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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Apr 20. 2024

’ 여기-지금‘ 알아차림

‘게슈탈트’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여기-지금’ 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현재, 지금

카페에 왔다. 토요일은 남편의 배려로 외출을 한다. 주로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공부는 조금 하고 있다. 오늘 선택한 카페는 집 앞 개천 산책로를 따라 약 20분 정도 걸어와 정겨운 주택가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내가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너무 작지 않아 손님으로서 나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곳이다. 남편이 찾아준 이 카페는 2층까지 있고 아이스크림 크로플이 맛있는 곳이다. 인테리어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매일 듣던 동요가 아닌 어른의 음악이 흘러나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면서 내가 다른 곳에 와 있음을 실감 나게 한다. 탁자 위에 커피, 아이스크림 크로플, 책 한 권과 태블릿을 올려두고 브런치를 켰다. 그런데 지금 이 카페에 손님이 한 명뿐이다. 그리고 그 손님은 바로 나다. 존재감이 너무 드러난다. 오늘은 약간 실패다. 그래도 마침 키오스크로 주문했는데 실수로 혼자 음료 두 잔을 시켜버렸기에 음료를 받으러 갔을 때 당황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사장님께 책 읽다가 조금 오래 머물다 가도 되냐고 양해를 미리 구해놨다. 인상 좋은 사장님은 한 분 더 오시는 줄 알았다며 편하게 오래 있다 가라고 화답해 주셨다. 돈도 쓰고 존재감도 더 드러났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매일매일,

우리 아기는 고맙게도 아주 쑥쑥 잘 크고 있다. 이제는 뒤집기, 두 손 잡기, 다리 위로 올리기, 침 흘리기 등등 신기하게도 발달 단계에 맞게 스스로 알아서 다양한 능력을 하나씩 터득하고 있다. 젊지 않은 나이에 아기를 낳아 키우다 보니 손목과 무릎 관절의 통증이 나를 서글프게 하지만, 아기가 소리 내어 한 번씩 웃어주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따뜻한 꼬물이가 그 짧은 팔로 내 목을 감싸서 꼬옥 나를 안으면(내가 안는 것인지 아기가 나를 안아주는 것인지) 사랑이 물병에 가득 차오르는 듯하다. 사랑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무엇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이번주,

공부는 또 못했다.

그래도 이번주는 교육학 상담 파트를 공부하고 정리하려 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공부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예상은 했으나 더 심각한 수준이다. 급하게 상담 파트를 펼쳤는데 게슈탈트 상담 이론을 겉핥기식으로 보다가 이해가 잘 안 되어 접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다시 정독, 그러나 여전히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의심이 든다. 그러고 보니 부끄럽게도 연재 글쓰기를 할 때마다 나는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고, 책을 펼치지 못했다고, 이런 류의 고백을 하게 된다. 연재 브런치북 제목을‘엄마의 임용 도전기’ 아니라, ‘엄마의 임용 공부 겉핥기’로 바꿔야 할 판이다.



요즘,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아기를 키우다 보니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걱정을 넘어 불안이 큰 사람임을 깨달았다. 특히 돈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상당해졌다. 돈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서른 중 후반에 이르러 갑자기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전까지 누군가의 증언에 의하면 과거의 나는 세상물정 모르고 걱정 없는 철부지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다. 분명히 그때도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게 돈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던 것은 맞다. 그때 나는 무엇인가 되고 싶은 욕망, 어떤 타이틀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돈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아마도 그때는 가진 것이 없었으니 잃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럼 가진 게 많아져서 걱정을 하냐고? 안타깝게도 아니다. 아마도 빚을 지고부터인 것 같다. 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대출금을 다달이 갚아나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벌고 갚다 보면 남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그렇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따라온 것 같다. 그리고 믿음을 실현시키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나와 남편은 노후까지 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냥 일이 아닌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돈이 되는 일이 크게 즐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럼 어떻게 살고 싶냐고? 지금 이 연재 글쓰기의 제목처럼 임용에 도전해서 교사가 되어 자아실현도 하고 안정적으로 돈도 버는 삶? 아주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것보다는 작은 나의 개인 연구실? 글쓰기 방? 그 공간의 이름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나만의 공간에서 읽고 쓰고 돈도 버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회사는 아니었으면 하고, 주로 혼자서 일을 했으면 하고, 주기적으로 모여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이 돈 걱정도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이런 생각은 나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데 해결되지도 않는 이런 걱정을 자꾸 해서 무얼 하느냐고 할지 몰라도, 나는 인간이 이런 걱정과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긴다.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자기 고찰이기 때문이다. 쉽게 답이 나오는 질문과 생각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답이 안 나오니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이고, 하물며 그 답을 결국은 못 찾더라도, 그것이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라 여기면 될 것이다.



다시, 오늘의 글쓰기는

번잡한 나의 생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번지는 생각이 글쓰기에도 번진다.


자, 정신 차리고, 이제  연재 콘셉트에 맞게 교육학 공부 내용을 정리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늘 정리할 내용은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던 게슈탈트( Gestalt)  상담 이론이다.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짧게 요약하고자 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여기-지금’에 집중하고 알아차림으로써 부분이 아닌 의미 있는 전체를 완성하라는 것 같다.

오늘 카페에서 나는 내 번잡한 생각과 고민을 알아차렸다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게슈탈트 이론을 정리하고 마무리하자.



펄스의 게슈탈트 상담 이론


<3 문장 요약>


1. ‘게슈탈트’란 부분들이 연결되어 형성된 의미 있는 전체, 즉 완전한 구조를 뜻하는데, 인간은 대상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 즉 게슈탈트를 만들어서 지각한다고 보고,  감각, 욕구, 사고, 행동 등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파악하여 이를 알아차리는 것(지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2. 현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접촉을 통해 자각의 초점이 되는 '전경'이 떠오르고, 나머지는 전경 밖의 맥락인 '배경'이 되는데, 알아차림(지각)은 바로 '여기-지금'을 완전히 경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현재 욕구나 감정을 전경으로 떠올리는 것이며, 이때 게슈탈트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전경으로 떠오른 게슈탈트가 적절히 해소되어 배경으로 물러나지 못했다면 이는 미해결 과제가 되며, 이러한 과거의 미해결 과제는 현재에 대한 자각을 방해하게 되어 문제 행동이 발생하게 된다.


3. 교사(상담자)는 내담자가 '여기-지금'을 알아차리도록 지금 이 순간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고, 회피하려는 감정에 직면하도록 하거나 빈 의자에 대상이 앉아 있다고 상상하고 대화하는 '빈 의자 기법' 등을 활용하여 참된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함으로써 현재를 충분히 경험하도록 하여 실존적 주체로서 자신을 신뢰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도록 돕는다.


다행히 이제,

카페에 사람들이 제법 찼다. 비도 오고 오늘도 수고한 남편을 구해주러 칼국수를 사서 슬슬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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