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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Feb 24. 2019

발리-대만 대가족 여행 14> 우붓의 몽키포레스트

2018.1.7

발리에서의 첫 일정으로 우붓을 잡았다.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면서, 바다가 없는 섬의 정 중앙이라 관광지 개발의 발톱에서 비켜갈 수 있었고, 지금은 오히려 그런 자연과 독특한 문화적 요소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곳.

뭐, 줄리아 로버츠가 논 한 가운데 개방형 빌라에서 생활하는 모습, 그리고 우붓의 도인이 흘리는 알듯말듯한 말 때문에 신비감을 잔뜩 풍긴 게 획기적 계기가 된 것도 같고.

여튼 옛날 고건축 양식의 사원이나 왕궁, 밀림과 재래식 고랭지 농업, 논농사가 자연스레 어울려있는 느린 공간이 매력적인 곳이다.


우붓 중에서도 우리 대가족의 첫 방문지는 몽키포레스트.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24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야생 원숭이를 만나러 오던 시절도 물론 있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름다운 숲울 만나기 위해서 찾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원숭이가 참 많긴 하다.

발리에서 원숭이떼를 만나기 좋은 곳은 이곳 몽키포레스트와 울루와뚜 사원인데, 

'발리에서 생긴 일'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된 절경의 울루와뚜 사원 원숭이들은 영약하고 고약한 편이고, 이곳 우붓의 원숭이들은 그렇지는 않다. 뭐 그래도 늘 달달구리에 굶주려 있고, 어쩌면 탐욕스레 보이기도 하지만...

즉, 원숭이의 습격에 주의해야 한다.




청명하기 그지 없는 소순다열도의 대기 아래 숲이 시작된다. 몽키 포레스트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러 곳인데, 주로 단체로 버스를 타거나 차를 가지고 오면 이곳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사진에 보이는 건물을 거쳐서 들어가게 된다.




마치 울룬다누 사원을 흉내낸 듯, 수로 위에 놓인 건물에서 숲으로 난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발리는 정말... 신들의 땅이다.




숲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발리에서는 신들이 드나드는 문을 저런 식으로 만들어 놓는다. 물론 인간들도 드나들지만 인간만 드나드는 문의 크기는 지나치게 작다는...




어딜가나 가족 사진을 한 장씩 남기겠다는 원칙에 따라 몽키포레스트 입구에서 한 컷.

굳이 가이드가 없어도 될 것 같다 했는데도 어거지로 붙여준 아르민이 담아준다.

그렇군. 덕분에 나도 첨으로 사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숲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꼬맹이들은 이런 예쁜 도마뱀을 잘도 찾아낸다.




빛이 부족하고 습해서 그런지, 어디나 이끼 투성이다. 밀림의 전조?^^




신기하게 동굴속을 빠져나오자마자, 원숭이들이 대기 중^^





꼬맹이들이 신났다. 




물론 나라를 막론하고 말이다.^^




몽키포레스트에서 가장 우람한 나무앞이다. 자연스레 광장 or 교차로 역할을 하는 곳인데, 신령스런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맹그로브 나무와 반얀트리를 구분할 줄 몰라서... 여튼 거꾸로 자라는 나무.

여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숲이 시작된다.




재작년 'J'와 여기 왔을 때, 어미 원숭이한테 허벅지를 물린 적이 있어서 큰 녀석들, 특히 새끼를 안고 있는 어미나 애비 근처는 좀 겁난다. 지 새끼한테 해꼬지라도 할까봐 잔뜩 경계하는 녀석들은 조심할 것.




그래도 사진으로만 보면 참 단란한 가정^^ 같은... 녀석들 속에 끼어서 꼬맹이들 한장씩 박아주고~





보통 고구마 같이 생긴 걸 곳곳에 나눠주는 분들이 보이는데, 이놈들 늘 먹을 수 있는 그것보다 관광객들이 주는 달달한 먹이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숲길 군데군데 바나나를 파는 부스가 있기도 하고.

애들 성화에 바나나 한 손을 산다.

원숭이들 세계도 계급사회라서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놈들이 주로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독차지 하는데, 큰 놈이 가까이 오면 숨기고 작은 놈에게 주려고 해도,

뒤에서 올라타는데야...


강토 힘이나 원숭이 힘이나 비슷한 지, 손과 바나나를 너무 쉽게 분리해서는 입으로 바로...




그렇게 야생의 동물과의 신체 접촉이 기분 나쁠리는 없지만, 이놈 쓱 가져가는 게 아니라, 아예 자리를 잡는다. 

"아빠, 무거워~"

미안해. 아빤... 좀... 무서워~




아니나 다를까.

내 배낭에서 바나나가 하나씩 나오는 걸 눈치챈 놈들은 황금알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위배를 노린다.

순식간에 올라와서는 빠르게 지퍼까지 내리는 놈.

지퍼를 다시 닫으려는 나와 실랑이 중이다. 모두 놀라 기겁하고 있는데, 이 순간을 포착한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어머니^^ 아들의 안위보다는 기록에 방점을 두신... 마흔 넘으면 다 컸다고 봐야...





숲길 안쪽으로 좀 들어가면 제법 규모가 큰 사원이 하나 있는데, 그 앞은 이 숲에서 제일 넓은 광장이다.

여기도 원숭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의도치 않게 덩치들에게 모든 바나나를 뺐기고 하나 남은 걸 겨우 작은 녀석에게 인도하는데 성공.ㅎㅎ

혹시나 형아들이 쳐들어올까봐 인간 방패막을 만든 우리 식구들.




체할라 천천히 무라~




광장을 사이에 두고 사원과 마주보는 곳에 공회당이 있다. 보통 발리에서 마을 단위의 사원 정도 규모에는 이런 공회당이 같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의논도 하고, 쉼터도 되는 그런 곳으로 보이는데, 규모가 큰 건축물이고 거의 모두가 정자처럼 기둥만 있지 벽이 없다.




여기 벌건 대낮이라 진짜 '늘어지게' 자고 있는 박쥐가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공회당 아래로 한층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으면 물이 흐르고 반얀트리 나무가 제멋대로 엉킨 신비감 가득한 이런 곳에 닿는다.




이놈들, 자기들 집에 해만 뜨면 나무를 타지 못하는 다른 종이 늘상 찾아오는 게 익숙한 듯, 참 자연스럽다.




타잔의 배경이 이쪽 동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아아아~ 하면서 공중에서 타고 다니는 게 이런 반얀트리(아니면 맹그로브) 줄기가 아닐까 싶다. 원숭이들은 이 나무가 길이고 집인 듯.




물이 이렇게 고인 곳도 신이 깃든 곳이란다. 즉, 사원이다.




헉. 남자다. 보통은 원숭이와의 신체접촉에 놀라 손에 쥔 바나나를 놓치기 마련인데, 움켜쥐고 있다.

"먹고 싶어? 그럼 여기서 먹어, 어디 가져가지 말고..."




늘어진 나무들 사이로 난 아치형 다리를 지나면 몽키 포레스트 탐방은 끝이 난다.

원숭이들 실컷 보는 맛에, 남부지역과 달리 우붓 숲이 주는 시원한 맛에 올때마다 만족하는 곳이 이곳이다. 

사고는 없었다. 원숭이들이 물어도 사정없이 물어 뜯지는 않는다. 아프거나 상처가 나서가 아니라 놀라서 우는 정도.

저번에 왔을 때 내가 물린 자리는 피멍까지 베었지만... 흔한 일인지, 출구쪽에 있는 보건소 가도 알콜솜 한 번 쓱 문지르고 가라고 할 정도로 대수롭잖게 여긴다. 


원숭이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된다. 특히 새끼 원숭이한테는. 보통은 사진 찍는다고 뒷걸음질 치다가 본의아니게 다가가서 위협의 대상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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