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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스위스 자유여행을 준비하며

by 얼음마녀

'스위스를 두 번간 사람은 찐부자다'라고 하는데 난 이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첫 번째 여행 때는 루체른에서 딱 한번 식당서 먹어봤고 여행 내내 쿱에서 산 식료품으로 끼니를 때웠고 귀국 시에는 얼마간의 초콜릿만 구입했다. 문제는 항공권과 패스비용만 해도 상당한 금액이지만 그 정도 금액은 다른 어느 유럽을 가도 마찬가지다.


작년 스위스 여행을 통해 우연히 트래킹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아이거북벽을 보며 걷는 멘리헨 트래킹 코스를 알게 된 건 내가 또 하나의 세계를 갖게 된 것과 같았다. 여행 같은 건 가지 않고 그냥 아무 일 없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것과 여행을 통해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된 것은 천지차이다. 작년 5일은 너무 짧아 비행기 티켓값 대비 가성비가 떨어졌다. 나중에 다시 스위스를 간다면 조금 더 길게 직장인이니 한 10일 정도가 좋을 것 같았는데 그 기대가 바로 다음 해 그러니깐 올해 그 계획이 예상보다 빨리 오게 되었다.


스위스 여행기를 지인들에게 설파하다가 드디어 후배가 나의 꿈같은 덫에 걸려들었다. 이젠 혼자가 아니니 유스호스텔도 좋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 유스호스텔은 젊은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베드 6개짜리에서 자며 다시 아침을 나서는 모습은 상상하면 찐 여행자의 모습이다. 광활한 자연아래 기차를 타고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가족이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지인이나 후배들은 가족 아닌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내가 작년에 다녀온 후 보여주는 사진 속 풍광들을 여기저기 가이드처럼 안내할 것을 생각하니 들뜬다.


이론은 늘 어렵다. 나이 탓도 있지만 갈수록 기억력이 감퇴하여 책도 한번 읽으면 바로 증발된다. 이제 뭔가 기록하는 건 필수가 되었다. 스위스 여행노트를 작성해서 항공편도 출력해서 붙이고 멘리헨 트래킹 코스도 그림으로 그리고, 체르마트 가서 3대 호수도 정복할 계획인데 그것도 그림으로 그렸지만 정말 가서 몸으로 접하는 게 훨씬 쉽다는 걸 작년에 느꼈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고 한다. 사전에 이것저것 조사하고 준비하며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밌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두 번째이다. 막상 닥치면 계획이 아닌 즉흥적으로 어디로든 변경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이 아닌 우리들만의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딱히 준비하는데도 치열하게 하지 않는다. 작년 첫 여행 전에는 여행을 차라리 가지 말까 하며 혼자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둘이 가는 거라 상당히 느긋하고 편안하다. 모르면 서로 의논해서 가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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