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3월 4일 클럽하우스 '스타트업뉴스' 채널에 참가해 논의한 "스타트업 연봉 이상 도미노- 스타트업 전성시대 열리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게임 업계로부터 시작된 연봉 인상 발표가 도미노처럼 스타트업 업계에 번지고 있다.
지난 2월 1일 넥슨은 "전 직원 연봉 800만 원 인상"을 발표했다. 이어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등이 기업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을 두는 곳은 있었으나 "연봉 800만 원 인상"을 따라서 발표했다 (왜 500도 아니고 1천만 원도 아닌 800만 원인지는 무척 궁금하다).
이어서 크래프톤이 '묻고, 더블로!'를 외치며 이 경쟁에 불을 붙였다. 개발자 연봉을 2천만 원 인상하고 비개발 직군은 1,500만 원 인상한다는 파격 안을 내놓은 것. 연이어 직방은 개발자 초봉을 6천만 원에 맞추고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개발직 2천만 원, 비개발 직군 1천만 원 일괄 인상한다고 발했다.
또한 글로벌 모바일 업체인 베이글코드 (https://bagelcode.recruiter.co.kr/appsite/company/index)는 전 직원에 연봉 인상과 스톡옵션 지급 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개발직에는 최소 2,300만 원, 비 개발직에는 1,500만 원 연봉 인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글코드의 전 직원 스톡옵션 지급 발표는 조만간 IPO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이렇게 통 큰 연봉 인상을 발표한 기업 이외에도 이미 스타트업계에는 '네카라쿠배 당토'라는 취업 신조어도 생겨났다. 특히 개발자들에게 파격적인 연봉 및 입사 보너스를 제공하며 연봉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를 일컫는 말이다.
이제 스타트업은 더 이상 '배고픈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곳이 아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은 일정기간 동안 헝그리 정신으로 버텨내야 하는 곳이 대다수이지만) 스타트업 업계가 성장 가능성만큼 리스크는 있으나 성장에 따라 대우도 좋아지는 곳으로 자리 잡는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
언론에서는 개발자 품귀 현상을 빚는 채용전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개발자 초봉이 6000만 원... IT 스타트업 '쩐의 전쟁에 눈물" (동아닷컴, 3/1), "치솟는 개발자 몸값에 IT 기업 간 '인력 양극화' 가속도" (서울경제신문, 3/2) 등등 제목만 보아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스타트업의 본 고장 실리콘밸리를 보면 개발자 연봉이 높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사이지만 디지털투데이에 실린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평균 연봉은?" 기사에 따르면 미국 IT 기업의 연봉 1순위는 에이비앤비로 개발자 평균 연봉이 22만 9천 달러 정도로 추정됐다. 이 기사는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노동부 외국인 노동 증명서의 급여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형 IT 회사의 평균 연봉 정보를 파악해 공개한 것을 기준으로 했다. 실리콘 밸리 대형 IT 기업은 대체로 15만 달러 이상, 20만 달러 선에서 평균 연봉이 형성됨을 알 수 있다.
게임업계를 선두로 이렇게 연봉 인상 경쟁이 펼쳐진 것은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여건 속에서도 스타트업, 특히 게임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개발자 없이는 스타트업의 미래도 없다는 불안감이 개발자 확보 전쟁을 펼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잇따른 스타트업들의 연봉 인상 계획 발표를 보면서 문득 90년대 말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의 벤처, 스타트업 전성기가 시작되던 때, 주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의 인력이동이라고 생각한다. 97년 IMF 이후 대기업들에서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이 이어지고,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더 이상 대기업 입사가 안락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대기업 등에서 스킬 셋이 쌓인 인력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합류하거나 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봉 인상을 아무 생각 없이 발표하는 대표는 없다. 인재를 확보했을 때 성장의 자신감이 보이니 연봉 인상을 얘기하는 거다. 연봉 인상을 비롯해, 해외 기업과의 M&A, 뉴욕증시 상장 등 연이어 들려오는 스타트업들의 과감한 행보가 우리 미래를 여는 걸음이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