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진슬 May 24. 2023

6. 달라도 괜찮아

 


  대형 마트 식품 코너에 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익숙한 노래가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콩이나 두부, 채소 등을 잘 먹게 하기 위한 두부 회사가 만든 일종의 캠페인 송이다. 나도 어릴 때 이 노랠 들으면 어쩐지 싫어하는 야채라도 한 번 더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던 그런 노래다.


  엄마는 이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하는데, 그건 바로 이 노래가 광활한 대형마트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엄마가 쉽게 두부와 콩나물 섹션을 찾게 해 주는 훌륭한 렌드마크가 되어 주기 때문이란다.



  엄마는 평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와 같은 어린이들을 위한 장애공감 송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평소 성실하고 추진력이 좋은 엄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공감 송을 진짜로 만들었고, 나는 영광스럽게도 그 노래의 레코딩에 참여하게 되었다.


  엄마의 제법 혹독한 지도하에 노래를 며칠간 열심히 연습한 후 긴장된 마음으로 녹음실로 갔다. 녹음실에는 이 노래를 좀 더 풍성하고 멋지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래를 부를 나와 비슷한 또래 어린이들이 세 명 더 있었고,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우리들은 어린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달랐다. 학년도, 생김새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엄마가 만든 장애공감 송 <달라도 괜찮아>를 함께 부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연습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각자가 학교에서 접하게 되는 장애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 모두가 그 친구들에 대해 딱히 불편해하지도 어색해 하지도 않았다.

  나는 장애에 대해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소리로 열심히 장애공감 송을 불렀다.

  우리의 다른 목소리들은 엄마의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로, 편곡자 아저씨의 멋진 레코딩으로 한마음, 한목소리를 지닌 아름다운 노래로 거듭났다.




<손으로 책을 읽는 친구들, 눈으로 얘길 듣는 친구들,

바퀴로 걸어가는 친구들, 나완 좀 다른 친구들....

처음엔 낯설기도, 처음엔 어색하고,

처음엔 잘 몰랐지만

같이 놀기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하며

서로 조금씩 알아가 보니

동생과 내 모습이 다르고,

친구와 내 생각이 다르듯,

나와 조금 달라도 괜찮아.

예쁜 무지개처럼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5. 장애인이 어떻게 최강대학교에 가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