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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Oct 24. 2022

이상한 날

얼마 전 조카의 돌잔치가 있었다.

옆에서 본 광경은 이상했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아버지와 사돈어른은 제부와 같이 술을 마시며,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옆에서 점심을 드셨다. 마찬가지로 일어나질 않으셨다.


동생은 밥을 먹는 동안 돌이 된 아이를 안고 있었다.  어머니는 첫째 조카의 밥을 먹이고는, 조카가 밥을 다 먹고 심심해 하자 둘째를 안고는 첫째를 데리고 나가셨다.

그제야 동생은 부랴부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한참 후 돌아온 어머니는 동생과 교대를 하고, 동생이 나가자 돌 상을 치우고, 돌 떡을 나눴다.

그 옆에서 나와 제부가 같이 떡을 나눴고, 남편은 우리 아이를 데리고 조카를 같이 돌보러 나갔다.

떡을 나누는 건 간단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힘들지도 않았다.

예약시간이 10분 남았을 때, 동생은 답례품을 줬고, 나는 부모님 꺼와 우리 꺼를 차에 넣으려고 일어났는데 아버지가 나를 부르더니 시간이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더니 술을 한병 더 시키라고 하셨다.


그때 순간 속에서 화가 났다.


예약시간을 맞추기 위해, 바삐 정리를 하고, 아이를 돌보느라 밥도 맘 편히 못 먹은 당신 딸은 안 보이시냐는 말이 목 끝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쳐다만 보다가 자기 떡만 챙겨가신 동생네 시어머니도, 같이 술을 마신 동생네 시아버지도 아닌 우리 아버지에게 제일 화가 난 거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어쩌면 누군가에겐 당연한 술 문화인데 그날따라 화가 났다.


속으로 화를 삭이고, 돌아와 웃으며 커피도 마셨지만 이 날은 참 오래 기억될 거 같다.

가족에게 말하면, 오늘도 민감한 딸내미가 될 테니 여기서라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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