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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형복 Jul 25. 2020

[채형복의 텃밭농사 이야기·2]

텃밭농사의 제 3원칙-농약을 뿌리지 않는다(1)

텃밭농사의 세 번째 원칙은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작물을 키우는 것이다. 농약을 뿌리기보다는 땅심을 북돋우고 작물의 자생력을 높여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봄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되어 수확을 할 때까지 작물은 자연이 주는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한다. 텃밭지기로서 농부는 땅과 기후, 그리고 작물의 생육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여 적절하면서도 최소한도로 개입할 수 있는 판단능력과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대단히 흥미롭지만 텃밭농부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농부의 모든 고충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있으니 바로 농약이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나이든 농부들의 농사짓는 방식(관행농)을 면밀히 지켜보면 농약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용한다. 농약은 밭갈이부터 사용된다.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 때 토양살충제를 뿌린다. 땅속의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사그리 박멸하고 작물을 심는 것이다. 작물을 심은 후에는 풀이 나지 않도록, 또는 이미 자란 풀을 제거할 목적으로 제초제를 뿌린다. 농부들의 농약 사랑은 여기서 거치지 않는다. 병해충을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할 때까지 정말 다양한 농약을 뿌린다. 저렇게 다양한 종류의 농약을 뿌린 농작물을 먹고도 사람들의 건강이 괜찮을까 싶은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  


「농약관리법」제2조는 ‘농약’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 법은 농약을 두 가지 유형, 즉 일반적 의미의 ‘농약’(제2조 1항)과 ‘천연식물보호제’(제2조 1의 2)로 나누고 있다.   


‘농약’이라 함은 아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농작물[수목(樹木), 농산물과 임산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해치는 균(菌), 곤충, 응애, 선충(線蟲), 바이러스, 잡초,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식물(이하 "병해충"이라 한다)을 방제(防除)하는 데에 사용하는 살균제ㆍ살충제ㆍ제초제


- 농작물의 생리기능(生理機能)을 증진하거나 억제하는 데에 사용하는 약제


-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약제


그리고 ‘천연식물보호제’란 아래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농약으로서 농촌진흥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적합한 것을 말한다. 


- 진균, 세균, 바이러스 또는 원생동물 등 살아있는 미생물을 유효성분(有效成分)으로 하여 제조한 농약


- 자연계에서 생성된 유기화합물 또는 무기화합물을 유효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농약


이 법에 따르면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약제’가 농약에 해당하므로 일반적 의미의 ‘농약’이든 ‘천연식물보호제’든 결국은 모두 ‘농약’이다. 양자의 차이는 농약의 유효성분이 농축되어 있는 물질인 ‘원제(原齊)’가 화학물질 혹은 천연물질인가 여부에 달려 있다. 통상 일반 농약은 화학재료를, 천연식물보호제는 천연재료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농약관리법」이 양자가 사용하는 원제의 차이를 인정하고 않고 둘 다 농약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자의 화학농약과 달리 후자의 천연식물보호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상으로부터 추출된 미생물, 생물 또는 성분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어 화학농약과 달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적고, 잔류농약의 문제도 거의 야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화학농약과 구별하여 천연식물보호제가 가지는 친환경적 혹은 친자연적 성질과 기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즉각적인 약효는 화학농약이 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천연식물보호제가 더 강력한 구제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연식물보호제는 화학농약에 비해 개발기간이 길고, 높은 구입비용이 필요하며, 또한 방제효과의 즉시성에서 취약한 면이 있다. 이러한 단점이 보강되어 농부들로 하여금 화학농약보다는 천연식물보호제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오늘날 농약은 농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농업용 자재이다. 토양소독부터 종자소독, 발아에서 결실, 저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먹는 농산물의 재배 전 과정에서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 관건은 농약이 사람의 인체와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정도에 관한 안전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이다. 또한 농약의 등록, 관리, 판매 및 적정량 살포와 관련한 교육 등도 중요하다. 이 가운데 몇 가지 문제만 살펴본다. 


첫째, 농약의 개발과 관련한 문제이다. 농약의 개발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 비용도 최소 수십억에서 최대 수백 수천억이 든다. 현실이 이러하니 영세기업이나 연구소는 농약 개발에 뛰어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설령 어렵사리 개발했다고 할지라도 등록비용 부담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농약의 제조업·원제업 또는 수입업을 하려는 자는「농업관리법」제3조에 따라 농촌진흥청장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농약 품목 혹은 제품의 신규 등록에는 품목/제품 당 약 3천~4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초 등록 후 10년이 경과하면 재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에도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 영세기업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보니 국내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이 개발하여 공급하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거대기업에 의한 농약시장의 독과점의 폐해는 오롯이 농부와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속성에 비춰볼 때 기업들은 천연식물보호제보다는 값싸고 이윤이 높은 화학농약을 공급할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농약의 과다사용의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     


둘째, 농민 교육과 지도의 문제이다. 농약병에는 배합비율 등 살포에 관한 사용설명서가 붙어 있다. 만일 농민들이 이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고 권장 비율에 따라 농약을 배합하고 살포하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대부분 노인들이다. 그 중에는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노인들이 작은 글씨로 적힌 사용설명서를 읽고 그에 맞게 농약을 배합하여 사용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이 보다는 농약을 살포할 때 최소한 마스크라도 착용하여 약해를 입는 것을 예방하도록 하는 게 더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아무리 독성이 완화된 농약이라고 할지라도 농‘약’인 이상 그대로 흡입하면 인체에는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노인들 가운데 유독 폐암을 비롯한 호흡기질환이 많다. 농약의 무분별하고도 과도한 살포로 인한 약해에 그 원인이 있지는 않을까? 몇 년 간 산촌에 살면서 지켜보았지만 농촌지도소 공무원들이 농사를 짓는 농부를 대상으로 농약 살포와 건강에 대해 교육하고 지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셋째, 「농업관리법」제2조의 ‘농약’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친환경농어업법」(원제:「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 2항에서 말하는 “친환경농수산물”의 하나인 ‘무농약’농산물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여기서 말하는 ‘무농약농산물’이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말하지 않는다. 엄밀하게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허용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도 ‘무농약농산물’이란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권장시비량의 1/3 이하의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일정한 인증기준을 지켜 재배한 농산물”을 말한다(별표 11 제2호다목 참조)고 명시하고 있다. 이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유기합성농약’이란 「농약관리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농약 중 유기화학적인 과정을 거쳐 제조된 것, 즉 일반적인 농약(화학농약)을 일컫는다(「유기식품 등의 인증기준 등(제9조 1항 관련) 제1항 다호). 「친환경농어업법」제2조 2항은 유기농산물과 마찬가지로 무농약농산물이라는 인증을 받으면 친환경농산물로 간주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유기농산물’은 몰라도 ‘친환경농산물=무농약농산물’이라는 표현은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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