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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May 20. 2024

육아하며 공부하기 실패?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야심차게 하기로 했던 연재글을 몇 주가 지나도록 올리지 못하고 있다. 딱 절반 힘겹게 연재를 해 나갔는데, 연재의 목적 상 글을 쓰려면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공부를 못했다. 어쩌면 안 했다고 해야 할 지도.(주말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모임 약속을 잡고 있음) 어쨌든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으므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한주 두 주가 지나가자 마음이 무겁고 자책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지나자 점점 아무렇지 않아졌다. 이래서 나는 대체로 끝까지 못하고 실패했던 걸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용두사미처럼 시작할 때 모든 에너지를 쏟다가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고 말았던 경험이 꽤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어디선가 스치며 본 글에 마음이 콕 찔렸다. 글의 요지는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험이 쌓이면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목표는 쉽고 작게 세우고 그것을 달성해 나가는 횟수를 늘리는 것이 자기 자신을 믿고 궁극적으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작은 성공들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작은 실패들이 쌓여 무의식 적으로 나 자신을 못 믿게 된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나를 못 믿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배운 것이라고 포장하기 급급했는지 모른다. 당연히 실패에서 얻는 배움은 클 것이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하루 다섯 장 이상 책 보기, 스쿼트 동작 10번 하기, 지각하지 않기와 같은 작은 목표들의 실패를 꾸준히 해온 나였으니 무의식으로 나를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늘 늦잠을 잤고 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꾸준히 계획대로 지켜서 하지 않으면서 닥쳐서 몰아서 한 번에 어떻게든 해낼 때,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좋을 때 나는 이것이 나의 능력에 의한 성공이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이제야 알 것 같다. 하루하루 세운 그 자잘한 계획들을 지키며 목표를 이루는 것이 진짜 큰 능력이자 성공이라는 것을 말이다.


돌이켜보니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나를 못 믿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어쩌겠는가?

그래도 마침 인생의 중반(내가 생각하기에)에 나는 새 생명을 낳고 인생 2회 차를 살고 있다.



나는 다시 유치원도 가야 하고 초중고 대학 등등등까지  내 아이의 경험 일부를 함께하게 될 것이다.

 

인생 2회 차답게 아이에게는 자기 자신을 무의식적으로도 단단히 믿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옆에서 작은 목표를 함께 세우고 달성해 나가도록 조력해 주어야겠다.


하루 4-5번의 맘마를 4시간 간격으로 200미리 정도 먹는 일, 응가를 하루 한 두 번 하고 엉덩이를 깨끗이 씻는 일, 앞으로 밀고 나가려고 두 팔 두 다리를 파닥파닥 안간힘 쓰며 연습하기, 산책하기, 저녁 먹기 전 목욕하며 물놀이하기, 엄마 노래를 들으며 잘 준비를 하기, 숙면 등등등


아기는 나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작은 목표들을 끊임없이 성취하렴. 칭찬과 격려는 엄마가 듬뿍 해줄 테니.



그래서 공부 안 해서 글쓰기도 못한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글은 쓰고 싶은데 공부를 안 해서 글을 안 쓰지 않기로!

연재 글쓰기는 포기가 아니라 잠정 중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대신 끄적이고 싶을 땐 연재 글쓰기와 별개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연재글쓰기도 이어 나가야지.


오늘의 작은 성공은

미뤄두었던 공부 연재 글쓰기 잠정 중단의 심경을 썼다는 것!


그리고 산후 탈모 극복을 위해

오늘부터 두유를 한잔씩 마시기! (성공)



그래, 오늘도 잘해봐야지.

내가 나를 진짜로 믿어주는 그날까지!


대문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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