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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시인 Sep 06. 2017

Prologue. 여행, 그러 ‘나’

#1. 꿈에 관하여

“응애, 응애” 

생의 시작을 알리는 탄환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진다. 

그러자 '인생'이라고 쓰여진 조각배가 '시간'이라는 항해사의 뱃고동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거친 파도 위로 돌진한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삶의 여행은 시작된다. 각자가 지닌 관심과 재능, 그리고 주변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그 꿈을 나침반으로 삼아 우리는 거친 인생의 선장이 된다. 때로는 실패와 좌절의 쓴맛을 보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성공과 환희의 단맛에 취해 쾌속 질주를 할 때에도 우리의 인생은 시간이 제시하는 한 방향으로 쉬지 않고 달린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나는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나는 대학생이 되면 천문학과에 가서 별자리를 연구하고 싶어요 
저는 재수하면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고 싶습니다. 
저는 졸업하면 방송국에 들어가서 시청자에게 환한 웃음을 선물하는 훌륭한 예능 PD가 되고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난 28년 동안 내가 가진 나침반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순항을 거듭해왔다. 학업성적은 거의 항상 좋았으며, 친구들과 거의 항상 어울렸기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낄 수가 없었고, 사랑이라는 주제의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무대 위, 당당한 로맨틱 드라마 주인공이었으며, 심지어 예능 PD라는 북극성에도 잠시 도달했다. 


마침 그 순간이었을 거다.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적인 자만과 오만함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나의 날개를 꺾었고,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용기와 희망을 잃은 채, 속절없이 추락했다. 그 후, 격랑 위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해적이 되어 질긴 삶의 의지만 붙들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다가오게 될 꿈을 반드시 붙잡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꿈을 잃고 방황한 10년의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나와 함께 농구를 하고, 농담을 주고받고, 술을 마시며, 나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고, 여전히 나의 매력을 알아주고 나를 사랑해주며 로맨틱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준 
고마운 여자 친구들이 있었고, 여전히 그런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마법의 월급봉투가 존재했다. 여전히 시간은 앞만 비정하게 바라보지만,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뭉칫돈이 있었기에 주변을 돌아보며 인생을 항해할 수 있는 여유까지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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