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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oo Kim Jul 10. 2021

익스펜더블 3

광장에서 돌을 맞는 사람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사연은 정말 안타깝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자해하는 사람도 있고, 가정이 박살난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의 분노를 누가 모르겠는가? 꼭 보이스피싱 범인들을 찾아 피해액을 환수하고 그들이 죄 값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경찰과 검찰 법원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대하는 태도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바다 건너 엘도라도에 있는 분들을 잡아내기가 어려우니 수거책만 열심히 잡아 조지면서 마치 보이스피싱 범죄가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매년 수천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범인을 한 사람도 못 잡았다면, 대부분의 범죄자는 잡히지 않았고 잡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면,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는 어떠할까?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서 보이스피싱 총책을 검거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다.


TM들을 검거했다는 소식도 별로 들어 본 일이 없다. 몇 년에 한 번씩 들려오는 듯 하다. 


물론 보이스피싱 사장과 팀장 TM들을 검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인천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바다 건너의 엘도라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는 우리의 사법주권이 미치지 않는다. 경찰이 가서 체포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경찰이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국가가 의지가 있다면 그들을 검거하는 것이 결코 실현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서 엘도라도에서 벌어지는 사기범행들을 엄단해 줄 것을 요청할 수 도 있고,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그 쪽 공안들을 통해 수사할 수 도 있고, 그들 중 한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송환을 요구하고, 중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처벌을 요구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찰은 그저 보이스피싱 일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서 수거책이 된 사람들을 검거하고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했다고 선전하고, 검사는 그들을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판사는 그들에게 1년6월 - 3년의 실형을 선고한다. 그 정도의 실형은 과실로 사람을 치어 죽인 사람들에게 선고하는 형이다.


사실 수거책들도 과실 책임이 있다. 잘 살펴보았으면 보이스 피싱 일당의 말에 속아넘어가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건 피해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 보이스피싱 일당들의 간교한 피싱에 넘어간 사람들이다. 물론, 수거책들은 좀 더 이상한 정황을 더 보았고, 그럼에도 그 일을 하다가 얼마라도 돈을 벌었으니 피해자들은 피해를 전보받고 수거책이 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수거 일을 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일당들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고, 보이스피싱 일당과 공모한 적이 없음에도 그들에게 공모의 책임을 지우는 법원의 태도는 정당한가?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보이스피싱이 국가에 끼치는 해가 크고, 보이스피싱을 근절한 필요가 있다고 해서 보이스피싱 수거책들에 대해서 기소를 하고 그들에게 엄한 판결을 한다고 한다.


사기죄는 고의범이므로,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는다. 


법원에서 수거책들에게 고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현실에서는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만 있고 검거된 가해자는 아무도 없게 되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들이 돈을 받아낼 곳도 없다.


피해자가 있지만 책임 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수거책이 엄격한 형을 받는다면 수거책이 되는 사람도 줄고 수거책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수거책이 더 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으로 법원은 사실 과실밖에 없는 수거책들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왔다.


하지만, 과실범에 불과한 수거책들에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됨으로 인해, 경찰을 범인을 검거했고, 검찰도 제 할 일을 했으며, 법원은 역시 범인을 처벌하여 제 할 일을 했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드디어 이 범죄에도 책임을 질 사람이 생긴 것이다.


책임을 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고의 책임을 지지 않을 사람에게 억지로 고의 책임을 인정하게 한다면 ? 범행으로 인한 수익을 대부분 가져간 나쁜 놈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사정도 잘 모른 채 그 중 5% 내지 7%를 수당으로 받은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실형을 피하려면 전액 변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이런 일이 정당한가? 옳은 일인가 ?


잘못을 한 사람에게 감당할 수 없는 가혹한 일을 강요하는 일 그것이 정당한가?


이런 일은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21세기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석형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을 한 사람들의 변명과 사정들은 땅에 묻어버리고, 모두가 둘러 서서 돌을 던지는 바로 그 투석형 말이다.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거책으로 인정되어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람은 평생 학원을 운영하던 사람이고 수십년동안 운영하던 학원이 어려워지자 잠시 배도 탔었고, 배를 타지 못하는 기간 형편이 어려워 알바자리를 찾아 신문을 보았다.


신문에 고수익 알바자리라고 광고난 곳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카지노에서 빌려준 돈등 불법적인 대출을 회수하는 00대부업체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실제로 이름이 비슷한 대부업체가 있었다. 연락을 하니  00대부업체에서는 '중간에 수금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금융사고가 나지 않게 정확히 전달하겠다'는 각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업체에서 요구하는대로 '중간에 돈이 없어지거나 유사한 수금 사고를 절대 내지 않겠다.'라는 각서와 함께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들고 사진을 찍어 그 업체에 보내고 나서야 아르바이트에 채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쪽에서는 전국을 돌며 돈을 회수하는 일이니 차를 운전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 사람은 자신의 차를 몰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7-8회 수금을 했다. 00대부업체에서는 이따금씩 이런 문자를 보냈다. '00고객이 00인근에서 정선 00로 옮겼다. 잠깐 기다려라. 또 도박을 하는 모양이다.'


이 사람은 이런 문자들을 보고 이 사람들의 일을 믿게 되었고, 이 사람들이 요구하는대로 경찰서 바로 앞 은행에서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경찰서 인근을 계속 돌아다니며 약속장소를 이 사람 저사람에게 묻고, 또 다른 곳에서는 고객 친구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기도 하고, 고객 차를 얻어 타기도 하였다.


결국 이 사람은 차를 태워준 고객이 목격한 자신의 차량번호를 통해 신원이 밝혀졌고 검거되었다. 


여러 분들이 보기에 이 사람이 보이스 피싱 일당들과 공모하여 보이스 피싱일을 함께 수행한 공동 정범으로 보이시나요?


이런 사실에게 보이스피싱을 공모하였다며 공동정범의 책임을 묻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수거책으로 기소된 피고인과 가족들 그리고 변호인들뿐이었다. 수십년간 법원은 변호인들의 외침마저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어떤 판사들은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과감하게 의문을 가졌다. 


'불법적인 일이라고 의심했다라고 하여도 보이스피싱 일이라는 사정을 알았다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를 가리켜 공모공동정범이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는 판사들이 소수이지만 최근 나타났고, 마침내 최근 대법원에서도 '피해금을 수거 전달하는 일을 했더라도 이를 보이스피싱 의심없이 채권추심 업무로 알고 했다면 사기방조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하여,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를 시정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환영받을 일이고, 우리가 고대하던 일이다. 


그 때 그 때 처벌의 필요성에 따라 고의의 범위를 함부로 확장시켜서는 안된다는 반성적 깨달음, 그리고 누구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의한 반성적 고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검찰에서도 보이스피싱과 전쟁을 선포하며 전담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대검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규정하고 조직 총책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한다. 작년에 드디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액이 마침내 7,000억에 이르렀으니 검찰도 위기의식을 느낀것 같다.


하지만, 검찰이 발표한 문구 중 그 다음 문구가 마음에 걸린다. 


검찰은 전담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중형을 구형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또 엉뚱한 소리인가? 보이스 피싱 총책은 중국에 있는데 잡히지도 않는 총책에게 어떻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다는 말인지, 전국에 전담 검사를 확충해서 도대체 누구를 검거하겠다는 말인지? 총책을 검거하려면 아니면 전국에 전담 검사를 둘 것이 아니라 베이징의 영사관에 전담 검사를 파견하여 청도와 연변에 있는 총책들을 검거하는데 힘을 쓰면 될 일이다. 어차피 검사는 주요국 공관에 검사를 참사관으로 파견하고 있지 않은가? 조금 낮은 직급으로 한 명이라도 더 파견을 하라.


전국에 전담 검사를 파견해서 어떻게 중국 청도와 연변에 있는 총책과 TM을 검거한다는 말인가?


보이스피싱의 실태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기자들을 통해서 또 다시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것은 수거책들 뿐인데, 전국에 검사를 파견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수거책만 엄청나게 그리고 신속하게 검거할 생각인지?  또 애먼 사람을 잡아서 그들에게 돌 팔매질을 할 생각인가?


제발 검찰의 높은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바다 건너 엘도라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시니까 엘도라도의 그 사람들 좀 잡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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