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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Feb 13. 2022

[단상모음집] 총론, 일, 육아, 결혼생활 등

슬슬 브런치에 글을 올려볼까 


1. 총론


브런치에서 자꾸 글좀 올리라고 푸시 메시지를 보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받았다. 몇 번이고 외면하다 문득 지금의 상황을 기록을 남기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었다. 


일 외에 취미로 했던 모니터링단 등의 활동을 어쩐지 도피처로 여기는 느낌을 받아서 육아도 일도 하지 않는 새벽시간에 이직 준비를 했다. 몇 군데에서는 면접도 봤지만, 결국 최종 합격까지는 못해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직 준비에 시간을 들이다 보니 피곤하고 당이 떨어져서 아이에게 집중을 못 하고, 맛있는 걸 찾게 되면서 살도 쪘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전염된 탓인지 몸살감기가 와서 크게 아팠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에서 작은 실수 하나가 크게 불거진 일까지 생겼다.  자는 시간을 늘려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과 육아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일은 거의 신경 쓸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던 이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 일


이직 준비를 하며 늘 풀리지 않던 의문이 있었다. 어딜 가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최근 회사에서 작은 실수를 했던 사건을 계기로, 30대를 앞두고 있던 6년 전 겨울이 떠올랐다. 여러 차례의 언론사 시험과 인턴에서 고배를 마신 뒤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였다. 당장 생계도 문제였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하는 나'에게 부족한 게 무엇일지 먼저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을  쉬엄쉬엄 하고 싶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에도 쉬고 싶었고, 그 결과는 느슨한 태도와 결정적인 업무 실수로 이어졌다. 


여기서부터 잘하지 않으면 어디 가서도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태도의 문제였을 지 모른다. 스물네 살 때의 첫 사회생활, 오랜 기간 했던 인턴에서 정규직이 되지 못했던 일, 이 긴 시간 속에서 '일하는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넘어야 하는 어떤 선을 일부러, 꾸준히 넘지 않기 위해 넘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내 상황을 보니 나는 좀 더 오래 돈을 벌어야 했다. 애써 그 선을 넘고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주워 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다보면, 성과를 주워담은 그 지점에 이 회사를 너머 내가 발을 디딜 곳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큰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3. 육아

-배우자와 사소한 오해로 냉전을 이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평소에 그렇듯 대변이 마려운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냥 배가 아픈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까지 찍어 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불현듯 집의 분위기가 아이의 몸을 아프게 만드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할머니네 가 있는 동안, 배우자와 그간의 오해를 풀고 냉전을 일단락 지었다. 그 이후 집에 온 아이는 더 이상 배가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작고 무력했던 시절, 부모님 품에 안겨 놀았던 그 따뜻했던 감촉이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 있다. 신경 쓸게 많았던 엄마와 야근이 잦았던 아빠 밑에서 나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어쩌면 그 반대다. 오히려 과도하게 허용하는 식으로 이뤄졌던 육아가 어떤 상호작용에 따라 내 버릇을 잘못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4. 결혼생활

배우자와 나는 성향이 확연하게 다른 사람이다. 애착 유형이나 MBTI만 봐도 그렇다. 나는 회피형에 INTP이지만, 상대방은 안정형에 ESFP다. 나와 공유하는 영역이 연애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진 탓에, 운동 같은 소소한 취미까지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스치듯 들었던 섭섭한 감정이 증폭돼 기분이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좀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좀 더 확실해졌다. 각자의 영역을 함께하는 것이 둘에게 모두 좋은 것이 아니라면, 강요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 따로 하는 활동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 세계를 적극적으로 존중해 줘야 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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