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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없어져야 할 '나이차별주의'

에이지즘 Ageism이라고도 부릅니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던 후배가 사회, 문화적 차이로 인해 크게 혼난 경험을 이야기해 줬다. 그는 이력서를 쓰면서 관행처럼 이름 뒤에 나이를 적었는데 별도로 불려 갔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미국 사회는 사람을 고용할 때 자의적인 나이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이 차별은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람의 매력이나 지적ㆍ성적 능력, 생산성 등이 떨어진다는 믿음을 근거로 상대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을 말한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는 다르게 차별하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차별받는 입장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적으로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지만 모든 젊은이는 일찍 죽지 않는 한 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40세 이상인 사람을 나이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도의적 문제를 법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1978년에는 강제적인 정년퇴직제도가 나이 차별 행위의 일환이라며 이를 법으로 금지시키기도 했다.


캐나다나 호주도 나이에 대한 직간접적 차별뿐 아니라 차별을 암시하는 말, 글, 상징 등의 게시 그리고 적의에 찬 발언이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뉴질랜드 역시 16세 이상인 경우에 직간접적 나이 차별을 금지하며, 이는 고용, 교육, 공공시설, 대중교통 이용, 용역이나 서비스, 토지, 주택임대, 직업훈련 등의 영역에 모두 적용된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가 길에서 특정한 장소를 묻는 어르신을 만났다고 하자. 아마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재빠르게 그 어르신에 대한 분석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일단 그는 노인으로 분류된다. 아마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며 다소 의존적일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고 고집불통일 것이며, 곧 치매를 앓게 될 수도 있다 등 수많은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그 분석결과에 따라 어르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진다. 우리는 먼저 목소리 크기를 키워 과장된 억양으로 마치 아기에게 말하듯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또 복잡하게 말하면 어르신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예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아주 단순하고 느리게 설명한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니어에 대해 얼마나 큰 편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질병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의학의 발달과 노동의 형태, 사회 변화로 인해 이제 더 많은 노인들이 독립적이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조사에 따르면, 80퍼센트 이상의 노인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으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큰 소리로 띄엄띄엄 말하는 태도, 병을 앓아도 나이 때문이라고 가볍게 여기는 것, 고령을 농담의 주제로 삼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편견은 보통 어린 시절에 가정과 문화적 환경 안에서 형성되고, 어른이 되면서 더욱 강화된다. 그런데 문제는 편견이 단지 편견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인에 대한 편견은 노인 스스로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만들어, 결국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파!’, ‘혼자서 할 수 없어!’등의 생각이 실제로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일대 교수팀에 따르면, 긍정적 자기 인식을 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7.5년이나 길게 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이 차별, 특히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우리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노인들은 걷는 속도가 줄어들었으며 기억력이 감퇴하고 기능이 약화된 반면, 긍정적인 이미지에 노출된 노인들은 혈압이나 심장박동 등의 심장혈관계기능에 향상을 보였다고 한다.

세상은 벌써 베이비붐세대에게 나이 차별에 해당되는 말을 던지고 있다. 정년이 몇 년 남은 사람들이다, 스마트폰 지급은 사용법을 몰라 무리다, 기억력이 떨어져 반드시 두세 번 보고해야 이해한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영업을 하려면 흰머리부터 염색해라, 직장생활 너무 많이 했으니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라 등 이미 수많은 언행으로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베이비붐세대가 노년층에 들어서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나이 차별이 인종이나 성 차별 이상으로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 차별과 관련된 소송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배상액수도 엄청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나이의 파도 Age Wave가 몰려오고 있음을 우려하기도 한다. 나이 차별은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그러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기 힘들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직장만 하더라도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위해 나이 든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등 나이로 경제활동 기간을 제한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또한 뷰티 산업과 매스컴 등에서 노화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여 주름을 없애는 것과 같이 노화를 막기 위해 돈과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강요하기도 한다. 미디어에서 노인들은 그 등장하는 비중도 줄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역할도 한정적이며, 때때로 젊은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폄하되기도 한다. 늙는다는 것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나이 차별은 점점 늘어가는 노령인구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그들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 나이 듦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품게 될 확률도 높아지므로 이 또한 문제다.


이러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 소개한다. 미국 UCLA의 신경학자 바트 조키스 박사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간의 뇌기능은 40~60세 사이에 최고 절정기에 이르는데, 이는 인간을 지혜롭게 하는 물질인 미엘린 myelin이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듀크대의 카베자 박사 역시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매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노인은 20~30대의 젊은이와 비슷한 기억력과 추리력 등의 지적 수행능력을 보일 뿐만 아니라 한쪽 뇌만 사용하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양쪽의 뇌 모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뇌는 다른 신체 기관과 달리 노화에 적극 대응하고 변화해 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은퇴할 시점은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는 늙는다. 아니 지금도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여러 분야에 걸친 방대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으로 우리는 점차 지혜로워질 것이다.


나이 차별이나 55세 정년이라는 용어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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