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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Feb 04. 2023

설날 가족 상봉

브리즈번, 여름 나라로 여행

두 번째 방문 이후 브리즈번이 정말 좋아졌다.


사실 처음에 갔을 때는 조금 심심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날씨는 내가 살았던 캘리포니아 LA와 비슷한데, 그보다는 좀 더 한적했고 소박했다. 오래 있으면 지루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브리즈번이 좋았다. 집 밥처럼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속도 편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도 첫 번째는 브리즈번의 겨울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여름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브리즈번은 확실히 여름과 잘 어울리는 도시다.



아이들도 지난번보다는 훨씬 안정적이었고 여유가 있었다. 기환이는 지난해 말, 취업비자를 받았고 차근히 영주권을 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강아지도 한 마리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보리라는 이름을 가진 똘똘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 이사 간 집도 이전 공간 보다 좀 더 넓고 편해 보였다. 아들 부부가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지난번에는 남편과 둘이었으나 이번에는 민창이까지 함께 해서 그야말로 가족 단합의 시간이었다. 기환이는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민창이가 의젓해져서 재미있는 술친구가 되었다고 좋아했다.


호주의 햇살을 느끼고 호주의 대자연이 선물한 와인을 마시고, 과일과 우유, 요거트 등을 챙겨 먹으며 마치 호주에 사는 것처럼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다 왔다.


남편과 '말년에 이곳에 와서 살아도 좋겠다'는 얘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정말 그럴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힘들게다. 그렇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시련을 주지 않는 공간에서, 사람들끼리도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부딪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곳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커졌다. 아마 호주에서는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함께 들었다.


브리즈번은 먼 곳이다. 직항이 있기는 하지만 항공료도 비싸고 일정도 많지 않아 쉽게 이용하지 못하고 경유 노선을 택하면 꼬박 하루를 써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싱가포르를 통해 경유할 경우, 싱가포르까지 6시간, 싱가포르에서 브리즈번까지 8시간을 비행해야 하고 경유지에서 5시간 이상은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눈 감으면 마음속에 그곳의 자연이 펼쳐진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체력이 허락할 때마다 자주 가야겠다. 스스로 호주에서 정착하기를 선택했지만, 부부가 떨어져 의지할 가족도 없이 지내는 아들에게도 중간중간 마음의 위안이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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