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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나 Jul 27. 2024

기레기가 우주로 꺼지기 전에

유시민 작가와 김희원 기자의 대담에 대한 극소수 의견 

게이트키핑이라는 언론권력의 작용 없이 주체적인 시민의 눈으로 무엇을 뉴스라 인식하고 접근할 것인가 결정하고 실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하다 못해 창발적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세상. 이야, 얼마나 좋나. 나도 이런 생각에 매료된 때가 있었다. 


그런데 기레기 소리를 들으며 18년 동안 언론계에서 떠돌다 보면 이런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 아니었네. 전제부터 틀린 것 같은데. 당장 나를 포함해 뉴스소비자들은 편견 없이 자유로운 주체가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정의롭고 사려 깊지만 보통의 경우 탈진할 정도의 노동에 시달리거나 여하튼 빡센 삶을 살아내느라 뉴스를 업처럼 접하기보다는 일종의 교양 혹은 엔터테인먼트처럼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선택받은 뉴스는 어떻게 생겨먹게 될까. 기존에 소비자 개개인이 가졌던 휴리스틱에 맞아서 그 자체로 자신의 취향에 맞거나, 의견이 다르다면 분노하긴 해도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거나 등등이어야 한다. 

 

손석희의 질문들, 이라는 세간의 관심을 끈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와 김희원 기자의 대담을 보고 대부분 평가가 김희원에게 심하게 부정적인 걸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겁도 났다. 나 이런 생각 가지고 살아도 될까? 김희원 기자는 매우 빈번하게 "언론도 잘못한 게 있지만"이라고 말하고 그 사례와 배경도 꽤 여러 차례 얘기하지만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 상당수는 그녀가 엘리트주의적이고 궁지에 몰려 억지를 쓴다고 이해했다. 그런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된" 종이신문은 물론이고 "선데이서울 같은" 포털뉴스 검색도 하지 않는다는 유시민 작가와 비교해 뉴스레터를 본 후 각 언론사마다 한 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확인하고 유튜브는 보충적으로 활용한다는 김희원 기자의 자세가 그토록 부적절한 것인가?

 

유시민 작가의 주장처럼 편집자의 의도가 관여할 여지가 없고, 누군가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은 채 뉴스소비자 개인이 선택한 유튜브 콘텐츠(혹은 뉴스)라는 게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는가? 미디어 소비 패턴의 과도기에 재수 없게 유튜브 콘텐츠 생산자로 복무 '당한'(나는 회사원이니까)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의 입장에서, 나는 김희원 기자의 의견에 99% 동의한다. 특히 기성언론의 대안이 '자유로운' 유튜브라는 유시민 작가의 말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프로그램에서도 언급된 어도어 대표 민희진 기자회견처럼, 편집되지 않은 유튜브 콘텐츠는 나름대로 미디어 지평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이런 건 기성언론이 기존의 문법으로 담아낼 능력도, 제대로 전달할 수단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뉴스에서 유튜브가 기성언론 대비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기능적으로 우월한가?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본다. 이 알고리즘의 경향성은 '더욱더', 즉 더 큰 역치값을 추구하는 쪽으로 질주한다. 편견이나 확증이 계속 강화되는 방향이다. 여기에 강렬하게 저항하기 위해 '내 의견은 김어준tv에 있지만 꾸준히 백승희tv도 본다'는 소비자가 있다고? 이게 일반적인 유튜브 소비 행태일 수 있는가? 진짜로? 


언론이 바꾸어야 할 기존 권력에 복무했다는 역사적 잘못이 있다는 것에 철저히 동의하지만, 정의와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현실의 조각까지 깡그리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이 위선이건 아니건, 이른바 오래된 언론사 내에서는 '언론답게'라는 다양한 형태의 공기압이 분명 있다.(슬프게도 이 부분을 대부분 믿지 않는 것 같다) 당장 우리 회사만 해도 유튜브 콘텐츠가 '지루하지만 우리 사회가 꼭 알아야 할 뉴스' 대신 재미와 조회수 쪽으로만 흐르는 게 아닌지 경고하는 동료들의 시선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유튜브 부서에 와있는 나는 너무나 피곤하다) 유시민 작가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싫어하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조차도, 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설명해내려고 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 와, 뭐 이렇게까지 이 논지를 위해 애쓰냐, 할 정도다.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 위선일 가능성이 있는 어떤 태도들, 이런 것들이 나는 최악을 막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세는 분명 현실에서 '언론 규범' 혹은 '언론 윤리'로 작동한다. 


사실상 나의 의견은 김희원 기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래서 대부분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평과 반대다 못해 돌 맞을 생각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기성언론에 극도로 회의적인 유시민 작가에 대해 사실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 얘길 입밖에 냈다가는 저잣거리에서 사지가 찢길 것 같은 분위기다. 기자가 아닌 친구가 나의 의견에 대해 "그건 네가 기자라 그런 거고"라고 하는 순간, 아 내가 업계 소속으로 객관적 메신저가 아닐 수는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소곤소곤 하소연하듯 정리하는 중이다. 어쩌면 기레기가 우주로 추방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쓰는 업계 소회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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