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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형복 Jul 12. 2020

[채형복의 텃밭농사 이야기·2]

텃밭농사의 제2원칙 -비료를 쓰지 않는다

텃밭농사의 두 번째 원칙은 비료를 쓰지 않는 것이다. 화학비료든 유기질비료든 일체의 비료를 쓰지 않고 땅의 힘을 빌려 텃밭작물을 가꾸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비료는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천연비료라고 부르기도 한다)로 나뉜다. 전자는 ‘화학’이라는 명사가 붙어있으니 공장에서 화학적인 인공물질로 제조하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인광석, 유황, 인화칼륨, 암모니아 등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로 만든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후자는 천연성분의 원료로 만드니 친환경비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화학비료든 유기질비료든 적정량을 사용하면 생태계에 자연적으로 흡수되어 분해되므로 토양과 작물에 해롭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어떤 비료든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사용하는데서 일어난다. 비료의 과다사용은 염류장해와 토양 산성화 등으로 인하여 토양이 거칠어지고 작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미치게 된다. 여러 실험을 거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니 나도 전문가들의 의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농촌현실은 이와는 영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계를 보면 2003년 기준 한국은 OECD 주요 국가 중 화학비료 사용량 세계 1위 국가였다. 질소와 인산 사용량을 기준으로 제곱미터 당 오스트레일리아가 0.3톤인 반면 한국은 무려 32.9톤이다. 화학비료 남용으로 하천은 산소 없는 죽음의 강이 되었고, 바다도 적조현상으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모두 육지에서 사용한 비료의 질소, 인, 칼슘 등의 영양물질이 유입되어 강과 바닷물이 정화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학비료 남용으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과 환경침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작성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화학비료는 2005년부터 보조금 지원중단 및 가축분뇨 퇴비 등 유기질비료에 대한 지원확대 등으로 사용량이 계속 감소되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토양검정결과를 고려한 맞춤형비료 정부 지원을 통하여 화학비료 감축을 추진하고, 1999년부터 유기질비료 지원을 시작하여 지원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화학비료 사용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정부는 ha당 화학비료 사용량은 주요국과 비교하여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OECD가 발표한 2008년 화학비료 사용량을 기준으로 미국 109, 뉴질랜드 309, 일본 361 kg이다. 반면 한국은 2015년 기준 261kg의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2008년 OECD자료를 2015년 한국 사용량과 비교하고 있어 통계의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2003년 대비 화학비료를 덜 사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정부나 전문가들의 권고대로 농부들이 화학비료를 ‘적정량’을 사용하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부들이 농사짓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의 이 권고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랑 중간 중간에 포대를 던져두고 비료를 뿌려대니 토양은 산성화되고 작물은 영양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면 유실된 토양과 비료의 영양물질이 하천과 강, 그리고 바다로 흘러들어 자연은 오염되고, 생태계가 교란되고 만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채소와 과일은 물론 잡은 물고기를 먹은 인간의 몸은 균형을 잃고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농부들은 왜 이렇게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할까? 그 원인은 시장과 소비자가 크고 때깔 좋은 농산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오창균, “때깔 좋은 농산물의 비결, ‘화학비료’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2010.10. 17.) 만일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이 작고 볼품없고 벌레 먹었다면, 시장에 팔지 못하는데 먹고 살아야 하는 농부들이 무슨 수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생업을 위해 농사를 짓는 농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다행히 나는 생계형 농부가 아니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자급자족형 텃밭농사를 짓고 있으니 시장과 소비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땅이 주는 만큼 거두고 먹는다!” 이 소신으로 텃밭을 가꾸고 있다. 그러니 크기가 작으면 작은 대로, 겉모습이 볼품없으면 없는 대로, 때깔이 좋든 나쁘든 개의치 않는다. 모든 생명은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으니 작물의 현재 모습 그대로를 존중할 뿐이다. 


관건은 땅심이다. 농작물을 길러 낼 수 있는 땅의 힘을 키우면 비료를 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맛있고 싱싱한 채소를 얻을 수 있다. 농부들이 땅심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지 않고 단기간에 농작물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비료에 의존하고, 시장과 소비자들이 크고 때깔 좋은 농작물을 원하는 이상 이 문제를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농업이 자리 잡지 못하고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하면 땅심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그 해결방법은 농약을 치지 않고, 풀과 공생하며,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는 텃밭농사의 제 3, 4, 5원칙에 달려 있다. 텃밭지기로서 이 원칙을 지키며 농작물을 가꾸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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