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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Sep 08. 2021

빅 플젝을 마치며

Lesson Learned

  실로 오랜만의 글이다. 7월 말, 1년간 가장 큰 숙제였던 서머 e-프리퀀시 이벤트를 마무리하고, 여유가 생기나 했더니 신상에 큰 변화가 생겨 버려서 고생을 좀 하느라 글 쓸 여유가 없었다. e-프리퀀시 이벤트는 이직 후 내가 이 회사에서 맡은 가장 큰 플젝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고대했던 작업이었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플젝엔 한 번도 도전한 적 없는 예약 시스템 론칭이라는 과제까지 주어져서 부담이 컸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면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상 이런 큰 과제를 맡게 된 게 꽤나 행운이라 느꼈다. 물론 힘든 날도 있었지만 플젝을 준비하는 1년 내내 대체로 즐겁고 행복했다.


  상반기 성과 평가도 끝났고, 내게도 의미가 큰 프로젝트를 회고하며 몇 가지 기억해 둘 만한 깨달음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1. 큰 프로젝트일수록 PM이 확신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프로젝트가 크다는 , 매출 포션이 커서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진척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게는   명의 프로젝트원들의 ‘시간이라는 자원을 쓴다는 점에서,  나아가서는 그들의 6개월 내지 1년의 성과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PM 책임과 의무는 막대하다. 때때로 부담스러울  있지만, 자신의 위치를 객관화하고,  위치에서 오는 중압감까지 함께 견뎌야 성공할  있고,  성장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PM의 확신이다. 고집을 부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들였을 에너지를 생각하고, 그들이 흔들림 없이 프로젝트를 진척할 수 있도록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프로젝트를 리드하다 보면, 의사 결정이라는 명목 하에 수 십 개의 다른 의견을 들어가며 조율을 하는 상황을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 PM이 흔들리면 프로젝트 팀 전체가 흔들린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구하되, 결국 최선이 무엇인지 고르고 그것을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PM이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고, 빠르게 결정을 지을수록 프로젝트 팀의 시간과 에너지를 덜 낭비할 수 있다.


2. 전례가 없다고 해서 내 일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PM들의 전투력을 가장 떨어뜨리면서 한편으론 또 불타오르게 하는 말이 “전례가 없다”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한적 없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성급한 결론인데,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처음 아닌 일이 어디 있나. 문제는 저런 말들이 PM을 압박하고, 위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모든 PM들에게 그 무엇보다 가장 우선돼야 하는 일은 다름 아닌 멘탈 수양이다. 대부분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아무도 시도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만 하거나, 기존의 업무와는 결이 다른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일은 거의 필연적이다. 그 과정에서 PM도 일개 회사원인지라 조직, 엄밀히 말하면 유관 부서 혹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지지나 압박에 매우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특히 선례가 없다는 말은 변화에의 의지로 단단히 무장된 PM을 위축시킨다.


  선례가 없다고 해서 내 일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물론 경험상 지금까지 안 한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결국 그 사정도 들여다보다 보면 ‘이번엔 다르게’, ‘그럼에도 새롭게’ 만들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더 많다. 한 번도 한적 없다는 말에 괜히 위축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단단히 무장시켜야 한다.


3.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선의를 믿자.


  다른 건 몰라도 프로젝트 팀 복은 늘 있는 편인데, 결국 프로젝트를 회고해보면 남는 것은 함께 일한 동료들의 ‘기꺼운’ 마음들이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실행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선의가 가동되는가. 프로젝트를 진척하다 보면 궁지에 몰리고, 내가 아니라 일이 나를 끌고 간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이때에도 결국 나를, 또 내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의를 통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기꺼운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해준 책 구절이 있어 마음을 대신하려 한다.


그럼에도 ‘필요’ 이상을 하게 되는 어떤 마음이 있다. 돈으로 돌아오지 않을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마음, 내 몫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떨치는 쪽이 영리한 것이 요즘 세상이다. 그걸 안다 해도 일에 쏟아서는 안 되는, 그 갈 곳 없는 마음은 어째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까? 우리에게 남은 활동이라고는 노동뿐인 이 시대에도 우리에겐 유용한 것을 창조하고, 사람들 속에서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모순에 휩싸인 채 살아간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P. 11


  그야말로 열정의 1년이었다. 정말 많이 고민하고 고생했지만, 결실을 잘 맺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나다. 수 십 명의 사람들을 리드하고, 수백만 고객의 지지를 얻을 프로젝트의 기회가 또 올까 싶지만, 결국 더 어렵고 더 멋진 프로젝트를 만날 거라고 희망하며, 그때는 더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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