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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Oct 28. 2020

내몸인 듯 내몸아닌 ‘출산 후 나의 몸’

“못생기면 좀 어때” 싶다가도... 거울 속 우연히 비친 모습 보며 좌절


Q. 임신하면서 생애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어요. 이 살...다 빠지나요..?


A. 모유수유하면 더 많이 빠지고, 또 힘들면 잘 빠지는데 3kg 정도는 남는다고 해요. 태도 많이 달라지고...저는 모유수유를 일찍 끊어 몸 안에 영양분이 남아서 그런지 5kg 찐 채로 유지 중이예요. 물론 실루엣은 거의 무너졌고요.



임신 기간의 장점은 아기와 함께 하면서도 아기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일단 외모가 생애 최대의 '못생김'을 경신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기만 생각하면 이런저런 기대감에 설렜지만, 내 몸만 생각하면 평생 이렇게 못생긴 채로 살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우울해지기도 했다. 불룩하게 나온 배에 비 온 뒤 댐처럼 늘어난 덩치, 배 한가운데에 절취선처럼 나타난 갈색 선, 목 언저리에 두드러기처럼 난 쥐젖…. 출산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되돌아온다는 말을 믿으며 아기를 위해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출산 직후에는, 잘 때 천장을 보거나 엎드려 잘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10개월 간 하지 못했던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게 새삼 자유처럼 느껴졌다. 몸무게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양수와 아이, 태반이 몸에서 빠진 것만으로도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하지만 실제 날아가진 않고... 현실은 결코 출산하기 전과 같은 컨디션은 아닌, 어딘가 활력이 사라진 몸을 추스리기 위해 조리원에서 3주 동안 주로 시체처럼 누워서 지냈다.      

순조로운 듯했던 산후 회복은 조리원에서 퇴소한 후 20일쯤 지난 후에 급격히 나빠졌다. 급성 신우신염에 걸린 것이다. 강한 오한과 발열, 등허리 통증과 구토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 질환은 요로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신장에까지 침투해 생기는 병이다. 극초기 증상으로 신장이 위치한 ‘뒷구리’ 부분이 결리거나 통증이 나타난다. 처음엔 10개월 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써서 나타난 근육통인 줄로만 알았다. 초여름에 솜이불을 덮고 있어도 춥고, 아무것도 안 걸쳐도 후텁지근한 증상이 이어져도 그저 몸살이겠거니 하며 타이레놀을 먹은 게 전부였다. 이후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가 이어진 후에야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간호사인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산부인과에 갈지, 내과에 갈지 고민하던 엄마는 먼저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결국 40분 거리에 있는 대형 병원 응급실에서 사흘 가까이 누워 있었다. 병원에서도 내과와 산부인과 의사들이 협진하면서 진단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었다. 결국 3일 동안 입원하면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시가에서 아기를 봐주고 있었는데, 이때 50일을 맞아 집에서 간단하게 기념촬영을 한 아기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씁쓸했다.     


증상에 비해 신우신염의 치료는 어렵지 않다. 통원하면서 항생제를 먹고, 물을 자주 마시거나 짠 걸 덜 먹는 등 식이를 관리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시 요로가 감염되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1년 남짓의 임신과 출산, 산후조리가 끝나자 내 몸은 처녀시절의 그것과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친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염에도 한 번 걸리지 않았고, 어떤 병이든 그냥 조금 쉬면 나았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예전엔 그래도 이안에 생명이 있었는데...(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산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내 몸매는 임신 5개월 차 정도의 실루엣과 비슷하다. 항생제를 먹고 있어 수유를 하지 못했더니 다이어트도 그만큼 지체된 것 같았다. 수유를 오래 하면 엄마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건 맞는 말이지만, 그만큼 영양분도 빠져나가는 거라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잘 된 거라고 해야 할까. 죽을 만큼 아팠던 고비를 넘기고 나니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줘서 감사하다. 하지만 탄력을 잃은 채 1.5배는 불어난 뱃살, 생기 대신 올라와 있는 주근깨, 운동선수 뺨치는 승모근을 ‘득템’한 거울 속 나를 볼 때면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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