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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14. 2023

육수에 감춰진 맛의 비밀

일본의 가츠오부시 다시 1


다섯 번째 맛, 우마미 (감칠맛)  

국제적으로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의 총 4가지 맛을 공식적인 맛으로 인정하던 시기, 미각을 연구하는 학자인 이케다 박사는 감칠맛이라는 5번째 맛을 주장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그 감칠맛이라는 것은 다시마 육수, 마른 멸치 육수, 가츠오부시 육수 등에서 나는 맛으로 오랜시간 즐겨 먹던 음식에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맛이다. 이 맛을 이해하지 못한 서양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감칠맛의 성분인 글루타민산나트륨(MSG), 이노신산나트륨만을 느끼는 신경조직이 존재하고, 단짠신쓴의 이 맛들을 조합해도 감칠맛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증명이 된 이후에야 5번째 맛으로 공식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감칠맛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가츠오부시, 멸치 육수 등에서 나는 감칠맛은 이노신산

다시마에서 나오는 감칠맛은 글루타민산

건표고에서 나오는 감칠맛은 구아닐산

조개에서 나오는 감칠맛은 호박산 

이렇게 서로 다른 감칠맛들을 섞어 육수를 낼때 감칠맛이 최소 7배 이상 증가한다. (이를 맛의 상승효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육수를 만들 때 다시마+멸치, 다시마+가츠오부시 등 식재료를 2개이상 섞어 만드는 것이다. 왜그런지 몰라도 오랜시간 지속되어온 요리비법은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추가로 알아야 하는 것! 가츠오부시에서 나오는 감칠맛은 생물인 가다랑어에서는 찾을 수 없고, 건 표고에서 나오는 감칠맛도 생 표고와는 다른 성분이라는 점이다.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효소의 작용으로 감칠맛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 따라서 건표고 대신 생표고로 대체해 같은 맛을 낼 수 없고, 생 가다랑어로 가츠오부시 맛을 낼 수 없다. 이와 비슷하게 건조 오징어에서 나는 감칠맛이 생물오징어에서는 나지 않는다.   

일본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가츠오부시 다시의 핵심은 온도. 

일본의 거의 모든 요리에서 사용되는 다시는 가츠오부시+ 다시마를 활용해 뽑는다. 일본 요리에서 '육수를 뽑는다'라고 말하는 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맛만 뽑아내야 함을 의미한다. 원하지 않는 맛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수 있겠다. 푹푹 끓이기만 하면 식재료의 모든 맛은 빠져나온다. 이 말은 우리가 원치 않는 떫은맛, 비린내까지 모두 빠져나온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맛만 뽑아내기 위해서는 식재료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가츠오부시 다시는 다시마와 가츠오부시의 특성만 이해하면 되니, 이 점을 짚고 넘어가자. 

다시를 뽑을 때 사용하는 건다시마는 꼭 씻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수강생이 많다. 정답은 [아니오]다. 건다시마 표면의 하얀 가루는 효소 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우마미(감칠맛)성분이다. 따라서 이를 깨끗하게 씻어내면 안된다. 단 표면의 먼지 등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젖은 행주로 표면을 가볍게 닦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시마는 두껍고 빛깔이 짙은 것이 좋다. 나는 백령몰에서 다시마를 인터넷으로 구입해 사용하곤 했는데, 최근 원전수 문제 때문인지 모두 품절되어 인근 시장에서 구입해 요리하고 있다. 비싼걸 구입하면 맛은 어느정도 보장되는 듯 하다. 

다시마는 찬물에서 우리가 원하는 우마미 성분이 충분히 나오는 식재료로, 오히려 센 불에 가열 시 알긴산이라고 하는 끈적한 물질과 짙은 색, 그리고 떫은 맛 까지 빠져나온다. 따라서 찬물에서 3~4시간 담가 그냥 사용하거나 60도 정도의 온도에서 30분~1시간 정도 뭉근히 다시를 뽑아 내는 것이 좋다. 

가츠오부시도 절대 끓이면 안되는 식재료다. 가츠오부시는 국물용으로 얇고 넓게 썰려 있는 것을 구입해 사용하면 되는데, 이렇게 단면이 아주 얇은 가츠오부시는 뜨거운 물에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감칠맛이 빠져나온다. 가장 적정한 온도는 85도로, 끓기 시작하는 온도라고 보면 된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냄비 사이드로 올라오기 시작한다면 그 온도에서 불을 끄고 가츠오부시를 넣어 준 후, 가츠오부시가 모두 가라앉으면 바로 건져내야한다. 

가츠오부시 육수를 뽑을 때 만약 신맛이 돈다면 그건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너무 높은 온도 또는 너무 오랜시간 물속에 있으면서 잡미가 빠져나왔기 때문에 그 맛이 나는 것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일본식 가츠오부시 다시를 뽑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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