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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l 08. 2024

[가정] 워킹맘만 전업맘이 부러운 것이 아니더라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언니 나 오늘 아침에 애 데리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정장 차림에 사원증 목에 걸고 있는 여자 보니까 너무 부럽더라.”


“그래?”


“응. 나는 세수도 안 하고 옷도 대충 입고 나와서는 애랑 같이 타고 가는데, 그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거리고 빛이 나더라고."


“그랬구나.”

몰랐었다.


나는 내가 워킹맘이었기에 평소 전업맘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매일 새벽 6시면 일어나서 밥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더 자고 싶어 하는 아이를 겨우 깨워서는 아침을 챙겨 먹이고, 허겁지겁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 다시 발길을 돌려 정신없이 회사로 출근하는데, 그때 여유롭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는 삼사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순간 나도 그러고 싶었다.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이런 딱딱한 옷이 아닌 편한 차림으로 나와서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웃으며 헤어지고 싶었고, 아이를 보내고 난 후에는 동네 엄마들과 수다도 떨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아이가 오기 전까지 TV 채널도 좀 돌려보고, 잠이 오면 잠도 자고, 음악을 들으며 책도 읽고, 집안일도 하고,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마치고 나면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과 함께 어울려서 아이가 원할 때까지 놀이터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주고 싶었다.


나는 내가 비록 그만둘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힘들게 다니고는 있지만,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현실적으로 여건만 된다면, 매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워킹맘의 삶이 아닌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전업맘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친한 동네 동생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전업맘이 워킹맘이 부럽다고? 아니 이 생활이?’


나는 처음에는 동생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더니, 차츰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전업맘의 눈으로 보고, 전업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말이다.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가보지 못한 전업맘의 삶과 생활에 아쉬움이 남고 그래서 하고 싶듯이 전업맘 역시 전업맘이 겪지 않고 경험해보지 못한 워킹맘의 삶과 생활이 궁금하고 한 번쯤 해보고 싶을 것이었다.


‘내가 저렇게 꾸며본 적이 언제였는지,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쁘고, 멋지고, 당당해 보인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저 여자도 아이를 키우는데 저 여자는 회사까지 다니며 일도 한다. 나나 저 여자나 하루 24시간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저 여자는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곳을 다닌다. 왠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이나 저 여자의 생활도, 인생도 나보다는 더 근사할 것만 같다.


나에게는 아이와 남편이 전부인데, 저 여자에게는 회사도 있고, 일도 있다. 나는 매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이 어정쩡하고 심심하게 하루를 보내는데, 저 여자는 회사에 가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까? 물론 일을 하느라 힘도 들겠지만, 힘이 든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도 더 많을 것만 같다.


저 여자는 돈을 버니 나보다는 남편과 시댁과 아이에게 더 당당하고 큰소리칠 수도 있을 것이다. 저 여자는 집안 살림을 적당히 해도, 가끔 반찬을 사다 먹어도 회사일 한다고 바쁘니까 그런 것 가지고 남편이 뭐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40이 되어도 50이 되어도 60이 되어도 현재 이 생활에서 변함이 없을 텐데, 저 여자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회사에서 자기 위치도 올라가고, 월급도 많아지고, 인정도 더 받을 것이다. 나는 매일이 같은데, 저 여자는 매일이 다르고 그러니 나는 계속해서 같은 인생을 저 여자는 계속해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만 같다.‘



내가 만약 전업맘이라면 워킹맘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나도 이미 육아휴직을 만 2년 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전업맘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애를 키우면서 지내보니 즉 전업맘으로 좀 살아보니 전업맘도 워킹맘만큼이나 나름의 고충이 있다.


매일 허덕이는 워킹맘의 입장에서는 전업맘이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겪어본 전업맘의 생활도 힘들긴 하다.


전업맘의 힘듦이 워킹맘의 힘듦과는 조금 다르지만, 종류가 다른 힘듦이 전업맘들의 삶에도 분명 있다.


내가 전업맘의 삶을 경험하고 느낀 바에 의하면 일단 좀 무료하고 답답하다. 내가 집에 있어보니 따로 운동을 하거니 취미생활을 하거나, 사람과 약속을 잡아서 나가지 않으면 집에서 나갈 일도 만날 사람도 거의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집에서 지내보니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하고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집에서 나가는 순간 다 돈이기 때문이다. 집이 원래 부자거나 남편이 웬만큼 벌어다주지 않는 한 사실 전업맘들은 자유롭게 무언가를 하고, 사고,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전업맘들은 주로 집에서 지내고,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니 집에서 매일 혼자 아니면 아이하고만 지내니 심심하고 외로운 경우가 많은 것이었다.


그리고 전업맘들이 집에서 하는 일이 단순 반복적인 일에다 해도 안 해도 티가 잘 나지 않고, 잘해도 어떤 보상이나 결과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해도 성취감이 잘 안 느껴지고 않고, 그러니 신나거나 재밌지도 않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하기는 하는데 그냥 해야 하니까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하다가도 맥 빠질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전업맘 일만을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갑갑하다.


그 외에도 전업맘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자칫 자기 자신을 잃고 살기가 쉽다. 내 이름이 불리거나 쓰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로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며 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찾지 않는 한 대부분 자신을 잊고 살게 된다. 그건 어쩔 수가 없다. 가정주부,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내가 아니라 남을 빛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중간에 공을 연결해 주거나 멀리 간 공을 주워오거나, 혹 경기가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준 사람이 아닌 공을 넣거나 쳐서 경기 점수에 영향을 준 사람만 기억하는 것과도 같다. 전업맘의 역할이 바로 집에서 가족들을 잘 챙겨서 아무쪼록 안이나 밖에서 가족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업맘은 집안일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공부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적당히 하면서 지내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느끼지 못해 자주 공허감에 빠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내가 전업맘으로 지내면서 전업맘의 마음으로 느끼고 생각한 전업맘의 힘든 점과 고충들이다.


이처럼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맘이 부러웠고, 전업맘은 또 전업맘대로 워킹맘이 부러웠다. 이것만 봐도 역시 사람은 살면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가지고 싶고,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이 가고 싶나 보다.


만약 전업맘으로 살고 싶은 워킹맘은 전업맘으로, 워킹맘으로 살고 싶은 전업맘은 워킹맘으로 바꿔서 살게 해 보면 어떻게 될까?


아마 바뀐 상태로 또 서로를 부러워하고 그래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겠지?


그렇게 생각해 보면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최대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워킹맘이신가요? 전업맘이신가요?


당신이 이 둘 중 어떤 모습으로 살면서 그 삶이 가끔 힘들고 버겁다고 할지라도 이것 하나만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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