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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Aug 16. 2021

"아마 자기 죽어도 사람들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거야!"


"아마 자기 죽어도 사람들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거야!"


토요일 오후 1시에 나가서 밤 11시에 들어왔다가...다시 일요일 새벽 4시 30분에 집 떠나 점심 12시 무렵에 돌아온 나에게 아내가 건넨 말이다.


좁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금강이 흐르는 야트막한 산 자락에 위치한 농막에서 시원한 바람과 음악과 이야기와 귀한 음식이 웃음과 함께 한 시간을 보냈다.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천의 한 농막 @손주한사무국장

그리고 일요일 계족산 둘레길을 돌며 또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흠뻑 취해 돌아온 나에게 집을 지키고 있던 아내가 한 말이 뜻밖이었다.

일요일 새벽 계족산 둘레길 걷기 @이수철박사님

"아마 자기 죽어도 사람들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거야!"


난 깜짝 놀라


"왜?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어?"


하고 항변(?)했다. 혼자 사방팔방 놀러 다닌 것이 찔리기는 했지만, 사람들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라니 내가 인생을 그리 잘못 살았나 싶었다.


아내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그렇게 지 하고 싶은대로 원없이 놀다 죽었는데 누가 슬퍼하겠어? 원없이 잘 살다 갔다고 하겠지?"


헉..


칭찬인지? 욕인지?잘 판단해야 한다. 아내의 말에 숨겨진 의도를 잘 읽어야 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아내의 말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만날 지청구를 듣는다.


결국 아내의 이야기는 다행이다라는 이야기였다. 늘 조용하게,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또는 기껏해야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자신의 내면에 늘 집중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아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 삶이지만...


그래도 내가 그리 신나서, 흥분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온 것에 대해 환희에 찬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잘 살아서 다행이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은 슬퍼할까? 슬퍼해야 할까? 


아내 말대로 잘 살다가 갔으니 잘 죽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은 최고의 칭찬 아닐까?


어떤 철학자는 우리가 세상을 열심히, 제대로 살아야 할 이유로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이들에 대한 '평가'와 '기억'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목사님은 천국에 가는 길인데 슬피 눈물 흘리는 것은 잠시동안 떨어져 있는 이별의 아쉬움이라고 했다.


세상에 소풍 왔다가 천상의 세계로 돌아간 시인의 죽음을 우리는 슬퍼해야 할까?


아내의 기준에서 보면 슬퍼해야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삶이 기구해서, 제대로 꽃 피우지 뭇해서, 못다한 것이 많아 한을 간직한 채 떠났기 때문에...그러한 이유로 그 삶에 대한 동정,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이 없도록 더 잘 놀아야겠다. 잘 살다 또 다른 세상으로 잘 떠나갔노라 남은 이들이 추억할 수 있도록 오늘도 잘 놀아야겠다.


함께 노실래요?


덧....저랑 함께 놀아주신 분들 참 고맙습니다^^


덧...옥천 사진은 손주한 사무국장님, 계족산 사진은 이수철박사님 작품입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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