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힐리어로 '문제 없어' 아프리카 운동가 디즈니에 상표권 취소 청원
무인도에 조난당했을 때 미키마우스(Micky Mouse)를 그려 놓으면 디즈니(Disney)가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디즈니는 가장 강력한 저작권법과 상표권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그런 디즈니에게 아프리카의 한 운동가가 소유권을 포기하라며 청원을 시작했다.
‘하쿠나 마타타~’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단어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는 아프리카 남동부 케냐, 탄자니아 국가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걱정 없다’를 의미하는데, 사실 이 단어는 라이언 킹의 명장면에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됐다. 발 빨랐던 디즈니는 1994년 라이언 킹 개봉과 동시에 ‘하쿠나 마타타’를 상표권으로 등록해 미국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 또한 이 문구가 들어간 어떤 상품도 판매할 수 없었다.
이에 아프리카 출신 활동가 셸턴 음팔라는 식민지적 약탈 행위라며 ‘디즈니는 자신이 창조한 것 이외의 것을 가질 수 없다’고 소유권 포기를 주장했고 이를 담은 전 세계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월 4일 현재 시점으로 17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청원에 참여했다. 오는 상반기 라이언 킹의 실사판 리메이크 재개봉 이전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디즈니의 ‘하쿠나 마타타’ 소유권 기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이번 출원이 문화적 전유 행위라고 역설한다. 국가와 언어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닌, '상업적으로' 먼저 사용한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 어느 한 문화집단이 다른 문화집단의 전통문화를 자신의 것인 마냥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우리나라의 ‘감사합니다’라든지 ‘혼자 옵서예’를 일본이 어떤 문화적 요소로 활용을 하고 그 소유권까지 주장한다면 이해가 쉽다. 김치를 기무치라고 수출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말이다.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말이 안 된다.
그러자 디즈니는 ‘단 한 번도 하쿠나 마타타를 사용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구속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 미래도 동일한 입장’이라며, ‘라이언 킹의 브랜드 위조를 막기 위한 것일 뿐, 특허권과 달리 독점 권한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를 살펴보면 여전히 상표권 포기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의 비슷한 행보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디즈니X픽사의 블록버스터 ‘코코(COCO)’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영화로 기억된다. 이 배경이 되는 죽은 사람의 제사를 지내며 가족들과 평생을 기억하는 문화, ‘죽은 자의 날(Dia de los Muertos)’이 멕시칸 아메리칸들에게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디즈니는 이 영화를 준비하는 2013년 이미 ‘Dia de los Muertos’의 장난감, 시리얼, 주얼리 류에 사용되는 상표권 등록을 시도했다가 기각되었다. SNS 등을 통해 히스패닉에게 그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인데, 만약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20년 전 즈음이라면 조용하게 디즈니의 소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20년전 짜빠게티를 먹으며 보는 티몬과 품바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런 라이언 킹에게 이런 사연이 숨어있을 줄이야. 그리고 또 지난해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 코코에도 이런 뒷 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미국 내에서는 소유만 할 뿐, 사용 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대자본주의다.
브랜드에게 출원은 생명과도 같지만, 왠지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여러분은 청원에 참여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