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339
조금 지난 얘기이다. 재직 시절 교류했던 금융회사 기획 담담 임원을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사확인이나 하자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약속 당일 약속 확인 목적으로 전화를 했더니 하네다 공황이란다. 일본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도 없는데 무슨 일본 출장일까 궁금했는데, 요즘 한국 금융계의 트렌드가 일본 금융회사를 벤치 마킹하는 것이기에 뜬금없는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란다. 그날 저녁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바로 만나게 되어 따끈한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장기 불황에 진입할 가능성이니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의 금융회사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 비법을 알고자 출장길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이렇게 하는 살길이라고 결과를 조심스럽게 결과를 나누어 주었다. 그 내용은 새로운 고객을 찾는 방법이었다.
한때 호황 시절에는 ‘타도 노무라'를 내세우며 일본의 금융회사를 벤치 마킹하자는 생각으로 경쟁과 모방의 대상으로 삼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불황기에 기업이 가진 고민은 크게 두 가지이다. 매력적인 상품 구색을 갖추는 것도 어렵고 마땅한 고객을 유치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상품이야 어떻게 헐값에 팔든 묶음을 팔든 엮어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고객 부문에서는 막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원이 가장 큰 고객이다 /사진.
김형래
내가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장으로 일할 때 나름 고객을 네 종류로 분류했었다.
가장 가까이 회사의 장래를 함께 걱정하고 손익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인 1단계 고객 (Partner), 자주 거래하면서 회사에 이익을 듬뿍 안겨주는 단골인 2단계 고객 (Client), 우리 회사에 거래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치우침 없는 이성적인 3단계 고객 (Customer),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할 뿐 계좌도 개설하지 않고 탐색만 하는 4단계 고객 (Prospector). 나름 용어 정의를 마친 다음에는 마케팅 전담 직원들에게 회사의 전체 고객을 구분하고 보유한 예탁자산을 구분해서 하나의 장표에 표시해보라고 지시했다. 며칠이 걸려 겨우 고객 지도가 그려지고, 그 지도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지시했다. 현재 지정된 고객의 등급을 한 단계씩 올리는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4단계 고객(Prospector)을 3단계 고객(Customer)으로 올리는 작업은 계좌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될 테고, 어떤 방법이 가장 유효할지를 기획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체계적으로 고객을 구분하니 목표점도 명확해졌고 단계별 전술도 구체적이면서 확률도 높일 수 있었기에 활기를 띠면서 고객관리의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가장 젊은 직원 한 명이 부서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직원은 몇 단계 고객입니까?’라는 것이었다. 대답은 빠르게 짧고 동시에 이루어졌다. “1단계 고객이지요.”
어떤 회사건 그 회사에 재직한 경력을 가진 이는 현재 근무 여부를 떠나 ‘1단계 고객'이다. 물론 쌓인 앙금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회사와 함께 고락을 같이했고,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가장 많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자기 직원 고객이 생각나는 한 장면이 바로 미국의 모 백색가전 회사에서 수 십 년 전에 근무했던 퇴직직원을 초청한 행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직의 애환이 퇴직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있고, 그 충성도 또한 되살아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공기업과 학교재단에서는 퇴직 직원의 초청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경쟁이 치열한 일반 기업 부문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시도해 봄 직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대안이라면 퇴직한 직원을 다시 마케팅 현장에 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애사심까지 발휘할 수 있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던 익숙한 동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지들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불모지에서 고객을 찾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새로운 고객을 찾고 싶다면 퇴직 직원을 다시 돌아볼 것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