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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종 Feb 21. 2024

enlivenment


가수면상태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하면 수면상태는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고 자고 있지 않은 상태도 아닙니다. 램수면이라고도 하는데, 깊이 잠든 상태는 아닙니다. 주변의 변화를 의식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말하는게 들립니다. 그런데 그게 꿈인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요즘 수면의 질이 많이 나쁘다 보니 자각몽을 경험하곤 합니다. 꿈을 꾸다가 꿈속에서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겁니다.  자각몽이라고 하면 <인셉션>같은 영화에서나 보는 일이 아닌가 할 수 있는데, 자각몽은 실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자각몽이라는 게 있다면 자각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거꾸로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꿈과 같은 것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장자의 호접몽과도 같습니다.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자각생은 삶을 대하는 시선과 관점 자체의 근본적인 전환을 필요로 합니다.  매직아이와도 같습니다. 매직아이는 1990년대 유행했던 입체화 그림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무작위 패턴이 반복되어 있는 그림 같은데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선명한 형태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착시현상과   비슷한 것 같지만 좀 다른데요.  시야의 초점을 흐리게 해서 그림을 볼 때 그 속에 있던 글씨나 그림이 3D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자각생이란 지금의 삶을 보는 관점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것입니다. 항상 깨어 있는 의식으로 모든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도 득도하고 성불한 거죠. 깨달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자신의 본래 모습인 의식으로 깨어 있는 것이 본인의 개체성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허무한 것이 아니라 무상한 것입니다.


자각생이란 깨달음(enlightenment)의 초연한 상태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enlivenment)의 유쾌한 상태를 즐기는 것입니다. 깊은 산 속 외딴 오두막에서 벽을 보고 깨달음의 상태에 잠겨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뛰어나와 지금의 삶을 긍정하고 한껏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움츠려있지 않고 삶을 부딪치며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enlivenment"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활기있게 만듬"이라는 뜻이 있네요. 활기는 살아 있는 기운입니다. 살아 있다면 마땅히 내뿜어야 할 기운이 '활기'입니다.


오늘 편지는 영국의 신비주의 철학자인 티모시 프릭의 책 <깨어나세요> 에서 읽었던 내용을 일부 참고해서 적어보았습니다. 


날이 여전히 춥습니다. 춥지만 움츠려있는 대신, 활기 찬 삶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깨어있으시기를~ 하지만 잠은 항상 푹 주무시기를 바라며 오늘 편지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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