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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Sep 17. 2022

소심한 자의 밤

나는 소심하다

그래서 그런가 잠들기 전엔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중학교를 다니는 중간에 이사를 갔다. 같은 도시 안이기도 하고 내향적이라 적응이 힘들까 봐 전학을 가지 않았다. 그래서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이 걸리는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야 했다. 가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앉아서 가려고 하교시간을 살짝 비켜난 시간에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를 타면 빠르게 잠이 들었다.

그날도 버스를 타고 잠을 자다가 깨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종점인 집까지 몇 정거장 남지 않은 곳에서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호통을 쳤다. 어른이 탔는데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자리를 비킬 만큼 노쇠하지 않았고, 버스 안에는 뒤쪽에 자리가 있었다. 그냥 여자고 어린 학생인 내가 제일 만만 했을 거다. 나는 어린 마음에 바로 자리를 일어났고, 혼자서 분하고 창피해서 다른 자리도 앉지 못했다.

'왜 나는 거기서 대응하지 못했을까.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머라고 얘기해야 할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가끔 잠들기 전에 이 생각으로 잠을 못 든다.


오늘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반갑지 않은 얼굴들을 너무나 반가운 얼굴로 마주 했다. 그리고 또 새벽에 그들에게 서운 했던 일, 내가 그들을 속마음과 다르게 대해야만 하는 이유들이 떠오르면서 잠을 못 자고 있다.

분명 살면서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인데 왜 떨쳐내질 못할까. 또 이건 몇 년짜리 생각들일까 두렵다.


어른이 됐으니 어른처럼 생각하고 싶지만 오늘도 소심한 밤을 지새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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