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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사순 Dec 31. 2023

너와 나의 교통사고

열 번 건드리면  돌진해.

너무너무너무 바쁜 11월이었어.


어느 쌀쌀한 날 새벽,

아이들을 챙겨놓고  출장으로 평소보다 일찍 나섰는데


그날따라 집 앞 군부대 앞도 어둡고...

나는 손이시려 장갑을 끼면서 천천히 운전 중이었는데

뭔가 느낌이 쌔했어...

쿵!!!

가슴이 울컥했는데

아 어떤지

내다볼 새도 없이 그냥 출장을 출발했지.

어차피

범퍼카 됐고, 새 차 바꿀 준비 하자 하고.


아 두 시간을 달려 출장 간 학교에 주차하고

내려서 봤는데 심각한 거야 ㅠㅠ

차를 타고 다니는 내내 마주 오는 차들이 내 범퍼를 구경했어 ㅎㅎㅎㅎㅎㅎ

새로 입사한 샘이

계속 범퍼가 왜 그러냐면서 고치라고 입방아를....


이틀 전엔 앞에 샘이 고속도로를 가다가

날아오는 다른 차 와이퍼가 꽂혀서 보닛 전조등

다 갈아야 했는데.

붕븡카 왼쪽눈을... 와이퍼가

타이어나 앞유리에 와이퍼가 박혔으면

멀리 떠날 뻔했다고... 결혼식 날 잡은 예비신랑이

큰일 날 뻔했지.


아니,

차만의 교통사고가 아니고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새로운 인류가 나타나서

진짜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식은땀이 났었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

호기심인듯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비웃음과 비아냥으로 표현하는 꽈배기 같은 매력?


익히 다른 사람들에게 차단당했었다는 과거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나에게 여러 번 말했던 부분의 말머리가

‘저에겐 다른 사람들이 매우 냉랭하게 대했었어요’


그 이유는 자신의 대화방식이

대화의 교통사고를 유발함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었지.


그래서

나란 사람은 바보같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전에 친절하고 순수했던 멍텅구리 같음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사람을 대할 때 매운맛인지, 순한 멍텅구리맛인지 간부터 본다음에 자기 입맛대로 자기만의 대화방식으로 선을 넘는 녀석이 되어  뒤통수를 때려버린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되었지.


이런 심리적인 교통사고를 당하면 당할수록

사람은 강해지는 걸까, 상처가 쌓이는 걸까.


이주일 동안 열 번 정도 참다가 말해줬는데,


요즘말로 “너 T야??”라는 표현처럼


‘샘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시나 봐요’

‘관리자로 오신 거 아니잖아요?’

‘지적질처럼 질문하면 듣는 사람 기분 나쁠 수 있어요.’

‘제 자리, 제 책상 위에 있는 인형이나 물건들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신경 쓰지 마세요. 제영역이니까요.‘


뱉는 듯이 참았던 말들이 또르르...

초면부터 무례하고 불쾌했었는데


친절하고 명랑한 멍청이에서

근엄 진지 팩폭 따발총으로 변신~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고

열 번 정도는 참고 방어만 해주는데


인간의 본초적인 선과악의 경계를 넘게 하여

아수라의 헬게이트를 열어준 님아.

조심하세요.

요즘말로 너 뭐 돼?

어제까지의 대단한 자신에 빠져

출근 첫날부터 현재 당신이 마주한 환경에 불평불만부터

주위사람들 폄하까지.

너에대한 기본은 여기까지다옹~~~~~

사람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후임자에게 업무를 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윗사람에게 불려 가 잘해주고 뒤통수 맞을 짓 하지 말라는 훈계도 들었는데...


뭐가 그렇게 뒤통수 맞을 짓이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문제는 과도한 친절함이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었지.


앞으로는 서로 불편하고 불쾌한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일단락했지만,

여전히 옆자리에 앉아있는 새로 온 샘은

밤운전 때  빨 리가라고 껌뻑대는 광란의 운전자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어.

살면서 무례한 운전자와 사람들을 만나지만,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몇 초면 끝나고

그 첫인상을 바꾸는 데는 60회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배려심 따위는 가져줄 필요가 없는 세상인가 싶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말뽄새가 나와 안 맞는 사람이리면

바로 대화가 오고 가기는 힘들겠지.

응 안들려

뭔가 평범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유가 있겠지.

??

예민하지 않게 둥글게 살고 있음에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때,

참다가 도저히 안될 때는 돌진도 필요한 것이 삶이겠지.


새해에도 평온하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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