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답게 리액션이 확실해서 즐거웠던 강의
지난 2월 15일, 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날, 저는 송도 국제도시에 위치한 조지메이슨대학교 한국 캠퍼스에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를 하러 갔습니다.
검색해 보니 송도는 서울에서 너무나도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미리 복지 콜택시를 5시간 대절하여 송도까지 다녀왔지요.
택시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송도 국제도시에 위치한 조지메이슨대학교까지 가는 데에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래도 모범 강사답게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강의에 활용될 동영상 및 사운드, 글꼴이 깨지는지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구글코리아 강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교육 관련 기자재 수준에 조금 놀랐습니다. 강의할 사람이 서게 되는 교탁에 일체형으로 설치되어 있는 테블릿도 매우 훌륭해 보였고 대형 프로젝터 역시 최신형에 성릉도 좋아 보였거든요.
이렇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서 강의를 하면 강사 역시 좀 더 있어 보이는 것 같아 어쩐지 기분 좋은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코로나 대유행 때 조지메이슨대학교 역시 원격수업을 많이 해야 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이렇게 fancy한 교육 기자재들이 갖추어지게 된 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 강의 역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는 강의였습니다. 요즘 기업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대세인 듯 합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외국인 교수님들이었기 때문에 가르치는 분들 앞에서 남의 나라 말로 강의를 하려니 조금 긴장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강의 시작하면서 유머러스하게 여러분들이 내 강의에 너무 공감되어 잘 듣고 있다고 아무리 눈으로, 표정으로 표현해도 시각장애인인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 적극적인 사운드 중심 리액션을 부탁한다고 말하며 교수님들도 리액션 없는 강의 정말 힘들지 않느냐고 공감을 구하는 멘트를 날리니, 역시 표현에 적극적인 서양인들 답게 환호에 박수 치고 책상 치고 발구르기까지 하면서 거한 리액션을 돌려 주셨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부드러워지니 조금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죠.
이번 강의는 구글 코리아의 다양성 포용 개념이 주가 되는 일종의 기업 연수 내지는 기업 문화와 아이디어 중심의 강의라기 보다는 좀 더 법정 강의의 의무에 충실하게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관련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습니다.
이제 몇 번 영어 강의를 하다 보니 혼자 소심하게 설정한 오늘의 목표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영어로 참여자 웃기기였습니다.
처음 영어 강의를 할 때는 긴장되어서 내가 써 놓은 대본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는 것 조차 불가능했지만, 이제 영어 강의 몇 번 했다고 조금 여유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영어로 외국인 웃기기에 성공했느냐고요?
다행히 성공했답니다. 혼자 뿌듯해했다죠?ㅋㅋㅋㅋ
무사히 시간보다 약간 빠르게 강의를 마무리하고 나니 다과가 준비되어 있어 저도 권유를 받아 먹게 되었는데요. 그냥 약간의 과자나 차가 아니라 하프사이즈 뚱뚱이 베이글 샌드위치로 연어크림치즈, 튜나, 햄치즈, 야채 이렇게 4가지 종류가 준비되어 있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강의 하고 나면 배고픈데 이런 강의처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사심을 격하게 가져 보았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니 세차게 오던 비도 멈추고 맑은 하늘이 나타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