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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리핵주먹 Apr 23. 2024

엄마의 글쓰기

갑자기 왜 글이 쓰고 싶을까?

드디어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되었다.

작가가 되었다는 표현은 차마 쓰지 못하겠다. 누군가에게는 있으나만 한 진입장벽이었을 수 있으나, 나에게는 굉장히 높은 벽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는 알림을 본 이후로 이틀을 잠을 설쳤다. 필명은 뭐로 해야 할까, 첫 글은 어떤 주제로 써야 할까 고민하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사실 나는 정확히 14년간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를 써왔는데, 정말로 꾸준히 엄지손가락으로 댓글 수준의 일기를 남겼다.

그래도 약간의 사유와 추억이 깃들었다고 믿고 싶으나 결론적으로 내 포스팅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은 우리 친언니뿐이다.

하여, 우선은 브런치에 뭔가를 올린 후에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쓰고 싶었다.

맞춤법도 좀 찾아보고, 내가 쓴 글을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은 고치기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복식호흡을 하며 숨쉬기를 어색해하듯 새로이 배워보려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쓰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까?

건축을 전공했던 학부시절에

‘왜 유명한 건축가들은 다 글을 잘 쓰는 거임?’ 했던 나의 질문에 한 친구가

글을 잘 써서 유명해지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던 순간이 아직도 명료하게 기억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무릎을 탁! 쳤다.

그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지 잘 몰랐지만 뭐가 되었든 간에 유명해지고 또 존경도 받으면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했다. 그러러면 글을 잘 써야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고, 그동안 나 스스로를 독자로 한 글들만 열심히, 그것도 아주 열심히 많이도 써댔다.

타인이 읽어서 득이 될만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변명은 내 삶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더디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슬픈 일이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모든 방에 시시티브이를 달아놓고 그의 행동을 녹화하고 기록해놓고 싶을 만큼 특별한 날들을 보내는 와중에 과거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뺏어간 그와 기꺼이 조연으로 열연 중인 나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가를 다시금 고민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내 개인의 서사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련의 노력으로 주인공 자리를 되찾아올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떠오른다. 본성은 빈틈이 많고 덜렁대지만 오랜 기간 학습된 모범생이기에 누군가 숙제를 내주면 꼼꼼하게 해내는 편이다. 브런치는 내게 셀프 글방이 되어 줄 것이다. 일주일에 꼭 한 편, 정성스럽게 써보는 것, 2024년 나에게 주어진 큰 숙제다.


정말로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이후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었다.

‘와 씨 재밌다 ‘ 감탄하며 읽다가도 짜증이 확 솟구친다.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지 나보다 어린데 재능 있고 멋진 사람을 보면 우선 아니꼽다. 너무 잘 쓴 문장을 보고 캡처를 하려고 뒷면을 톡톡 두드리는 내 손가락이 약간 신경질적이다. 웃긴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어린 시절 기억이 이렇게 선명하지? 시트콤 같은 대가족의 서사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녀의 화려한 과거 연애사 또한 읽고 있으면 질투가 용솟음친다.

나는 왜 이렇게 쓸 거리가 없을까? 투덜대던 차에 이슬아 작가가 김연아를 보며 운 적이 있다는 글을 읽는다. 나는 김연아가 아니고 왜 나인가! 하면서 울었단다. 약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또! 또다시 질투가 났다. 위로까지 해주네?

가벼운 듯 웃기고, 담백하게 또 깊게 마음을 울리는 짧은 글들은 주변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과 대단한 관찰력의 결실일 것이다.

해리포터의 작가님도 기차역에서 영감을 얻은 즉시 신내림을 받은 듯 죽죽 써 내려간 게 아니라 5년을 반복 작업을 하며 글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핸드폰에 일기를 쓰며 키읔과 히읗, 비속어와 줄임말을 경솔하고도 빠르게만 움직여왔던 내 엄지는 잠시 휴식 중이다.

허리를 곧게 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내 모습이 싫지 않다.

이만큼 쓰고 보니 약간은 알겠다. 잘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압박이 약간 있을 뿐, 나는 글 쓰는 시간이 즐겁다. 다음에도 쓰면서 즐거울 수 있도록, 내 일상을 현미경으로도 들여다보고, 멀찍이서 새의 눈으로도 바라보아야겠다.


나의 유일한 독자이신 언니가 내가 쓴 글을 보고 카톡을 보냈왔다.

’왜 이리 일기를 써? 센티해?‘

이응으로 답하였다. 실은 몹시 신나지만 말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시골에서 아기 키우는 아줌마가 아니라, 바닷가 마을에서 조용히 지내며 글을 쓰는 어쩐지 신비로운 사람이 된 듯하여, 행동마저도 그리 하기로 한 것이다. 활자는 삶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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