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으려고 시작한 운동, 몸무게 앞 자리수가 두 번 바뀌다.
1년 동안 20kg의 체지방이 내 몸에서 달아났다. 1달에 약 1.6kg씩 조금씩 계속 감량한 결과다. 몸도 마음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시작했다.
살아 낼려고 시작한 운동이 취미가 됐고, 취미가 된 운동이 중독이 됐고, 이 중독이 지금은 내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바꾸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제 그 경험을 나누고, 어떻게 하면 평생 운동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021년 8월. 체중이 10kg 이상 늘어 88kg까지 불어났다. 몸이고 얼굴이고 부풀대로 부푼 풍선 같았지만, 정신은 공허한... 그런 빈 껍데기였다. 불면증도 왔다. 소폭을 목구멍에 들이 붓고 취해야지만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런 생활을 한지 한 달 반. 이대로는 폐인이 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동굴에서 이제 그만 나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증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조금씩 걸어보시죠. 우울증에 도움이 됩니다.
의사는 집 근처를 걷거나 뛰어보는 것을 권했다. 많은 우울증 환자에게 권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이미 체중이 90kg에 육박해 다른 운동을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안양천이 집 근처였다. 퇴근 후 걷기 시작했다. 그게 1년 동안 20kg 감량으로까지 이어진 내 운동이력의 시작이었다.
비만과 폭식, 정신적 결핍이 원인이다.
여기서 내 이야기가 더 길어진다면 '한 우울증 환자의 자전적 에세이' 정도가 될 지 모르겠다. 다이어트와 운동이 글감인데 왜 난 나의 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을까? 비만은 정서적 결핍이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에서다. 나는 정서적 결핍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병리적인 비만은 그야말로 질병이니 그건 의학적 논의의 영역이다.
일반적인(?) 비만은 폭식과 과다한 음식 섭취에서 비롯된다. 결국 폭식과 식사 조절 실패를 부르는 멘탈이 문제인 것이다. 나 또한 폭식이 이러한 결핍에서 비롯됐다. 개인적 힘듦으로 인한, 또 공허함을 폭식으로 채우고, 술로 도피했다고 난 고백한다.
내 삶의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손으로 언제든 입에 집어 넣을 수 있는 달콤하고 풍미 좋은 음식은 나에게 즉각적 쾌락을 준다. 그리고 난 그 음식들을 통해 내 삶의 문제들을 잊을 수 있다.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인생, 음식은 빠른 자기효능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우린 음식을 통해 이러한 삶의 문제를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식탐이란 마약에 버금가는 즉각적이고 중독적 쾌락을 선사한다.
하지만 결국 그런 행위는 내 결핍을 채우기는 커녕, 자기 자신을 망치는 파괴적 행위다. 이제 이 결핍을 자기파괴적 행위가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한다.
회피이론(Escape theory)
사람들은 왜 폭식을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연구들은 이미 회피이론(Escape theory)으로 정립되었는데, 앞서 내가 이야기한 논지를 뒷받침한다.
회피이론은 쉽게 이야기하면 심리적 문제를 잊기 위해 사람들이 폭식을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지각이나 실패의 지각이 들 때 폭식을 통해 회피한다. 폭식의 결과로 인한 체중 증가, 외모의 변화 등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지각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폭식의 결과일 뿐이니 또 다시 애초의 문제였던 부정적 지각이나 실패의 지각 때문이 아니라고 자기위안할 수 있다.
결국 결핍을 채워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온갖 다이어트 정보와 팁, 다이어트 식품, 운동 정보가 유튜브 등에 넘쳐나지만 비만과 폭식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됐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정보와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멘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연장을 손에 쥐어줘도 사람이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인 법이다.
인생은 쉽지 않다. 그 사람의 결핍을 부른 삶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사실 단기적으론 회피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폭식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회피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폭식은 자기 파괴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아주 강하게 말하고 싶다. 최소한 폭식으로 내가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는 것보다는 운동으로 회피하고, 또 그 운동으로 내 문제를 해결할 체력과 에너지를 얻는 것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그냥 (운동) 하세요.(Just Do It.)
피티를 받으면서 트레이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도 항상 내리는 결론이다. 결국 해야 한다. 무엇을? 운동을. 운동 정보나 팁의 습득이 아니라 그냥 바로 지금,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로 지금 나가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당신의 멘탈이 유튜브의 운동 팁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나 또한 운동을 시작하면서 유튜브나 서적, 인터넷 등을 통해 온갖 운동 정보 등을 찾아보는데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정작 중요했던건 집에서 맨손운동을 하고, 나가서 걷고 뛰고, 헬스장에서 가서 쇠질을 할 수 있기 할 수 있었던 나의 의지와 꾸준함, 일관성이 훨씬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이 든다.
결국 핵심은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다. 즉각적 만족을 주는 음식과 달리 운동은 일관성과 꾸준함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다. 몸은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때문에 운동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와 목표 설정이 되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후에 내가 연재할 글들에는 체중 감량과 웨이트 트레이닝, 바디프로필(이건 운동의 목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등을 해오며 얻은 요긴한 팁들도 내용에 포함되겠지만 주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한 멘탈 관리, 마음가짐, 동기부여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 될 것이다.
자,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다가올 여름 해변에서 좋은 몸을 보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 당신의 목표는 꾸준함과 일관성을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멘탈이다.
그러면 운동과 좋은 몸은 자연히 따라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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