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일기 #29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을 들었다. ‘공돈’이 생겼다. 평소 같으면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고 부추겼을 것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러지 못했다.
괜찮은 가방 하나 실까 궁리해보았다. 마침 매일 메고 다니는 백팩이 좀 낡은 느낌이 들던 차였다. 쇼핑 앱 이것저것 휘저으며 눈이 빠지도록 찾아보았지만 결정을 못했다. 명품 백팩 중에는 감탄이 나올 만큼 예쁜 아이도 있었지만 적금에 몇 백을 더해야 하는 가격에 헉소리가 났다. 그 백을 갖지 못하면 평생 후회스러울 것 같았으면 샀겠지만 지금 같아선 그 백을 사면 후회할 것 같았다. 10년 전이었다면 꼭 사야 하는 이유 열 개쯤 만들어 샀겠지만... 가방 지름신에서 벗어나며 내가 만든 캔버스 가방으로 견디기로 했다.
가족들이 모여 휴가 계획을 짰다. 제주, 부산, 서해, 동해 다 나왔지만 어느 한 곳 마음을 끌지 못했다. 짐 싸들고 떠나는 수고 후에 도착한 여행지가 과연 집보다 편할 것인지..
결국 휴가 경비로 팔도의 산해진미를 사다가 집에서 먹으며 지내기로 했다. 휴가기간 뭘 먹을지 목록을 만들었다. 아, 이런 ‘확찐’ 가족들이 있나...
명품가방도 시들하고 여행지도 시큰둥하니 정말 나이를 먹었나 보다.
그래도 휴가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 가방 찾으려 쇼핑 앱 뒤지다 발견한 아이템을 충동구매했다.
우리 가족이 함께 입을 휴가용 하와이안 셔츠.
아마존 배송은 훌륭하다! 국내 배송과 거의 시차가 나지 않는다. 자, 이제부터 하루하루 휴가에게 다가가며 마음만은 하와이 분위기를 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