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가 된, ‘되도 않는 소리’꾼의 이야기
*되와 도 사이에 지를 넣어야 할 것 같지만, 말맛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둡니다.
나무위키처럼 ‘살면서 들은 이야기 위키’가 있다면 아마 검색 빈도가 세 손가락 안에 들 법한 한 마디다.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그려진 친구와 대화하는 삽화 아래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라는 질문에
딱지치기와 변신로봇, 우주왕복선을 버무린 헛소리에 말하기 듣기 시간을 통으로 날려버렸을 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이 유구한 되도 않는 소리의 시작이었던 듯하다.
‘내신은 버리고 정시 파이터가 되겠다!’
‘군대는 3학년 2학기 끝나고, 관록 있는 이등병이 되겠다!’라는 식의 엄숙한 선언마다
되도 않는 소리란 훈계는 언제나 내 귀를 쫓아왔고, 재수생과 스물여섯 병장이란 되도 않는 결과를 내왔던 나는
그러니까, 세상에 없던 되도 않는 소리를 되는 소리로,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만드는 것이 내 업이 된 게다.
약간의 죄책감과 뻔뻔함만 갖추면 되었던 어린 날의 되도 않는 소리와 달리,
카피라이터는 광고주의 목표와 시장 상황, 매출 추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직업적 보람과 연봉을 걸고 되도 않는 소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몇 년째 되도 않는 소리를 계속하는 중이다.
이제부터 내가 풀어놓을 일련의 이야기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광고판에서 구르며 써내려 온 되도 않는 소리의 연대기다.
되도 않는 소리라 치부했던 생각의 단초가 때로는 캠페인 테마나 슬로건이 되고, 영상 광고나 연봉이 되고 꽤나 자주 되도 않는 소리로 머무르고 만 나의 광고 이야기.
멋진 통찰력과 데이터 드리븐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갖춘 인사이트의 달인들과 달리, 딱 되도 않는 소리 수준일 것 같아 미리 멋쩍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이유는, 되도 않는 소리와 이 밤의 끝을 함께 잡고
다크서클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수많은 업계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되도 않는 소리에 머물렀던 아픔, 될 것 같지 않던 소리가 멋진 이야기와 메시지로 재탄생하는 짜릿한 경험들을 나누고
운이 좋으면 교훈을, 뭐 평균적으로 공감성 수치와 웃음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