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 [모모]는 단지 동화일까?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선배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어.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저쪽에서는 속도가 딴판이야. 눈이 핑핑 돌 지경이라니까. 우리는 날마다 건물 한 층씩 쌓고 있어. 한 층 한 층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거야.”
그는 별안간 입을 다물고 거칠고 딱딱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더니, 갑자기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보다시피 난 또 너무 술을 많이 마셨어. 하지만 안 마시면 우리가 거기서 하는 일을 견딜 수 없거든, 정직한 미장이의 양심에 어굿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모르타르에 모래를, 해도 해도 정말 너무 많이 섞어, 아마 4, 5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 다음에는 누가 기침만 해도 와르르 무너져 버릴 거야. 모든 게 엉터리야! 비열한 엉터리! “
한 건설노동자의 고백을 들으며 대세남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사건이 떠오르시나요?
지난달 11일 오후 우리 국민들은 모두 경악했습니다. HDC 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한꺼번에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실종되었고, 한 달이 다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피해자 일부는 잔해에 매몰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소개했던 건설노동자의 증언은 이번 사고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소개할 책 미하엘 엔데의 [모모] 112쪽에서 미장이 니콜라가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모모]는 1973년 출간 이후 3,000만 부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모모]에 대해 세계 언론은 금전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이 담긴,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사로잡는 환상적인 작품이라고 칭찬합니다.
약 50년 전 동화 속 이야기가 어떻게 아직도 현실일 수 있을까요?
이번 참사 역시 원가 절감을 위한 무리한 속도전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합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을 '인간의 탐욕'과 '기술 과신'으로 짚었습니다.
모모 책에서 니콜라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난 돈만 벌면 그만이잖아. 그래, 시대가 변하고 있어. 전에는 나도 달랐지? 남들에게 떳떳이 내놓을 수 있는 걸 지으면서 내 일에 대해 긍지를 느꼈어. 하지만 지금은 돈을 많이 벌면 미장일을 때려치우고 딴 일을 할 거야.”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팔아버린 니콜라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양심과 안전은 내팽겨버립니다.
회색신사는 끝없이 우리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시간을 절약하면 나날이 윤택해지는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경고합니다.
책 95쪽, 옷을 잘 입긴 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눈빛에는 상냥한 기미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심지어 여가 시간까지도 알차게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즐거움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오락을 찾았다.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갖고 또는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은 방해가 되었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이것이 과연 책 속 이야기일 뿐일까요? 혹시 2022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아닐까요?
책에서는 결국 회색신사의 음모에 맞서 모모가 세상을 바꿔놓습니다.
책 360쪽
아이들은 길 한복판에 나와 놀고, 어디서나 사람들이 서서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의사들은 환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돌볼 시간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회색 시간의 삶이 아닌 모모의 삶을 살려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월27일부터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다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공약으로 주4일제, 기본소득을 내건 후보들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 시민들이 선택해야 합니다. 회색신사와 모모의 삶 중 어떤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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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희망의 책 대전본부가 kbs1대전라디오 5시N대세남과 함께 펼치는 독서캠페인...[책으로 읽는 시사]
미하엘 엔데 작품 [모모]를 소개한 내용입니다.
다음은 위 원고가 편집되어 방송된 유튜브 동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