등이 얽혀서 그 추억을 곱씹으며 뿌듯한 자부심을 내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그런 상황에 주로 사용되는 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다시 생각해 보면, "라때는 말이야"를 주로 쓰는 나 같이 좀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이 미래의 성공을 막는 가장 큰 덫이 되는 경우가 되곤 한다. 그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새로운 시도를 제안하는 후배, 그리고 지속적인 발전을 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너무나도 문제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미래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사실 현업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이런 과거의 경험과 성공이 문제가 되는 너무 많은 사례가 있어서 여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에 굉장히 유능한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광고심의 담당자가 있었다. 그분은 제조업체 담당자이셨기 때문에 심의를 건강기능식품 협회에 제출하고 심의 결과를 반영해서 최종 패키지와 광고문구를 완성해서 어떤 브랜드나 OEM사의 패키지를 완성하는 업무를 하셨고, 약 10여 년간 해 오시고 있었기 때문에 그 업체와 심지어는 업계에서도 사실은 베테랑이라고 평판이 자자한 분이었다. 


나도 그분의 업무처리 방식과 인성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좋은 분이었는데, 문제는 그분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너무 경험이 많고, 다양한 브랜드와 제조사와 함께 일을 해 보시다 보니, 본인 스스로가 심의가 통과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하다는 문제가 발생하곤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나에게 생긴 문제는,  내가 어떤 신제품을 기획하고 그 기획출시하는 브랜드제품 패키지에 표시문구를 넣는 부분에서 발생했다. 그 포장면에 내가 소비자에게 반드시 소구 하고자 하는(소구 해야만 하는?) 메시지를 넣어두었는데 그분이 보자마자 "이 문구는 안됩니다!" 이러는 것이었다. "네? 왜요?" 나는 물었다. "사실에 근거해서 표시하는 건데 왜 안 되나요? 근거자료도 다 있어요..." "안된다니까요.. 제가 한두 번 해 본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광고문구를 내쪽으로 쓰윽 밀어놓았다. 


나는 "아니 한번 해보지도 않고 그냥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한번 넣어봐 주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이거 안 되는 거 알면서 제출하는 거 아시는 거죠? 비용이 발생하는 거니까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라고 했고, 내 입장에서는 광고문구에서 그 표현은 정말로 중요한 사항이어서 반드시 포함했어야 하기에 "네네 제가 다 책임질 테니 일단 넣어주세요!!"라고 꾸욱 참으면서 심의를 제출하였다. 


건강기능식품의 광고심의는 보통 일주일이 걸리는 것이 평균이고 매주 금요일 신규시안을 넣으면 다음 주 금요일에는 결과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기대하던 다음주가 되었다.


"저기 혹시 결과가 나왔나요?" 나는 담당자에게 심의 결과를 물었다.. "네네, 잠깐만요 확인해 볼게요... 어? 어라? 이 광고문구 심의가 적합으로 나왔네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되었지?" 광고심의 담당자는 적잖이 당황한 얼굴과 목소리로 혼자서 주절주절 이렇게 읊조리듯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그래요? 적합으로 나왔어요? 다행이네요..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될 때도 있네요 하하하" 나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광고심의 결과를 들고 나왔다. 내 뒤꼭지가 간질간질했던 걸 보면 물론 그분은 멋쩍은 표정을 한채 한참 있었을 테고 말이다. 


간단한 예시가 될만한 사례를 찾아가 보니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이런 일은 실무를 진행할 때 너무나 많이 발생한다. 윗사람이나 상사, 임원 등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들이 "내가 해봤는데 그건 안돼!" "한 두 번 해보냐..." " 왜 자꾸 안 되는 걸 해달라고 해... "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황과 환경 조건 등이 계속 바뀌고 변화하는 업무에서 과거의 실패가 혹은 과거의 성공이 늘 같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사실, 새로운 일을 기획하여 시도할 때 성공확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물론 성공이라는 기준도 살짝 모호하지만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보고) 약 50~90%는 신사업이 실패한다고 한다. 이는 실제로 런칭을 한 사업을 기준으로 볼 때의 비율이고 만약 아이디어 단계까지 감안하면 3,000여 가지의 아이디어 중에서 한 개 정도가 성공한다는 결과가 있을 정도다. 


왜 그러는 걸까? 무엇이 그렇게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만드는 새로운 제품의 성공확률을 이렇게 낮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디 세계적으로 치열하고 경쟁이 무섭게 일어나고 있는 K-POP시장을 한번 살펴보자, 새롭게 나오는 K-POP 아이돌 그룹의 성공확률은 얼마쯤 될까? 사실 이 그룹들을 새롭게 기획하고 준비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그 업계에서 그래도 날고 기는 엄청난 분들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데뷔 후에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낸 그룹들의 성공확률은 얼마나 될까?(성공의 확률의 기준이 모호할 테니 적어도 데뷔 후 1년간 1곡 이상의 TOP10 히트곡을 낸 정도로 잡아보자)


2023년 대한민국에서 데뷔한 아이돌 그룹 수는, 아래 자료 기준으로 35개 그룹으로 추정된다(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접근 가능한 자료를 기준으로) 이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나온 35개 팀들 중에서 성공했다고 이야기할 만한 수준에 들어온 그룹의 숫자는 대체 몇 개 나 될까?

   

https://m.blog.naver.com/yel_ling/222971535761?isInf=true

23년의 멜론차트 1위의 곡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출처 : https://namu.wiki/w/2023%EB%85%84%20%EA%B0%80%EC%9A%94%EA%B3%84

이 중에 새롭게 데뷔한 아이돌 팀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없다. 


35개 팀이 데뷔를 하였지만 1위를 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23년 1위를 한 팀 중에서는 데뷔를 하면서 바로 1위를 한 팀들도 있다(예를 들어 22년 뉴진스). 하지만 23년 올해는 없었다. 


이렇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데뷔하는 팀들 중에는 많은 팀들이 데뷔앨범을 끝으로 활동을 마치기도 한다. 어쩌면 한 번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한탕형일 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성공의 확률(신제품 성공의 확률)은 약 10%선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어쩌면 현재는 더 낮을지도 모른다). 


10개를 내면 1개가 성공하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런 어려운 신제품을 연달아 성공시킨다? 그건 실제로 운이 너무 좋거나 실력이 뛰어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때...는" 이 이야기를 하는 리더의 입장에 서게 되면, 나와 함께 일하는 분들이 내 의견을 따르기를 강압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나의 풍부한 경험과 어려움을 극복한 연대기적인 감동을 전달하는데 따르는 나의 자부심에 대한 뿌듯한 만족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라때...."와 "지금 때"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과 어려움의 극복 방법을 현재, 지금 때에는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클 수 있다. 왜냐고? 지금은 라때의 소비자도 시장도 경쟁도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은 변화하는데 과거의 솔루션을 가지고 과거의 성공적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 가치는 보나 마나 제로다.


심지어, K-POP을 이끄는 따끈따끈한 감각의 기업들이 올해 성공시킨걸 내년에는 성공시키지 못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은 현재에 더 이상 "라때.... 는"이 설 자리는 없다. 


 이 바닥의 고인 물, 리더분들이여... 나와 기업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분들의 발전을 위해사는 "라때..."라는 추억으로부터 과감하게 도망쳐야 한다 앞으로 내 달려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선한 눈으로 과거의 안경을 걷어 버리고 어떠한 오염된 부분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소비자와 시장을 살펴봐야 한다. 


리더분 들이여... 어려울 수 있지만, 도망쳐라 나의 찬란했던 과거로부터... 


그래야 프로의 자리에 그나마도 간신히 머무를 수 있을 테니까.. 


야갤이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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