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면 나도 곧 이렇다 할 어른이 되어있겠지
영원히 올 것 같지 않던 30이라는 숫자가 나에게도 왔어. 남들에 비해 이 숫자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더라. 나이를 먹는다는 게 싫다는 건 아니야. 그저 과연 내가 이 숫자를 받아들일 만큼의 준비가 되었는지가 의심스러울 뿐이지.
생각해 봐. 우리에게 있어서 30대는 막연하지만 또렷한 환상 같은 게 존재했잖아. 화려한 커리어 우먼이라든지 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혹은 진정으로 내가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꾸준히 ‘잘’ 하고 있는 삶 같은 것 말이야. 그런데 아쉽게도 난 그러지 못하고 있거든. 아직도 회사에서는 어른인 척하는 무늬만 5년 차 직장인이고, 현실은 친구들만 만나면 금세 10대 소녀가 되어버리는 그런 철없는 존재. 그런데 우리의 사회에서는 이런 30대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지? 그래서 조급해지나 봐. 나는 아직 그대로인데 세상만 변하는 그런 느낌, 내가 어릴 적 막연하게 꿈꿨던 것들이 언제쯤 눈에 보일까 하는 그런 생각들로 가득해져서 말이야.
그런데 사실 한편으론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 내가 사회가 원하는, 그런 30대를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뭐 어때?라는 생각. 내가 20대를 아무 준비 없이 맞이했지만 잘 지나왔던 것처럼 30대도 곧 나 스스로의 속도를 찾아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거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굳이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 이 현재를 최대한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는 거야말로 진정한 준비 아닐까 하면서.
그래, 나는 아직 내가 무얼 잘하고 좋아하는지조차 명확하게 알지 못해. 하지만 끊임없이 시도하고 경험하고 있거든. 매일 머릿속에만 그려왔던 글쓰기를 <뭐라도 프로젝트>를 만나 실현하는 것처럼 결국은 이러한 것들이 모여 무언가를 이루긴 하더라고.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나 자신을 너무 탓하지는 말자.
이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면
나도 곧 이렇다 할 어른이 되어있겠지.
뭐- 꼭 이렇다 할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