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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시인 Apr 08. 2024

골프가 체질 EP.3

최고를 만나다 '꿈의 무대, LPGA', '골프의 완성 PGA'

댕! 댕! 댕!

1월 1일이 시작되면, 흘러나오는 타종 소리에 맞춰 새해에 대한 희망찬 염원을 가슴에 가득담아 소중하게 한 해 계획을 세운다. 각자가 간절히 염원하는 소망을 다양한 주어와 서술어를 활용해서 ‘꼭’, ‘반드시’, ‘이번에는’, ‘정말로’와 같은 ‘새해 부사’ 와 결합한 다음, 꿈이라는 봉투에 담아 부적처럼 소중히 간직한다.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고, 일상에 파묻혀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부지불식 간에 머리 속 남은 타종의 잔상이 내가 세운 야심찬 계획들을 붙들어 놓고, 마치 최면에 걸린 듯이 나의 꿈들을 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의 ‘새 해’는 빠르게 ‘헌 해’가 되어 가고, 간절했던 계획을 잊은 채 ‘한 해’를 살아가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이런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두번의 멀리건이 존재한다. 


“1번째 멀리건을 사용하셨습니다”

새해 세워 둔 계획이 길을 잃어 OB 구역에 빠졌을 때 즈음 설날이 찾아온다. 민족 최대 명절 설날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모여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하며,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면, 구정을 핑계 삼아 희미해진 나의 계획을 더욱 디테일하게 다듬을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찾아온다. 그럴싸한 계획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우리의 꿈을 어딘가 문신처럼 새겨 둔다. 그렇게 계묘년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또 한 번의 스타트 라인에 희망차게 올라선다. 


짝! 짝! 짝!

올해도 어김없이 볼을 때리는 소리가 연습장의 아침을 깨운다. 새해를 맞이하여 재충전의 시기이자 재도약의 계기를 맞이하는 건 골퍼들도 마찬가지다. 연습장에서 연신 땀을 흘리고 있는 골퍼들은 작년 나의 평균 스코어를 살펴보며 스코어를 향상시키기 위한 나만의 계획을 야심차게 마련하기도 하고, 작년에 함께 라운딩을 가지 못한 사람들을 추려내어 올해는 반드시 한 번은 그들과 추억을 나누겠다는 다짐도 한다. 1, 2월은 그렇게 골퍼에게도 꿈을 꾸는 시기다. 그리고 그 꿈이 흐려질 때 구정이라는 멀리건을 활용해 다시 한번 내가 미진했던 부분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PGA 투어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를 달성한 임성재

헌데 연습장에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 부킹이 쉬워졌다고 한다. 예년과 다르게 삼한사온의 겨울적 특성이 사라져서 그런지 야외 스포츠의 꽃 골프장 이용객수가 체감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고금리 시대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골프장 이용객수 감소는 골프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한다. 24년 골프 산업을 예측하는 각종 지표는 이미 하향세를 그릴 것이라 단정한다. 초록 잔디가 얼었던 땅을 뚫고 봄내음을 맡기도 전에, 부정적인 기사가 꿈틀거린다. 2024년 골프라는 스포츠가 소수의 부유층만이 누리는 특수 스포츠에서 코로나 특수를 맞이하여,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진입하고 있는 문턱에서 마지막 한걸음 성큼 내딛지 못한다면, 이는 멀리건 한 번으로 만회할 수 없는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될 것이다. 


눈을 지긋이 감아본다. 브라운관에서 환호하는 박세리가 있다. 버디가 무엇인지, 보기가 무엇인지 골프의 룰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들이었지만, IMF라는 힘든 시기에 박세리가 양말 벗고 해낸 웨지 샷 하나에 온 국민이 감동하고 힘을 얻었다. 당시 골프는 가까이 가기에 먼 운동이었지만, TV를 통해 우리가 공감한 것은 골프가 단순히 부자들의 놀이가 아닌, 보통의 사람도 보고 즐기고 감동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최혜진의 LPGA 데뷔시즌 첫 준우승

눈을 활짝 뜬다. 스마트TV를 뚫고 생생하게 환호하는 김주형이 있다. 약관의 나이에 벌써 2승을 달성한 그의 당찬 자신감과 불꽃 같은 열정은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대한민국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해외에서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골퍼들을 보며 우리도 그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그들이 가진 에너지와 열정은 2024년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갤러리의 함성을 유도하는 김주형과 한 샷 한 샷에 신중을 기하는 임성재의 진지함, 절치부심 세계 1위 탈환을 꿈꾸는 고진영의 의지, 파워풀한 데뷔를 마친 유해란의 등장, 이런 최고들의 플레이를 다양한 GOLF 방송 채널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들의 화려하지만 간절한 플레이를 시청하며 함께 응원해보자. 그들이 가진 당당함, 자신감, 간절함, 할 수 있다는 믿음 들이 ‘꼭’, ‘반드시’, ‘이번에는’, ‘정말로’ 와 같은 ‘새해 부사’를 활용해 내가 꿈꿔온 2024년 계획들과 동기화된다면, 지금 퍼져 있는 위기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길을 잃지 않고 잘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갑진년 한 해의 계획과 소망을 페어웨이에 잘 안착시킬 수 있다면, 모든 대지가 새롭게 발딱 일어서는 초록내음이 솔솔 풍기는 4월의 어느 날, 내가 마주한 필드 위에서 확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2번째 멀리건 굳이 사용하시겠습니까?” 

김시우의 파이팅 세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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