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결혼 기념 여행
유후인 이틀째. 료칸을 옮겨서 묵기로 했다. 료칸은 저녁과 아침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한 곳에 이틀 머무는 것보다는 다른 분위기를 맛보고 싶어서였다. 유후인은 온 마을이 온천과 료칸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료칸이 수없이 많아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이 여행의 포인트였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맛있는 흰 쌀밥 (이번 일본 여행에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식당의 흰 밥 퀄리티는 예술이었다)에 정갈한 반찬들로 차려진 아침을 먹고 짐을 맡기고 한가롭게 다니기로 했다. 먼저 유후인 역까지 걸어가서 어제 밤에 도착해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유후인의 거리 산책에 나섰다. 중간 중간 기념품 가게도 가고 진짜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 가게에서 푸딩과 롤케익도 맛보며 관광객 모드를 즐겼다.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 어디인지도 모르고 구글 지도에서 찾은 소바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첫 날 묵었던 료칸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다. 5분 정도는 평지라서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경사가 높아지더니 산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겨우 차들의 교행이 가능할 정도의 길이 꾸불꾸불 이어졌고, 중간 중간 한 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료칸들이 있었다. 숨이 차고 땀이 났다. 유후인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유후다케가 한 층 가깝게 보였다 헉헉대며 도착하니 갤러리와 구글지도 평점 4.9에 빛나는 카페가 오밀 조밀 모인 곳에 소바집 무라타 후쇼안이 있었다. 식당 앞에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온 것처럼 편안모드로 쉬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수고,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식당이었다. 음식 맛으로만 보면 차라리 평범할 수도 있겠는데 위치와 경치와 실내 분위기와 서비스를 총평할 때 훌륭한 곳이었다.
점심 후에는 킨린코 호수도 가보고 유노츠보 거리에서 놀다가 두번째 료칸으로 향했다.
유후인 둘째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온천. 둘째날 료칸은 점심 먹으러 올랐던 산길 초입에 있었고, 객실은 솔직히 시골 할머니집을 연상시키는 수준이었지만 객실에 딸린 온천이 '찐'이었다. 물감으로 만든 하늘색 물에서 유황 냄새가 짙게 솟아 오르고 온천에 들어가자 마자 살갗에 막이 퍼지는 것처럼 미끈 거렸다. 물 온도가 70도 이상으로 너무 뜨거워서 조심해야 할 정도. 이미 전 날의 온천욕으로 피부결이 달라졌다고생각했는데 유황 온천의 힘으로 몇 년은 젋어진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유후인에서 한달살기를 해야겠다며 지키지도 못할 다짐을 할 만큼 온천신봉자가 되었다.
쉬는 것이 전체 일정인 여행을 하면서 우리의 삼십 이년을 돌아 보았다. 앞으로 삼십년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을 빗나갔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역꾸역 살아 내었고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의 날들도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렵지는 않다.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달래며 가족들과 주변을 잘 챙기며 또 그렇게 살아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