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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Apr 02. 2021

이렇게 친한데 가족이 아니라고?

가족의 진짜 의미를 묻는 영화 '가족의 탄생'

영화 <가족의 탄생>은 혈연으로 짜인 사전적 의미의 '가족'을 사회적 의미로 확장하고 가족이 공유해야 하는 핵심 가치를 묻는다. 서로 다른 역사를 지닌 두 가족의 막내가 각각 성장해 서로의 가치관을 내보이며 좌충우돌 교감하는 모습은 혈연관계가 곧 사회/경제적 권력으로 이어지고,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시되는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피를 섞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이 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다.


나는 줄곧 가족이 ‘가장 가까운 타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막내로 태어난 나는 회사를 다니며 집에 오면 시어른과 시동생의 끼니까지 챙기는 엄마에게 관심을 받기에는 너무 '알아서 잘 하는 아이'였고, 나 역시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거나 엄마가 생각날 때에도 혼자 삭이는 일이 편했다. 서운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커질 때면 엄마를 그냥 '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겠지. 그냥 나만 엄마를 찾지 않으면 돼.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대신 엄마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줄이기 위해 엄마가 마음에 들 법한 일에 굳이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엄마 손에 크면서도 락, 힙합 등 비주류 장르를 즐기고 나 자신을 가장 믿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친밀한 사람을 '타인'으로 대하는 과정은 상대방이 내게 사랑을 주지 못할 때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생각은 과도한 역할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엄마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 장면이 얼마나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인지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깝게 지내며 느끼는 안정감을 세살배기 아이를 통해 느끼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십 년 넘게 함께 살을 부벼오며 지내온 자녀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나 역시 엄마에게 그런 딸이기도 했고. 가족이 생면부지 남일수야 없겠지만, 자녀를 독립된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자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할 것이다. 그 때 섭섭함과 서운함을 느낄 나를 다독이며 이 영화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이성 배우자와 혈연으로 맺어진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거나 동성으로 이뤄진 가족 구성원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에는 언론사 사회부 사건사고에 이름을 올리는 혈연 기반의 가족도 많고, 또 이성이 결합한 부부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자녀가 커서 어떤 가족을 구성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가족을 대할 때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대하는 것이, 관계를 끊어야 생존할 수 있었던 이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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