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의 첫여름이 지나갔다. 우리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가면 호수가 나온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평야를 지나고 호수에 도착해서 수영을 하다 보면 여름의 바지 자락을 잡고 늘어지고 싶을 정도로 여름이 좋았다.
우리 아빠는 통영 욕지도 출신이다. 그래서 우리 아빠는 사람은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내가 어릴 적부터 동네 수영장을 다니며 수영을 배우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도 바다에 놀러 가거나 워터파크에 놀러 가도 물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항상 신나게 놀 수 있었고, 당당하게 나 수영할 줄 아노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스웨덴에서 수영을 하려니 몸이 물에 뜨지 않았다. 바다에서 혹은 발 닿는 곳에서만 수영해봤던 나는 소금기 없는 깊은 호수에서는 가라앉기 마련이었고 갑자기 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되었다. 스웨덴에서 친구들과 수영을 하러 갔다가 물 빠진 생쥐처럼 허우적대기 마련이었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는 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더운 여름날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이 스웨덴에서 30분 거리에 수영할 수 있는 호수가 있다는 것은 소설에서만 나올 것만 같은 설레는 경험이었다.
처음에 스웨덴에 올 때에는 수도인 스톡홀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하나 없었는데 이제는 스톡홀름도 웁살라도 내 고향처럼 편안하다. 스웨덴에는 아름다운 도시가 많이 있다. 가보고 싶은 소도시는 너무나 많고 언젠간 다 가보리라 다짐하지만 마음을 먹고 다른 도시에 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번 여름에는 웁살라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Gävle와 Öregrund를 다녀왔다.
Gävle
Gävle는 커피와 염소 인형으로 유명한 소도시이다. 여느 스웨덴의 소도시가 그렇듯 관광객은 나뿐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소도시였다. 스웨덴스러운 올드타운이 살아있는 민속촌 같이 아름다웠다. 겨울에는 예블레의 상징인 염소 인형을 큰 광장에 세워둔다고 하는데 그 인형을 보러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한번 예블레에 다녀오고 싶다.
Öregrund
Öregrund에 가는 버스는 웁살라에서 한 시간에 한대씩 있다. 나와 나의 친구는 느긋한 시간에 만나서 출발하기 전 웁살라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다 버스를 두 번 놓치는 바람에 3시가 넘어서야 Öregrund에 도착했다. 그 날은 천둥번개가 친다며 일기예보가 나왔었는데, 우리의 게으름과 달리 날씨는 굉장히 맑고 상쾌했다. Öregrund에는 너무 맛있어 보이는 해산물 음식점과 카페들이 많아서 배불리 웁살라에서 점심을 먹고 온 것이 후회되었지만, 길에 열려있는 사과를 따먹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지금 스웨덴은 벌써 가을이 와서 니트와 긴바지를 입어도 쌀쌀하지만 올해 여름은 잊지 못할 행복한 계절이었다. 사실 작년과 올해 겪은 스웨덴의 첫겨울은 생각보다 너무 길고 어두워서 겨울이 오는 것이 살짝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그때가 되면 겨울을 즐길 수 있을만한 이유가 또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여름아 Hej d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