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유명 인터넷 언론사의 CEO이다.
2005년, 52세에 나이로 직원 3명과 함께 시작한 그녀의 언론사는 다양한 컨텐츠와 이목을 끄는 시스템으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2006년 그녀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이 되었고, 포브스는 2011년에 '미국 내 가장 유명한 인사' 25명 중 한 명으로 그녀를 꼽았다. 밤낮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 덕에 그녀의 언론사는 인터넷 언론사 최초로 '퓰리처상' 을 수상했다. 그녀의 언론사는 미국 유명 인터넷 서비스 업체 AOL. 에 자그마치 3억 1500만 달러 (3900억) 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되었다.
그녀는 오늘도 출근하자 마자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인수 후에도 그녀의 행보는 멈추지 않는다. 회사가 인수된 이후에도 에디터, 기자, 그리고 큐레이터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였고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 많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녀는 거의 40분에 1번 꼴로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다룬 컨텐츠를 올렸다. 자투리 시간에는 새로운 이슈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며 해외 출장도 서슴치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 모든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느새 21세기 인재의 대표주자이자 워킹맘의 꿈이 되었다.
하지만, 그 날은 뭔가 이상했다.
이제껏 그녀에게 피로는 일종의 훈장이었다. 잠깐 어지러워도 커피 한 잔이면 괜찮아졌고, 오히려 피곤하지 않은 날이면 '괜히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나' 자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느낌은 이전과는 달랐다. 약을 먹어도 어지러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씩 그녀도 모르게 비틀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어찌저찌 오후를 버텼다. 괜찮은 듯 싶어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려는 순간, 그녀는 쓰러졌다. 사람에게서 영혼이 빠져나가듯 그렇게 털썩 쓰러졌다. 그냥 쓰러진 것이 아니었다. 코피가 줄줄 흘러 그녀 머리 아래에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직원들은 경악했고 그녀는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자칫 사인이 될 뻔한 그녀의 병명은 '과로' 와 '수면 부족' 이었다.
더 나아가 수면 부족이 직접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까지도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정말이다.
-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매슈 워커)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자신의 성공에 방해만 될 뿐이라 느껴졌던 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애써 줄여왔던 그 잠이 도리어 자신이 이뤄놓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뺏어갈 수 있는 중요하면서도 강력한 것이었음을.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이뤄놓은 모든 것을 잃지 않고 더 발전시키려면, 충분한 수면은 필수불가결하며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그렇게 그녀는 '워킹맘의 대표주자' 에서 '수면 전도사' 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취를 위해 줄여왔던 잠이 오히려 성취를 위한 중요한 수단임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잠과 관련된 이론과 실제 사례를 공부해서 윤택한 수면을 위한 정보를 컨텐츠화시켜 자신의 페이지에 게시했다. 주요 기업들의 CEO에게 회사는 직원들의 '잘 권리' 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알아낸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책을 내기도 하였다. 그 덕분이었을까, 야근의 대명사이자 최고의 금융기업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 는 수면권 보장을 위해 인턴의 근무 시간을 제한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한 트레이닝 센터에는 오직 수면만을 위한 최신 기기와 80여개의 침대가 비치되었다. 구글을 포함한 다양한 회사들은 수면 클리닉과 낮잠을 직원들에게 권유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아리아나 허핑턴", 그녀의 회사는 이름을 딴 "허핑턴포스트" 이다.
우리는 왜, 어떻게 잠을 자야 할까?
잠은 매일 우리의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죽음에 맞서서 대자연이 최선을 다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안타깝게도 잠이 부족할 때 개인과 사회에 어떤 위험이 닥칠지를 명확히 보여 주는 증거들이 있음에도, 그 점이 대중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왔다.
많은 사람들은 '사람은 잠을 자야한다' 는 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말에 "왜" 나 "어떻게" 가 붙는 순간 선뜻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사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이제껏 우리들은 잠에 대해 잘못된 (그리고 미미한) 교육을 받아왔고 미신과 오해로 점철된 상식으로 잠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잠의 전문가 매슈 워커 박사는 저서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를 통해 잠을 바라보는 수많은 왜곡된 시선들을 과학적으로 반박함과 동시에 윤택한 수면 습관을 위해 당장 실천해야 할 방법들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나폴레옹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4시간을 잤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오해들 중 대표적인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나폴레옹 수면법, 쇼트 슬리퍼 : 성공하려면 잠을 줄여야 하고, 줄일 수 있다.
4당 5락,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은 죽어서..' : 잠은 단순히 시간을 잡아먹는 요소이다.
오늘 밤샜으니까 내일은 하루 종일 자면 되겠지? : 잠은 보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 틀렸다. 우리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잠은 절대 침범되어서는 안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자 (거의)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경감시켜주거나 없애주기까지 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하지만 위의 오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잠을 '생산성의 적', '정복해야 할 고지',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과제' 로 치부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잠. 이제 그것이 우리 인생의 2/3에 얼마나, 어떻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껏 잘못 알고 있었던 학습, 정신적 건강, 그리고 잠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모르면 영원히 죽어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살고 싶다면 알아야 한다.
아직까지도 나폴레옹을 위시한 '쇼트 슬리퍼' 가 될 수 있다고 믿는가?
당신이 (잠을 덜 자도 괜찮은) 희귀한 유전자 덕분에 진정으로 잠을 덜 자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일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낫다.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아직도 잠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을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꼭 나폴레옹의 수면법을 해보길 권한다. 참고로 그는 타고난 불면증 환자였고, 위장이 약해 밥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으며, 현대인이 갖고 있는 온갖 질병을 다 가지고 있었다는 점만 참고하면 되겠다. 우리는 아리아나 허핑턴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한 두 시간의 수면 부족 때문에 모든 것을 잃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너무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