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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Apr 10. 2024

파블로프의 개와 나는 많이 다를까?

도어락 소리만 들어도 나는 좋아.

침만 흘리지 않았을 뿐 파블로프의 개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지난주에 결국 토요일 글쓰기 연재를 실패했다.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자면 중요한 집안 행사가 있었고, 정신없이 토요일을 보내고 나니 밤에 글 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일요일에라도 쓰려고 했는데, 마음만 답답하고 글쓰기 소재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육아를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시작한 이 글쓰기가 나를 이렇게 압박할 줄은 몰랐다. 물론 그 원인 제공자는 나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글을 안 쓴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이것은 마치 큰맘 먹고 끊은 비싼 헬스장을 가지 않은 마음이랄까?

가볍게 육아 일상과 공부 내용을 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기획한 글쓰기인데, 단 4 번째 연재에서 벌써 그냥 포기를 해버릴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쓰기로 했다. 그게 포기보다는 마음이 덜 무거울 것 같아서 아기를 재우고 이렇게 나는 쓴다.


오늘 소재는 교육심리학의 마지막 단원인 학습 이론 중 시험에는 잘 안 나올 테지만, 유명한 행동주의 학습 이론인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 이론을 정리하고자 한다. 파블로프는 고기를 주면 침을 흘리는 개에게 고기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면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보고 고전적 조건 형성 이론을 정립했다.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 이론


<3 문장 요약>


1. 무조건 자극(고기)이 주어지면 무조건 반응(침을 흘림)을 하는데, 이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 자극(종소리)과 무조건 자극(고기)을 결합시켜 조건을 형성하면 조건 자극(종소리)만으로도 조건 반응(침을 흘림)을 유발한다.  


*개념 알기
① 무조건 자극: 생리적 또는 정신적인 즉 본능적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
② 무조건 반응: 무조건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생리적, 정서적 반응
③ 중립 자극: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자극
④ 조건 자극: 중립 자극이 무조건 자극과 결합되어 형성된 자극
⑤ 조건 반응: 조건 자극에 의해 유발된 학습된 반응


2. 조건 형성의 과정에서 조건 자극과 비슷한 자극에도 조건 반응을 보이는 자극의 일반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조건 자극과 유사한 자극을 구분해서 반응하는 변별이 나타나기도 하며, 무조건 자극 없이 조건 자극만 계속해서 제시되면 조건 반응이 사라지는 소거가 나타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서 다시 조건 자극이 주어지면 조건 반응을 보이는 자발적 회복이 되기도 하고, 조건 자극 자체가 무조건 자극과 같은 역할을 하여 제2, 제3의 중성 자극과 연결되어 제2, 제3의 조건 자극을 만드는 고차적 조건 형성이 일어나기도 한다.


3. 교사는 학생의 부적응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인간은 서로 모순된 반응을 할 수 없다는 ‘상호 제지’의 원리에 따라 부정적 반응(불안)을 일으키는 조건 자극(시험)에 긍정적 반응(재미)을 일으키는 조건 자극(게임)을 연합시켜 이전 반응을 제거하고 새로운 반응을 형성하는 ‘역조건화’를 활용할 수 있고, 불안이나 공포를 일으키는 조건 자극에 점진적으로 이완 반응을 결합하여 불안이나 공포를 제거하는 ‘체계적 둔감법’도 활용할 수 있다.  


*개념 알기: 체계적 둔감법
1단계: 이완 훈련(긴장될 때마다 근육이완 운동, 심호흡 등을 함)
2단계: 불안 위계표 작성(불안 강도에 따라 약한 수준부터 높은 수준까지 작성함)
3단계: 둔감화(위계표에 따른 진행)

너무 유명한 이론이지만 한번 정리를 해보았다. 육아를 해보니 파블로프의 실험 속 개의 반응과 인간의 반응이 매우 유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육학에서는 이후에 나오는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 이론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굳이 교육 심리학 마지막 단원에서 이 이론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우리 아기는 배가 고플 때 강성 울음을 우는데, 얼마 전부터 브레짜(분유 제조기) 소리만 들어도 울음을 약간 멈추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자극인 분유와 브레짜의 분유 타는 소리가 결합되어 그 소리 자체가 조건 자극이 된 것이다. 나라고 다를까? 나는 아기가 태어난 후 남편을 더더욱 좋아하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남편의 퇴근만 기다린다. 그리하여 현관문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벌써 나는 아기를 들어 업고 중문 앞으로 나가서 헤벌쭉 웃고 있다. 남편의 퇴근과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결합이 된 것이겠지?

나는 침만 흘리지 않았을 뿐 파블로프의 개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밀린 숙제를 하듯 다급한 글쓰기를 해 보았다. 글쓰기란 건 참 묘하다. 아기에게 분태기(분유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아기가 분유를 갑자기 잘 안 먹는 시기)가 찾아오듯,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글태기도 종종 찾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일일 일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참 대단하다고 느끼곤 한다. 나는 가끔씩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럴 땐 끄적이는 것조차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마침내 글을 쓰기 시작만 하면 생각이 물길을 터주고 타자기 위의 손은 거들뿐이다. 그리고 미숙하나마 글쓰기를 마무리까지 하게 되면 마음에 시원함이 느껴진다. 쌓아 두기만 했던 생각들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느낌이랄까?


오늘의 글쓰기는 여기까지 하고, 아기가 깨지 않도록 뒤꿈치를 들고 들어가 일단 푹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투표를 하러 갔다가 너도나도 올리는 벚꽃 사진을 실물로 보고 와야겠다.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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