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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be amaranth Apr 02. 2019

여성 서사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최근에 본 여성 서사 영화 둘, <캡틴 마블>과 <더페이버릿>




1.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 2018



I'm on my side, Always.

사실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많이 봐왔다. 막강한 힘을 가진 왕의 총애를 받고 권력을 얻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경쟁을 하다 끝내 파멸에 이르는. <더 페이버릿>도 정확히 그 결을 따른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서사의 중심엔 여성 캐릭터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느 영화들처럼 이용만 당하다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장치로 소비되지 않으며, 당당히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드러내고 그것을 쟁취하고자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세 명의 여성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여기서 수동적이며 어리석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건 남성이다. 덕지덕지 화장을 덧칠한 얼굴로 “남자는 예쁘게 보여야 해.”라 말하고 여자의 등에 업혀 부를 얻으려는 모습이 전부. 이것만으로도 너무도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세 배우의 연기, 란티모스 감독의 미쟝센, 음악과 미술까지 더해져 영화는 크기를 잴 수 없을 만큼의 큰 짜릿함을 선사한다.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파장이 깊은 감정의 동요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씁쓸하지만, 결국 변화는 작지만 꾸준한 시도에서 시작된다는 걸 안다. 편견은 거기서부터 깨진다. 이런 이야기 덕분에 여성으로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자주, 다양하게, 그리고 모든 영화관에서 고루 보고싶다. 더 많은 이가 여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건 곧 세상을 바꾸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캡틴 마블 CAPTINE MARVEL, 2019



Higher, Futher, Faster.


캡틴 마블은 크리 족의 피와 테서렉트에서 막강한 힘을 얻은 순간부터가 아니라, 캐럴 댄버스였을 때부터 이미 ‘여자(her)’를 넘어 ‘히어로(hero)’ 였음을 보여줬다. 여자란 이유만으로 안 된다는 무시와 조롱을 받으며 넘어지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캐럴은 다시금 비장한 표정으로 일어나 괄시에 맞섰고 결국,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영웅이 된 것이다. 



덕분에 어린 캐럴부터 성인이 된 캐럴이 차례로 일어서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지다 못해 눈물이 날 뻔했다. 그건 비단 캐럴만의 아픔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 보았을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쉽게 주체하지 못하는 강한 힘을 비명을 지르며 즐기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평생 자신의 삶을 옥죄던 통제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서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시종일관 턱을 들고 남성을 내려다보는 시선과 마치 위를 선점한 이의 여유 넘치는 표정을 보여주는 듯한 브리 라슨의 연기 역시 캡틴 마블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면하기 위해 끝까지 자신을 증명하라는 찌질하기 그지없는 남성에게 캐럴은 “난 네게 증명할 필요 없다” 말했지만, 그녀는 그 자체로 증명해냈다. 오직 캡틴 마블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영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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