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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와 그들의 일자리 만들기

AARP 기고칼럼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회사) 밖은 지옥이다.

위 대사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맞이하고 있는 아주 커다란 공통분모를 극명하게 일러주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 2014년 크게 인기를 끈 《미생》이라는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의 한 대사이다. 웹툰으로 연재되었던 것이 인기를 끌면서 만화로 재출판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4부작의 TV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인기몰이가 식지 않아 후속작을 약속할 정도의 큰 바람을 일으켰다. 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회사에서 남아 있는 것은 전쟁터에서 생존하는 것과 같이 극히 위험한 일이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벗어나서 (창업하면) 모두 실패한다.’라는 조언이다. 


그렇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쟁터'와 ‘지옥'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전쟁이 1953년에 휴전되었기에 세계적인 공통적 흐름에 약 8년 정도 다소 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720만 명을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른다. 나 개인적으로는 합계출산율이 3.0 이상인 세계적 공용 잣대로 보아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1974년에 태어난 인구로 정의한다. 이를 계산하면 추가로 930만 명이 ‘베이비붐 세대'가 된다. 모두 1,650만 명. 2013년 기준으로 보면 5,022만 명 대비 32.8%에 해당한다. 폭 좁게 본 베이비붐 세대만으로도 14.3%라는 적지 않은 군집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들이 한꺼번에 산업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1955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이 지난 2010년 55세 정년 퇴직을 맞이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60년대부터 55세 정년퇴직도 감지덕지한 근로조건으로 생각해왔었지 않았나 싶다. 당시 퇴직연령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건강수명’으로 삼았다. 이는 기업가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건강할 때까지 일을 시켜야 건강관리 비용도 절약되고 생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건강수명은 연장되었지만, 정년퇴직이 연장되지는 않았다. 불균형이 약 50년간 쌓여온 것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퇴직을 60세로 연장한다고 법률 고시하였다. 그런데 민간 기업의 조사로는 체감하는 정년은 이보다 훨씬 낮은 평균 52세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 같이 힘들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한강의 기적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그들이 일구어 놓은 금자탑이자 생업의 현장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비참함과 비굴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다면 ‘전쟁터’를 벗어나면 될 것이 아닌가? 전쟁터 밖에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이 퇴직 후 재취업을 하지 않는다면 생계를 위한 방법으로 ‘창업'을 꼽게 된다. 창업도 ‘지옥’이라는 나쁜 형국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가 활동 모니터(GEM,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가 펴낸 자료로는 한국의 42개월 미만의 초기 창업 가운데 최소한 생계유지를 위한 ‘생계형 창업' 비중이 36.5%였고, 소득 수준을 더욱 높이기 위한 ‘기회추구형 창업’은 51.1%로 집계되었다. 표면적으로는 ‘기회 추구형 창업'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주요 선진국보다 생계형 창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GEM’이 꼽은 26개 혁신경제국(Innovation-driven Economies)의 생계형 창업 비중 평균은 18.2%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들 가운데 30%를 넘는 곳은 한국뿐이었다.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 안전망이 미비한 가운데 생계터전인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생계유지의 마지막 수단으로 저부가 서비스 창업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생계형 창업에 나서서 생존하면 문제 될 것이 없으나,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40~50대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가장 많은 창업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음식점은 17.7%에 불과하다. 그러니 ‘전쟁터'의 밖을 ‘지옥’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타이타닉호 선장께, 서쪽으로 향한 증기선들이 북위 42도, 서경 49~51도 사이에 빙산과 작은 얼음덩이 및 얼음벌판을 보고하고 있음 - 카로니아호 선장 바르' 

‘타이타닉 호’가 무시한 빙산의 경고와 같이 이런 위급한 상황은 전혀 예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승무원들은 ‘신이라도 이 배를 가라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자랑하며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타이타닉호는 가라앉았다. 


한국도 ‘인구 지도’를 통해 비교적 신뢰성 높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데, 이 인구 지도가 주는 신호 특히 ‘오는 2017년을 주목하고 대비하라.’라는 경고의 신호를 강조하고자 한다. 앞으로 타이타닉 앞에 나타난 빙산만큼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세 가지 내용은 이렇다. 생산 가능 인구가 인구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14세 미만의 유년인구를 초과하는 첫 시기가 된다는 것이고,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14%를 초과하는 ‘고령 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고령화의 폭풍 한가운데 서 있다. 피할 수 없고, 견뎌내야 하는 현명한 판단을 필요한 국면이나, 한국의 인구 지도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었으면서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인구 고령화’라는 종목으로 올림픽을 연다면 2035년까지 매년 금메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그만큼 예견되는 ‘인구 지도’를 통해서 본 한국의 미래는 큰 변화가 예견된다. 이를 ‘타이타닉호’에게 보낸 ‘카로니아호의 바르 선장’이 보냈던 전문을 무시한 것을 반성하며 철저히 대응하기 바란다.


세계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점차 빠져드는 가장 중심에선 이유를 꼽자면 ‘유효 수요'의 감소라고 보면, 핵심 노동력이 노동현장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은 생산성의 급격한 저하와 소비주체의 구매력 약화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고, 경기 악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일자리에 남아있는 기성세대와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 사이의 세대 간 일자리 경합(Struggle)도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도 분명하다. ‘은퇴하지 않고 싶어 한다(Someone who continues to work beyond the age when people usually retire)  = Nevertiree’는 것,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살고 싶다는 것(Living Agelessly) = Amortality’ 그리고 ‘미래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는 것 = Dystopia’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진 ‘일'에 대한 철학도 확고하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있어서 일은 ‘나, 여기 살아있다’라는 ‘존재’, '나, 아직 쓸모 있다.’라는 ‘가치’, '나,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라는 ‘생활’ 그리고 ‘내가 일함은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생존’이 함축되어 있다.


‘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없는 한국 베이붐 세대의 현실을 해결할 대안은 없을까? 이 문제는 한 개인의 지혜나 통찰력으로 바라보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이해 당사자가 많이 얽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짧은 지식과 서툰 경력이지만 지난 2007년부터 시니어 비즈니스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의 제안을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은퇴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 (Decent job for Nevertiree)를 제공하는 것이다. 민간과 정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가면 분명 해답을 있을 것이다. 평생이 달린 개인의 문제를 정책 과제로 부각시키면 운영 성과로 보여야 하는 비현실적 상황과 만나서  대안들이 암초로 작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베이비붐 세대로 정책 개발에 참여시키는 포용의 노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 생애 설계를 위한 교육 (Education of Life Modeling)이 절실하다. 남(회사, 직장, 공직)에 공헌하도록 철저히 훈련받았지만, 정작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그들에게 자신이 나머지 생을 의미가 있고, 삶의 목적에 합당한 일을 찾고 자신을 개발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꼭 필요하다. 성공한 퇴직자도 많다. 영웅 한 사람을 추앙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점검과 회복의 시간과 과정도 필수적이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모한 배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대신해서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연령 경영(Age Management)’이 제대로 확산하였으면 한다. 인구 고령화 현실에서 사내의 고령 인력이 젊은 인력에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고 은퇴 후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며 준비해서 높아진 충성심을 통해 회사 이익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베이비붐 세대는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담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대 간 일자리 경합’보다는 ‘세대 간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기적을 이룬 세대이지만, 퇴직을 앞에 두고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식민 시절과 전쟁의 화마에서 기적적으로 새 시대를 창조해냈던 경력을 바탕으로 건실하게 극복해 나갈 것을 믿는다.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세계인 모두가 함께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현명한 대안은 공유하여 함께 번영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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