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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be amaranth Sep 05. 2015

사랑, 그 이상의 이야기

영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This is not just Love Story. 

The Great Gatsby





수 년 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접하게 된 후, 지금까지 3번 이상은 본 것 같다. 처음엔 막연히 화려했던 1920년대 미국의 모습에 매료되었던 것 같고, 그 다음엔 비극적 결말이 주는 진한 여운에 오래도록 빠져 나오지 못했었다. 그 덕분일까. 사실 짜릿한 전율 같은 건 이 작품에서 느낄 순 없었지만, 대학 시절 내게 남은 몇 안 되는 영문학 작품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2013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개봉 소식은 내게 더 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일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영화의 평이 어떻든, 내 눈으로 직접 봤어야 했다. 텅 빈 상영관에서 두 눈 가득 담았던 <위대한 개츠비>, 그 날 나는 개츠비의 또 다른 모습을 봤다.





│Roaring Twenties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시대 배경이 된 1920년대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 자본주의 역사 중 가장 화려한 모습을 간직한 1920년대는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급격하게 강대국 반열에 오르면서 찾아 온 미국의 황금기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을 여기저기 세울 정도로 여유가 가득했던 반면, 허영과 사치만 쫓다 도덕성이 결여된 혼란이 공존했던 시대다. '재즈 시대(Jazz Age)'로도 불리는 1920년대의 사회상은 영화 속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가상의 공간 '이스트 에그(East egg)'와 '웨스트 에그(West egg)'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이스트 에그'는 극 중 톰 뷰케넌과 같이 기존 세습을 이어 온 부자•귀족의 터이며 '웨스트 에그'는 당시 부와 명예를 얻게 된 신흥 부자•귀족들이 사는 곳이다. 개츠비가 이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로, 톰과 갈등을 빚게 되는 이야기를 장소를 통해서도 드러내고 있다.





물질의 풍요를 만끽했던 시대이니만큼 화려한 영상미와 1920년대의 패션을 보는 재미만큼은 인정할 만한 하다. 데이지를 통해 가감 없이 재현되는 당시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던 ‘가르손 룩(Garconne Look)’은 길고 폭이 넓은 플리츠 스커트와 짧은 헤어스타일에 눈썹까지 눌러쓰는 모자가 주를 이룬다. 이는 스타 커스튬 디자이너 캐서린 마틴(Catherine Martin)이 담당했는데, 작품 속 데이지의 캐릭터 이미지 분석과 역사 고증을 통해 영화 속 룩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또한, ‘프라다’와의 협업도 큰 관심을 모았었는데 캐서린 마틴과 함께 칵테일 드레스와 이브닝 드레스등 총 40여 벌을 비스포크 컬렉션으로 제작했다. 그 중 프라다가 꼽은 최고의 룩은 크리스털로 장식한 골드 파티 가운이라고. 재즈 시대를 상징하는 에메랄드, 토파즈, 골드 등의 주얼리와 당시 재력을 상징하는 롤스로이드 자동차 등 화려한 소품까지 합세해 1920년대 룩의 정점을 이룬다.





│Is he Great?


가난한 집안 출신에 전쟁 참전으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 데이지를 떠나 보내야만 했던 한 남자는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개츠비가 되어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연다. 그녀는 이미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 뒤였지만, 개츠비에게 흔들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잠식한 비극적인 결말이 남긴 것이라곤 개츠비의 처절한 순애보와 애처로운 죽음뿐이다. 여기까진 누구나 알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스토리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궁금한 건 개츠비가 정말 위대한가, 그렇다면 왜 위대한가 라는 점일 거다. 먼저 겉으로 드러난 사랑 이야기로 접근해 본다면 그가 위대한 이유로 한 여자만을 향한 순정과 희생을 꼽을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쾌락에 젖어 살았던 1920년대의 사람들 중 올 곶은 마음을 가졌던 건 개츠비 뿐이다. 데이지의 남편인 톰에겐 자동차 정비공의 아내 ‘머틀’이라는 정부가 있었고, 데이지 역시 톰과 개츠비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여자였다. 그야말로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한 국내 영화에서 'x년'이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겼던 첫사랑 같은 존재인 거다. 둘째는 개츠비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이다. 1920년대를 기점으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개츠비는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미국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낭만적이고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면서 순정까지 간직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서 미국의 모습을 ‘위대함’이라는 단어에 빌려 말하고 있다. 마지막은 원작 소설의 작가를 통해 들여다 본 의미다. <위대한 개츠비>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피츠제럴드 역시 가난 때문에 약혼녀에게 파혼을 당했지만 부를 거머쥐면서 결혼할 수 있었고, 결국 사교계에 빠져 타락한 인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런 작가에게 ‘개츠비’라는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어 위로와 위안을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지 않았을까.






영화는 데이지의 집을 밝히는 등대의 초록색 빛이 보여지며 끝이 난다. 데이지의 집을 바라보던 개츠비의 눈엔 수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영화를 몇 번이고 헤아렸다. 기억 속에 있던 그의 눈빛이 금세 눈 앞에 그려진다. 그 이유라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그의 눈빛이 말을 건넨다. 어쩌면 개츠비가 위대한 진짜 이유는 그의 눈빛이 가진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만드는 힘 같은 것.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렇다. 당신에게 그를 위대하게 만드는 ‘무언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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