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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ey Nov 09. 2022

01. Intro

나의 기록들이, 그리고 나의 생각들이 먼 훗날에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Daily_뭐라도>의 작품은 온라인 전시(www.doanything.co.kr)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중학생 시절, 그냥 뭣도 없는 호기심으로 방송부에 지원한 적이 있었어. 사실 가요밖에 듣질 않던 나였지만, 엄청난 경쟁률로 유명한 가요 파트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름 머리를 써서 팝 파트에 지원하게 되었지. 이렇게 덜컥 합격할 줄도 모르고 말이야. 사실 대기업 압박 면접 뺨칠 정도로 무서워서 면접장에서 나오자마자 울었던 기억밖에 없는데, 아주 운이 좋게도? 방송부에 붙어버린 거지.


이때부터였던 것 같아.
음악에 대한 나의 관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던 순간 말이야.


그 시절 방송부의 가장 큰 업무는 바로 ‘점심 방송’이었어. 이때만 해도 CD를 손수 기계에 넣어 음악을 틀어야 했는데, 지금의 세상과는 아주 먼 얘기지? 직접 들려주고 싶은 오늘의 노래를 골랐어야 해서 그런가, 내가 방송하는 이 시간만큼은 다양한 음악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더라고. 그런 소박한 바람이 ‘음악 앨범 수집’이라는 내 취미를 만들어줬던 거지.


지금도 이 취미를 유지하고 있냐고?


나의 음악 앨범 수집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진 건 사실이야. 고등학생 시절, 하굣길에 근처 교보문고에 들르는 게 내 일상 중 하나였거든. 딱히 사고 싶은 음악 앨범이 없어도 끝없이 진열된 CD들 속에서 끌리는 것 한 장 정도는 꼭 사서 나왔던 것 같아. 그때 한 장씩 사서 모았던 음악 앨범들이 지금 내 서랍장 전체를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이니까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려나. 지금 찬찬히 살펴보니 장르가 참 다양도 하더라. 


하지만 아쉽게도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들을 음악 앨범을 신중히 고르던 나의 저녁 루틴은 그저 고정된 라디오 주파수로 바뀌어 버렸고, 책장을 가득히 채웠던 나의 음악 앨범들도 서랍 깊숙이로 감추어져 버렸어. 스마트폰 하나로 간편히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요즘의 시대에 발맞춘 결정이라 하지만, 실상은 그저 내 열정이 식어버린 거지 뭐. 이렇게 내 오래된 취미는 버리지도, 그렇다고 마냥 처박아둘 수만은 없는 하나의 인생 과제가 되고 말았네.


그래서 이제까지의 나의 먼지 쌓인 앨범들을 하나씩 꺼내 보고 기록해 보려고. 그간 지나치고 잊고 지냈던, 내가 격하게 공감하며 읽어 내려갔던 가사 한 줄 한 줄에서 드는 생각들을 기록해 보는 거지.


나의 기록들이,
그리고 나의 생각들이 먼 훗날에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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