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
사회혁신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사회혁신'이라는 용어처럼 거대한 용어가 없는 것 같다. 나름 이 분야에서 일했다고 생각해 왔는데도 사회혁신 무엇인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갈피를 잡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위해 정리할 겸 글을 쓰게 되었다. 동시에 사회혁신 분야에서 진로를 고민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사회혁신이라는 바다에서 북극성을 찾아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며!
'사회혁신이란,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사회적 니즈를 반영한 사회 변화를 해법 삼아,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고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이다.'
- 글 싣는 순서 -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
1. 사회혁신의 개념
2. 사회혁신의 구성 요소와 특징
3. 전환적 사회혁신
4. 사회혁신의 층위와 사회혁신가의 여정
5. 사회적 기업가정신
6. 사회적 문제와 사회적 욕구
7. 사회 변화 이론
8. 시스템 씽킹
9. 사회적 자본: 콜먼, 퍼트남, 부르디외
10. 사회적 임팩트: 임팩트 측정, 관리, 투자
사회혁신가로서의 여정을 걷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내게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구도적 삶을 사는 중에 내 안의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심과 확인 중 어느 것이 선행 조건인지 명확히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회혁신가로서의 여정의 길이 지속가능 하려면, 반드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의 정의와 일반 기업가정신과의 차별점을 확인해 본 뒤, 세상을 바꾸는 힘,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사회혁신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찰해 보자.
배종태와 차민석(2009)은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Austin et al.(2006)의 정의를 빌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사고방식 및 행동 양식’(a way of thinking and acting to create and maintain social values without concern for current resources or capabilities) 으로 정의했다. 김재구(2022)는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뒤,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혁신적인 방법으로 비즈니스 과정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저자 데이비드 본스타인과 수전 데이비스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이란 시민들이 제도나 기관의 구축이나 변화를 통해 가난, 질병, 문맹, 환경 파괴, 인권 침해 또는 부패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인류의 각종 고통을 덜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사회적 기업가정신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레그 디스(Greg Dees)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들의 특징으로 공공가치를 창조하고,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고 혁신하고 적용하며, 대담하게 행동하고,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을 사용하며, 책임감이 강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가의 임무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품고 그 의미의 진가를 깨달으며, 실행 가능한 단계들을 구성하여 변화의 동력을 만들도록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데이비드 본스타인과 수전 데이비스는 그의 책에서 이 둘의 중요한 차이점은 ‘그들의 사업이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극대화하려고 하는가?’에 있다고 하면서, 사회적 기업가의 핵심은 다른 기관에 의해 잘못 다뤄지거나, 과소평가되며, 무시되고 있는 필수요소를 집어내어 사회적인 영향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둘은 기술과 기질의 관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주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극단적으로는 수익과 사회적 영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회적 기업가들은 사회적 영향을 수익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또한 조엘 플라이시맨은 그의 저서 『재단: 위대한 미국의 비밀』에서 한발짝 더 나간 의견을 피력했다. ‘사회적 기구는 성공적일 때 오히려 이윤을 생성하지 않고 규모의 경제를 즐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사회적 기구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거나 투자에서 발을 빼기 위한 출구전략이란 불가능하다. 때로 사회적 기구는 성장할수록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고 말이다.
한편 Austin et al.(2006) 사회적 기업가정신과 상업적 기업가정신을 PCDO(People, Context, Deal and Opportunity) 관점에서 구분(아래 영어)했는데, 김재구(2022)가 요약한 내용을 참고해 보자.
*출처: 배종태&차민석(2009).
김재구(2022) 설명에 따르면 상업적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상업적 기업가정신은 고객(시장)의 요구로 기반하여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수익 즉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두어 왔다. 이에 비해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주로 사회문제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pain point)에 주목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가 자질의 첫 요소로 공감(empathy)을 꼽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고통을 해소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론이나 도구는 상업적 기업가정신에서 볼 수 있는 경영학의 많은 솔루션들을 공유하여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창출, 즉 더 나은 삶과 사회로 변화시키는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사회혁신가라는 변화창조자들은 사회적 니즈(needs)인 사회적 고통의 문제를 주목하고, 공감적 태도에 기반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이들은 이러한 모델을 실험하고, 관찰하고, 응용하면서 목표물과 대안을 찾는 끈질긴 행위자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사회적 임팩트라는 장기적 결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혁신가들은 기업시민이 되기도 하고, 또 세계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혁신가로서의 첫 발은, 자기인식 과정을 통해 나의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며, 내가 늘, 항상, 어떤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관심과 강점이 사회의 어느 필요와 교차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사회혁신가의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지 사회혁신가들은 완결이 아닌 과정 중에 있음을 잊지 말자.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사회혁신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사람 또한 여전히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혁신가가 풀고 싶어하는 사회문제와 사회적 필요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가도록 하자.
<참고 문헌>
김재구(2022), 「사회적 기업가정신 분야의 주요 이슈와 향후 논의를 위한 제언」, 《기업가정신연구》, 3(2), 21-46쪽
데이비드 본스타인ᆞ수전 데이비스(2012), 《사회적 기업가 정신》, 지식공장소.
배종태ᆞ차민석(2009), 「기업가정신의 확장과 활성화」, 《중소기업연구》, 31(1), 109-128 쪽.
변미리ᆞ박미진(2019), 「서울은 사회적으로 혁신적인가? 서울시 사회혁신 정책을 중심으로」, 《IDI도시연구》, 15, 59-101쪽.
Austin, J., Stevenson, H., & Wei-Skillern, J. (2006). Social and commercial entrepreneurship: Same, different, or both? 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 30(1),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