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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인 Dec 11. 2018

괜찮아, 바다는 생각보다 깊지 않아

그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며칠 전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최근 종잡을 수 없는 권태와 우울감은 3년 차의 사춘기라며 나의 굴곡을 어쩌면 당연히 있는 일이라며 그 자체를 즐겼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모교에서 작은 강연을 할 수 있을 기회가 생겼다.


작았기에 더욱 의미있었던

신문방송학과,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우리 학과 3학년,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가 겪어온 과정을 편하게 이야기해주는 시간이라고 교수님은 가볍게 말씀하셨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또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를 겪고 있을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몇 주간 고민을 했다.


매해 감기는 가장 심하다고 하고, 경제는 늘 안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체감하는 취업시장의 온도는 더욱 냉랭하다.. 나라는 사람 또한 아직 정답을 알지 못하고 또 알아가는 중이지만, 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진행 방식은 나라는 사람, 그리고 대학생활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간략하게 먼저 설명을 해주고, 질문하기 쑥쓰러울 수 있기에 포스트잇에 궁금한 점을 모두 적어주면, 그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었다.


젊은 꼰대가 되지 않기로 강연을 함께 준비한 동기와 몇 번을 다짐했지만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젊 to the 꼰이 되어버린 나는) '그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이라는 주제로 몇가지를 조심스레 적어내려가본다.

감히 헤아릴수 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겠지만 그래도 지나면 추억이 되어있기를 기원


Q. 이 경험만은 꼭! 강력히 추천하는 활동이 있으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나는 대학생활 때 인턴이든 대외활동이든 교내 활동이든 적극적으로 한 편이다. 모든 경험은 수많은 점이 되어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기에 모두가 소중한 순간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Best를 고르라면 나는 단언컨대 '인턴' 혹은 '기업체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을 손꼽고 싶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 나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 또한 '직무에 대한 이해'와 '애티튜드'라고 생각을 한다. 요즘 인턴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기업의 규모보다는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경험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더 마음에 잘 맞았을 수 있고, 해보니 전혀 생각과 딴 판일 수도 있다. 한 예로 동기는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외국계 PR 에이전시에 반신반의하며 인턴을 시작했는데, 담당 분야가 제약이었다. 제약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던 그 친구는 지금 제약 영업왕으로 지내고 있다.


맞지 않는 회사를 가는 것이 시간 낭비라며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을 테지만, 그것도 해봤으니 아는 귀중한 경험 중 하나기에 꼭 도전 해봤으면 한다.



Q. 이번 학기가 끝나면, 휴학을 하는데,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어떻게 하면 휴학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요?

제발 저 대신 장기여행 가주세요.. 사회인이 되고서 한.. n 년까지는, 해외여행을 갈 때에는(운좋게 몇일을 가게된다 하더라도) 가장 비싼 성수기에 여행을 갈 수밖에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시간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하니, 꼭 여행을 다녀왔으면 한다.


나에게 여행이 좋은 이유는 사고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아가니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에서도 모두 '행복'이라는 과녁을 두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겪다 보니 모두에겐 다 저마다 이유가 있다고도 느꼈다. 그리고 돈을 써보니 돈을 벌어야겠다는 강한 동기부여도 생겼고.. $$

좋은거 많이 보고,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많이 웃으면 더좋고

아니면, 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무모한 일이더라도 혹은 아주 의미 없는 일이더라도 그 때니까 가능하다. 토익도 좋고 자격증 공부하는 것도 좋다. 대신 그 또한 왜 반드시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남들 하니까, 필요하다고 하니까, 보다 진정으로 필요한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자. 취업은 수능 하고는 많이 다르다.


이것도 아니라면! 미뤄두었던 취미를 하나 성취해보는 것도 좋다. 혼자 책읽기, 전시회 가기 아니면 악기배우기도 훌륭할 것 같다. 뭐든 어떤 경험이든 귀중하다.



Q. 캠퍼스 커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도움과 방해 측면에서 설명해 주세요.

(이건 교수님의 질문이었는데...) 해본 입장으로서, 웬만하면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한다.. 매일 본다는 장점은 있지만 관계에 '거리두기'가 없다면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해서 좋지만, 또 익숙해서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되려 많다. 서로의 시간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두 발자국 뒤에서 존중해줄 수 있는 관계라면 적극 찬성합니다.




Q. 직업을 선택할 때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요?

나는.. 생각보다 유별나게 좋아하는 일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은 확고하게 '아 이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것도..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다 무난무난!'이라고 생각을 해서 되려 고민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싫어하는 것을 적어 내려가고 그에 반대되는 말을 찾았다. (1) 맨날 똑같은 일은 하기 싫어 (2)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는 싫어.. 등! 여러개를 정리해보니 결론이 두 가지로 좁혀졌다.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가' & '성장하는 회사인가' 두 가지였다.


배울 것이 많은지는 회사의 운영 형태(대기업, 중견기업, 에이전시 중)를 살펴봤고, 그중에서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는 에이전시를 선택했다. 그리고 성장하는 회사인지에 대해서는 경영공시에 있는 대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살펴봤다. (약간의 권태기가 오긴 했지만) 아직 잘 다니는 것을 보니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가장 사랑받는 벨루가도 나름의 고민이 있을지 모른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거다.


Q.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낮아지는 자존감이었다. '훌륭한 인재이오나..'의 문장만 봐도 가슴이 덜컹 얼굴이 화끈거리렸는데,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의 의미가 점점 작아진 것 같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잡념이 깊어지기도 했고..


나는 개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고민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 기분과 우울감에 너무 몰입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절대적인 시간을 정해둔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번 주는 여기까지만 우울하자.'라고 시간을 정해두고 나머지는 나만의 걷기를 한다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거나 하면서 남일처럼 대하기도 했다.

늘 나를 위로해주는 속초바다


그런 과정을 한 8개월 이상 겪었다. 그래서인지 의도적인 거리두기가 오히려 나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했고, '아 이번 공채는 어렵겠구나..'생각하고 지원한 체험형 인턴에서 경험을 쌓고자 이것저것 해보니 좋게 봐주신 부서원 분들 덕분에 정직원으로 전환이 됐다. 사람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래 어떤 부분은 지나갔으니 쉽게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나 또한 정말 원하던 회사의 인적성에서 낙방하고 3일은 베개를 적셨다. 근데.. 3일 그렇게 폐인이 되었는데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취업은 장기전이다. 멀리 뛰기 위해 신발끈을 묶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털어내자. 지금 당장 인연이 아닌 것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초중고 열심히 살아서 대학 가면 끝난 줄 알았는데 취업이라는 큰 산이 있었고 또 그걸 넘었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들어오니 여긴 또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사회인 0살이 되었달까. 나는 지금 건방지게 몇 자 적기는 하지만, 또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은 나를 보며 귀엽게 미소 지을 수도 있다.

원래.. 해가 뜨기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네요.

요즘 나도 이런저런 일이 있으면서 고민이 많아 글도 쓰지 않고 게을러졌다. 그런 나에게 기자로서 현업에 20년이나 계셨던 교수님께 이런 사정을 털어놓으니 딱 한마디를 해주셨다.


'괜찮아. 바다는 생각보다 깊지 않아'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하고 돌았는데. 그래 또 3년 뒤면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줄 말들이 많을 거다. 그때도 이렇게 마음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 그리고 바로 여러분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너무나도 높은 산이 있었는데, 아마 눈 떠보면 어라? 정상이네?라고 생각할 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응원합니다.



모두 적고 나니, 오히려 지금 나에게 더욱 필요한 얘기들이다. (누가 누굴 가르쳐!!) 그래 바다는 생각보다 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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